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마사회 ‘적폐청산보고서’ 미공개...후속조치도 없어

문중원 열사·시민대책위, 마사회 적폐권력 해체 서명운동 돌입

정부가 2018년 마사회 적폐청산보고서를 작성했으나 내부보고로 그쳐 구조적 모순을 은폐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작성주체인 적폐청산위원회의 위원장은 마사회 이사회 감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문중원 열사 민주노총 대책위원회와 시민대책위원회는 11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왜 마사회 권력구조는 해체되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마사회의 근본적 구조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8번째 죽음은 또 다시 다가올 것”이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공개되지 않은 정부의 마사회 ‘적폐청산보고서’

2018년 12월 발간된 적폐청산보고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사건 △저성과자 선정 및 교육 △용산 장외발매소 복합문화공간 설치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적폐의 결과로 국정농단 연루, 비정상적 경영행태 및 비리의혹, 대규모 투자사업 실패 등을 꼽고 있다.

정부(농림축산식품부)는 2017년 11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마필관리사 사망 이후 마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위해 ‘한국마사회 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어 도출된 혁신방안 중 ‘공공성·사회적 가치실현 위한 거버넌스 구축’ 분야를 보완하기 위해 ‘적폐청산위원회’를 구성했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적폐청산백서(적폐청산보고서)’를 발간했다.

적폐청산위원회는 법조계·학계 등 외부위원 7명과 김종길 한국마사회 부회장 등 마사회 내부위원 2명 등 총 9명 위원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위원회 활동을 통해 각 안건마다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사실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최고경영자의 독단적 의사결정’과 ‘실행에 옮긴 일부 직원’들의 행태가 맞물려 벌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고서는 미공개로 남았고, 후속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혜진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런 보고서를 내고도 보고서가 외부로 나가지 않았던 것”이라며 “사실상 셀프조사를 통해 구조적 모순을 은폐하거나 면죄부를 주려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심지어 당시 정기환 적폐청산위원회 위원장은 김낙순 회장 취임 이후인 지난해 4월, 마사회 상임감사로 임명됐다.

김혜진 공동집행위원장은 “적폐로 지목된 관료와 행위당사자들에 대한 처벌 없이 적폐청사위원장이 이사회 감사로 자리 잡은 것은, 철저한 적폐청산으로 내부모순을 해소하려는 것이 아닌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마사회의 권력 장악을 시도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한 적폐청산보고서는 대규모 투자사업 실패 사례로 용산 장외발매소 복합문화공간 설치 문제를 꼽았다. 앞서 2016년 용산 장외발매소 설치 과정에서는 마사회 직원이 주민들을 매수하는 등의 문제도 발생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마사회 직원들은 화상경마장 폐쇄를 막기 위해 ‘카드깡’을 이용해 현금 지급을 했다. 설치 찬성 집회 참석자들이 식당에서 실제 금액보다 더 큰 금액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그 차액을 현금으로 받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마사회 관련자 5명은 주민들을 불법 동원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불구속 입건됐다. 하지만 이 같은 구체적인 비리 문제는 적폐청산보고서에서 제대로 다뤄지지도 않았다.

김혜진 공동집행위원장은 “용산화상경마장에서는 카드깡을 통해 용역을 동원하는 등의 부당한 문제들이 발생했지만, 그런 문제들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 실질적인 적폐청산을 위한 작업이 아니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더 심각한 것은 두 명의 말관리사가 사망하면서 내부의 부정·비리 문제가 불거졌고, ‘고용구조개선협의체’에서 말관리사들이 조교사 혹은 마주들의 부당한 지시에 대해 증언 했음에도, 이것이 적폐청산 보고서에 제대로 담기지도 않았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마사회 회장은 문제가 끊이질 않는다

한국마사회는 경마 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며 경기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다는 점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로운 땅’으로 불린다. 때문에 대통령이 임명하는 마사회장은 정권마다 정치인이나 관료가 ‘낙하산’으로 앉는 관행 탓에 회장 취임 때마다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2000년대 이후만 보더라도 역대 마사회장 중 비리 혹은 구설이 없는 경우는 없었다. 2003년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급한 30대 박창전 전 회장은 부회장 시절 시설물관리업체로부터 수뢰 혐의로 29대 윤영호 전 회장과 함께 처벌됐다.

31대 이우재 전 회장은 교통사고 사망 사건에 연루됐으며 32대 김광원 전 회장은 화상경마장 건설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 5년간 88명의 직원들이 비위로 징계를 받았으나 73명(83%)이 경징계로 그쳤다. 징계 내용은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음주운전 등 심각한 사건이었으나 근신, 견책, 감봉 등 경징계를 받았다.

반면 면직 처리된 4명은 모두 경마지원직들인 비정규노동자였다. 심지어 징계사유는 발매수칙 미준수, 근태관리 부적정 등이었다.


한편 문중원 열사 민주노총 대책위와 시민대책위는 지난 5일부터 문중원 열사 문제 해결 및 마사회 적폐 청산을 위한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온라인으로는 홈페이지와 구글 독스를 통해 진행되며 오프라인은 가맹 산하 조직과 시민단체가 서명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오는 29일까지 취합된 서명은 청와대에 전달된다.

이들은 11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마가 부정·비리라는 오명을 씻고 국민의 건전한 오락으로 재탄생하도록 할 것이며 한국마사회의 적폐구조가 바뀔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것”이라고 서명운동의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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