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자활시설, 코로나 빌미로 홈리스 사실상 강제 퇴거

사회단체들, 국가인권위에 긴급구제 요청


경기도 수원시의 M노숙인자활시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빌미로 홈리스들을 사실상 강제 퇴거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등 사회단체들은 9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설에서 쫓겨난 홈리스들의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앞서 노숙인자활시설은 노숙인복지법상 홈리스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직업상담, 훈련 등 복지서비스와 의식주를 제공하는 곳이다. 사회단체들에 따르면 M노숙인자활시설은 지난 24일 ‘코로나19에 대한 비상공지’를 통해 시설생활인에게는 외출을, 직장생활인에게는 시설 출입을 금지한다고 통보했다. 노숙인자활시설을 통해 주거권, 노동할 권리를 보장받는 홈리스에게 ‘직장을 그만두거나 시설에서 나가라’는 선택을 강요한 셈이다.

[출처: 김한주 기자]

해당 자활시설의 통보로 입소자 16명 중 3명이 주거권을 상실했다. 자활시설에서 쫓겨난 A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퇴소 이후) 여관방에서 살다가 수원시청에 얘기해 (지금은) 고시원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사가 전화로 (자활시설에서) 퇴소할 거냐고 했는데 나는 안 한다고 했다. 퇴소하게 되면 의료복지시설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2월 1일부터 (자활시설을 통해) 택배 일을 하고 있다. 일한다는 이유로 아무 대책 없이 나가라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낸 당사자다.

A씨와 함께 진정에 나선 홈리스행동 등은 해당 사건을 두고 “자활하기 위해 직장생활을 유지할 수밖에 없던 A씨는 자의가 아닌 강요로 시설 출입을 금지당했고, 하루아침에 주거를 잃게 됐다”며 “또 A씨에 대한 퇴소 처리가 이뤄지면 기존에 지원받던 의료지원이 중단될 위험에 처한다. 다른 입소자 역시 여전히 부당한 출입금지 조치로 일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고, 이는 노숙인 등의 자활을 목적으로 하는 자활시설의 취지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피진정인 수원시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취약한 상황에 부닥친 홈리스들이 노숙인복지시설에서 불합리한 출입제한 등 인권 침해나 차별 행위가 있는지 조사하고, 주거 대책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출처: 김한주 기자]

진정인들을 대리한 장서연 변호사는 “유엔인권최고대표(미첼 바첼레트)는 (지난 6일) 코로나 대응에 인권이 가장 앞에,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며 “경제적으로 간신히 생활하던 이들이 코로나 조치로 쉽게 궁지에 몰리고 있다. A씨는 주거권과 신체의 자유,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 인권 침해를 즉각 중지할 것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장 변호사는 진정서에 “노숙인복지법 제17조와 같은 법 시행규칙 제15조는 강제퇴소 사유와 (퇴소 심사) 절차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시설생활인은 부당한 사유로 퇴소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시설생활인에게 퇴소의 사유를 설명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생활인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썼다.

코로나19로 인해 홈리스를 위한 급식 지원이 끊긴 문제도 심각하다. 홈리스행동 형진 활동가는 “코로나19 여파로 노숙인 대상 급식 지원이 끊겨 홈리스들의 고통이 크다. 이는 메르스 때도 반복됐던 문제”라며 “홈리스행동이 최근 공적 자료를 통해 조사한 결과 공적 급식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홈리스 급식 지원이 민간 중심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에 문제가 커진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노숙인 복지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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