한국마사회는 왜 기수들을 불렀을까

마사회 지난해 용역 조사·연구 진행, 경마종사자 실태 이미 알고 있어

한국마사회가 조직 내 차별, 불균형 등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사실관계 확인을 명분으로 기수에게 출석을 통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심지어 미출석 시 제재 처분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해 출석을 강제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마사회는 지난 20일 ‘경마기수 노동건강 실태조사 언론보도 시 언급된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 사실관계 확인’을 사유로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수들에게 출석통지서를 보냈다. ‘경마기수 노동건강 실태조사(실태조사)’는 공공운수노조가 지난해 12월 11일 발표한 설문조사다. 노조가 실태조사를 발표한 지 한 달 여 만에 기수들에게 강제출석을 통보하면서 문책성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출석일시는 29일부터 30일까지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28일 성명서를 발표해 “마사회는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책임자이자 조사대상임으로, 출석조사는 ‘공정경마 조사’를 근거로 기수들을 겁박하고 알리바이를 만들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기수들이 부정경마 지시 등 공익정보를 제공하려면 적어도 조사 주체는 가해 집단인 마사회가 아니라 독립적인 제 3의 기관이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노조는 전국(서울·부산경남·제주경마공원) 전체기수 125명 중 75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조교사 58.57%가‘부당지시’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부당한 지시로는 △마필 전능력 미발휘 △승군 착순위 △다리 안 좋은 말 기승 등이 있었다. 아울러 기수 중 60.3%는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기승기회가 박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61%의 기수가 ‘건강하지 못하다’고 답했고, 3일 이상 결근이 발생한 사고 발생률도 45%에 달했다. 특히 부산경마공원은 66%로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았다.

지난해 2월 마사회 용역보고서 조직분야 설문결과,
비교산업 중 가장 열악해...원인은 ‘차별’, ‘불균형’ 등


마사회도 이 같은 조직 내 문제들을 인지하고 있었다. 앞서 지난해 2월, 마사회는 민간에 의뢰해 ‘경마산업 종사자 안전관리 및 삶의 질 개선에 대한 연구’ 최종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는 마사회 조직 내부의 문제를 차별, 불균형 등 6가지를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마사회가 지난 2월 작성한 '경마산업 종사자 안전관리 및 삶의 질 개선에 대한 연구 최종보고서'

보고서에 따르면 경마산업종사자의 직무스트레스의 평균은 51.72점(100점 환산점수)이었다. 이는 13개 표준산업(광업, 제조업 등) 평균 49.05점보다 높다. 직무스트레스의 요인인 직무불안정과 직장문화 또한 각각 55.73, 42.38점으로 표준산업에 비해 높았다.

기수를 대상으로 한 조직분야 설문조사(5점 척도) 결과 ‘관리시스템 및 직장 삶의 질’이 3.04, ‘조직문화’는 3.38점이었다. 관리시스템 및 직장 삶의 질의 세부항목인 자부심은 3.52로 높은 편이었으나 공정성(2.86)과 존중(2.70)의 경우는 2점대로 낮게 나왔다.

  한국마사회가 지난 2월 작성한 '경마산업 종사자 안전관리 및 삶의 질 개선에 대한 연구 최종보고서'

타 산업과 비교하면 비교항목 모두 현저하게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비교대상 6개 타 산업(공공부문, 제조부문 등) 중 관리시스템 및 직장 삶의 질 항목에서 제조부문이 3.31로 두 번째로 낮았지만 기수는 이보다도 낮은 3.04점이었다. 존중, 공정성 항목에서도 비교대상 산업 모두 3점대를 넘겼지만 기수들만 넘지 못했다.

  한국마사회가 지난 2월 작성한 '경마산업 종사자 안전관리 및 삶의 질 개선에 대한 연구 최종보고서'

‘공정성’의 세부 문항 결과도 기수의 노동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내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이의제기하면 공정하게 처리될 것으로 믿는다’는 항목이 2.71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우리 조직의 구성원들은 일하는 만큼 공정한 보상을 받는다’는 문항도 2.73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조교사는 특정인을 편애하지 않는다’는 항목도 2.98로 낮게 나타났다.

‘존중’ 항목의 세부 문항에서는 ‘나는 필요한 경우 부담 없이 개인휴가를 가질 수 있다’는 질문이 2.52점으로 가장 낮게 나왔다. 이어 ‘우리 조직은 일하기 좋은 환경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가 2.58로 뒤를 이었으며 안전한 업무환경관련 문항은 2.67점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서는 조직분야 결과를 종합해 “차별, 불균형, 불통, 과다, 마초, 형식 등 6가지를 주요 요인으로 정리할 수 있다”며 “경마산업 종사자 안전관리 및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중장기적 추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부산경남경마공원 언론담당자는 출석통지와 관련해 “경마시행체의 가장 큰 임무 중 하나가 공정한 업무시행”이라며 “한국마사회법과 규정 등에 근거해 필요한 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조사 주체에 대한 노조측 문제제기와 관련해서는 “그 부분에는 드릴말씀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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