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권력의 칼날

[기고] 노동자 발목 묶어두고 온라인도박이나 하라는 정부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코로나19 전염이 확산되고 있다.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늘고 있어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은 불안과 공포를 줄이기 위한 보건조치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 정반대다.

권력은 그 불안을 위기로 기득권자들, 재벌과 기업을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 대감 댁 곳간에 쌀이 줄어들지 않게 하는 정책(기업지원책)은 할지언정, 곳간에 쌀 한 톨 없는 서민들을 위한 지원책은 없다. 아니 그 쌀 한 톨마저 거두어가겠다는 정책이 넘쳐난다.

전염병 위기를 기업의 곳간 채우는 기회로 만들려나

이미 총선 준비용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수차례 방문하며 재벌의 등을 토닥여왔던 정부답게, 코로나19는 재벌과 기업을 위한 반노동자적 정책의 빌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정부여당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하려면 국제노동기준에 반하는 단체행동권을 약화시키는 노조법 개악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협박한 바 있다.

이러한 우려는 실제 눈앞에 놓여 있다. 문중원 기수의 죽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듯이 한국마사회는 부패와 부조리의 온상이며 공공성이라곤 없었다. 마사회는 공공기관이지만 건전한 여가문화나 경마스포츠문화를 만들려는 정책을 취한 바 없다. 사람들을 도박 중독에 빠뜨리고, 이를 통해 벌어들인 돈을 매출이라고, 성과라고 자랑스럽게 내놓는 곳이 마사회다. 국민들이 도박에 중독되든, 기수나 말관리사가 죽거나 다치든 개의치 않았다. 그런데 이를 심화시키는 법안을 의결하겠단다.

20대 국회는 사행성을 강화시키고 기수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마사회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2월 26일 심의할 예정이었다. 작년 11월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 등 19명이 발의한 개정안은 마권을 온라인에서 팔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경마’ 도입이 핵심이다. 공공성을 늘리고 경마기수와 말관리사의 노동안전을 높이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아닌 사행성을 강화하는 개정안이다. 입법기관인 국회조차 사람들의 건강보다는 도박판을 벌여 돈을 버는 게 중요하단다.

경마는 카지노 다음으로 도박중독률이 높다. 마사회는 사행성을 극대화시키는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다. 도박중독을 말려야할 정부는 합법적으로 도박을 권한다. 실제 마사회의 매출액 비중이 높은 곳이 화상경마장이기 때문이다. 화상경마장은 스포츠가 아닌 도박이다. 2016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한국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경마 도박중독 유병률’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경마로 인한 도박중독율은 49.1%로 사행산업 전체평균 36%보다 휠씬 높다. 그리고 경마장 본장(44.3%)보다 장외발매소(52.9%)의 도박중독 유병률이 더 높다.

경마의 도박성(사행성)을 강화시키는 화상경마나 온라인경마는 경마기수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한다. 비바람이 불거나 눈보라가 휘몰아쳐도, 기수들이나 말이 다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경주는 시행된다. 필자가 고 문중원 시민대책위 진상조사팀으로 활동하면서 만난 다수의 기수들이 증언한 내용이다. (경마가 시행된 날의 날씨만 확인해도 이것이 사실임을 알 수 있을 텐데, 마사회는 기수들의 의견을 받아 시행한 것이라 한다. 고용여부와 다를 바 없는 면허갱신권과 징계권이 있는 마사회가 경기를 시행하겠다는데 거부가 쉽겠는가. 기수의 의견을 반영하는 투명한 공식적인 제도가 있지도 않다.)

불행 중 다행인지 국회의원 코로나19 감염 여부 확인과 방역조치로 국회가 폐쇄돼 해당 법안의 심의가 연기됐다. 그러나 그들의 시도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

잇따른 철거

코로나19에 관심이 쏠려 있는 사이, 정부는 온갖 핑계로 ‘투쟁과 추모의 장소’를 철거하려고 한다. 지난주에는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생계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 상가를 철거하더니, 이번에는 고 문중원 기수를 추모하는 광화문 분향소를 철거하겠다고 행정대집행영장을 발부했다. 두 곳에서 확진자가 나온 것도 아니다. (물론 확진자가 나왔다고 철거하지는 않는다. 일시폐쇄와 방역조치만 할 뿐이다.) 그렇다고 분향소나 수산시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거나 전국에서 사람들이 올라오는 대규모 행사를 여는 것도 아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고 문중원 기수가 돌아가신지 88일이 되도록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해 손 놓고 있던 정부가 하는 행동이 철거라니, 잔인하고 무도하다. 최소한의 인간의 도리도 보이지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공공기관을 관리감독하지 않고 오히려 매출액이 높은 마사회 눈치만 봐 왔다. 2019년 3월 중대재해가 발생한 공공기관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던 국무회의 발언은, 기억조차 없는 듯 김낙순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책임은 묻고 있지 않다.

사실 코로나19의 감염이 정말 우려된다면 철거를 해서는 안 된다. 철거과정에서 사람 간 접촉이 매우 가까워지기 때문에 감염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 한국에서 일상적인 기업 활동이나 상업행위가 전면 중지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소규모 사람들이 모이는 것조차 막겠다는 건 모든 사회활동을 중단하고 집에만 있으라는 반인권적 조치가 취해졌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결국 정부가 행정대집행이라는 형식의 강제철거를 하려는 것은 추모와 투쟁의 장소를 없애겠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심지어 지난 2월 21일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을 구청공무원과 용역 600여명을 동원해 강제 철거했을 때, 감염방지를 위한 조치는 없었다. 아니, 감염예방이 불가능하다. 철거의 의도는 분명하다.

생각해보면 추모와 투쟁의 장소를 없앤다는 것은 상징적이기도 하다. 정부에게는 희생된 동료를 추모하고 불의에 맞서 싸우는 장소가 바이러스의 온상지로 보인다는 뜻이니까. 반대로 말하면 우리가 장소를 지켜야할 이유를 분명하게 해준다. 되새겨본다.

‘인간으로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는 인권의 정신이 생성되는 분향소를 지켜야 한다. 불의와 맞서 싸우는 투쟁의 장소를 지킴으로서 정의라는 면역력을 확보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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