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코로나19 확진자의 과도한 사생활 노출로 인권침해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들의 사생활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애 인권위 위원장은 9일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확진환자의 이동경로를 알리는 과정에서 내밀한 사생활 정보가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노출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감염병 예방을 위해 확진환자의 이동경로 및 이동수단, 접촉자 현황 등을 공개하도록 돼 있다. 현재 시·도·지방자치단체 등은 확진 판정을 받기 전의 확진환자들의 구체적 행적을 시간대별로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과도한 사생활 등이 노출되면서, 확진환자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혐오공격 등이 이어지고 있다.

최영애 위원장은 “확진환자 개인별로 필요 이상의 사생활 정보가 구체적으로 공개되다보니 확진환자들의 내밀한 사생활이 원치 않게 노출되는 인권 침해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나아가 인터넷에서 해당 확진환자가 비난이나 조롱, 혐오의 대상이 되는 등 2차적인 피해까지 확산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확진환자에 대한 비난과 혐오가 자칫 의심증상자의 검사 기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밝혔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이 올해 2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자신이 감염되는 것 보다 확진환자가 돼 주변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을 더욱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현재와 같이 모든 확진환자에 대해 상세한 이동경로를 공개하는 것은 오히려 의심증상자가 사생활 노출을 꺼리게 되어 자진 신고를 망설이거나 검사를 기피하도록 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간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인권위는 현재의 개인별 방문 시간과 장소를 공개하는 방식이 아닌, 개인을 특정하지 않고 시간별로 방문 장소만을 공개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확진환자가 거쳐 간 시설이나 업소에 대한 보건당국의 소독과 방역 현황 등을 같이 공개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한편 확진환자의 내밀한 사생활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