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맨, 쉬지 않고 10시간 노동, “2년간 물량 3.7배 증가”

“쿠팡 배송산업은 확대됐으나, 주역인 배송 노동자의 처우는 방치”

올해 아시아태평양 혁신기업 2위로 꼽힌 쿠팡에서 배송노동자들이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있다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지부)는 18일 오전 11시 공공운수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올해 4월 물량은 무더위로 물량이 많았던 지난해 8월 대비 22%나 증가했다”며 “확대되는 배송산업에서 정작 배송 산업의 주역인 배송 노동자의 삶과 처우는 후퇴하거나 방치됐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쿠팡은 ‘직접 고용’, ‘계약 연장 및 정규직 전환’, ‘법정근로시간 준수’ 등을 내세우며 쿠팡 배송노동자들이 좋은 노동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10시간 동안 배송업무를 보는 쿠팡맨 중 73%는 휴게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었다. 쿠팡맨의 휴게시간은 형식상 자율이지만, 과도한 물량을 시간 안에 처리하기 위해 휴게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지부가 지난해 8월 쿠팡맨 228명(정규직 119명, 비정규직 16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2%(93명)는 휴게시간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에 1시간 이상 휴게시간을 사용하는 쿠팡맨은 79명으로 27%에 불과했다. 이밖에 50분 미만으로 사용한다는 응답은 11%(30명), 30분 미만 20%(56명), 20분 미만 9%(27명)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쿠팡맨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비정규직 응답자 중 불과 18%(30명) 정도만이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반면 정규직은 44%(119명 중 49명)로 26%p 차이가 났다. 휴게시간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비정규직은 37%(63명)에 달했다. 비정규직 쿠팡맨의 82%(139명)기 휴게시간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주야 근무 비율 격차도 상당했다. 비정규직 응답자 중 야간 근무자 비율은 39%로 정규직 29%보다 높았다. 지부는 “정규직 응답자 중 주간 근무자의 비율이 (비정규직보다) 높고, 상대적으로 휴게시간 사용에 있어 그나마 나은 조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노조가 공개한 쿠팡맨의 하루 물량과 배송 완료 시간, 배송 간격이 기록된 자료에 따르면 배송 간격은 대부분 1분 미만에서 3분 내외였다. 야간 쿠팡맨 A씨의 지난해 4월 25일 기록에는 밤 11시 16분 첫 배송 완료를 시작으로 새벽 6시 49분까지 149개의 물량을 처리했다고 기록돼 있다. 배송간격이 가장 넓은 경우가 10분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휴게시간은 전혀 없었다.

노조는 물량이 증가하면서 쿠팡맨의 노동강도도 심화된 것이라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기준 1인당 평균 물량은 56.6개였으나 2년만인 2017년 210.4개로 3.7배가 늘었다.


한편 쿠팡은 지난해부터 새로운 비정규직 형태인 ‘라이트 쿠팡맨’ 제도를 도입했다. 신입 쿠팡맨이라 불리는 라이트 쿠팡맨은 기존 쿠팡맨의 75%를 일한다고 알려져 있다. 임금은 노멀 쿠팡맨(기존 쿠팡맨)보다 30~40만 원 적게 받는다. 쿠팡맨 7천여 명 중 비정규직이 80%에 달하는 상황에서 더 처우가 좋지 않은 쿠팡맨을 만든 셈이다.

정진영 쿠팡지부 조직부장은 “최근 1~2주 동안 양주캠프의 라이트 쿠팡맨 5명 중 3명이 수습 기간을 통과하지 못하고 계약이 해지됐다”며 “수습 기간이 통과돼도 노멀 쿠팡맨이 되기 위해서는 테스트를 봐야 하는데 기준이 평소 노동 강도보다도 높기 때문에 통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사측은 라이트 쿠팡맨이 충분한 교육과 적응 기간을 갖고 50% 물량을 처리한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하루 동승 교육을 하고 (노멀 쿠팡맨보다) 살짝 적은 물량을 처리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지부는 쿠팡을 상대로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규직 고용 원칙 △배송 노동자 휴식권 보장과 새벽 배송 중단 △가구 수, 물량뿐 아니라 물량의 무게, 배송지 환경 등을 고려한 친노동적 배송환경 마련 △노동환경 개선 위한 성실 교섭 이행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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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저씨

    심상정 대표가 뚝심이 더 있구나. 이상규 대표가 어쩐지 약한 것 같다. 모르겠다. 이상규 대표는 난세로 갈 것이라고 생각해서 더민주당 쪽으로 더 기울었는지. 그렇지만 "노동계"는 정의당 쪽으로 더 기울지 않을까. 정의당이 당의 기초가 더 단단한 것 같던데. 정의당이 "운동권"의 1당인 이유도 다 있었던 거야. "노동계"는 이제 정의당이 서서히 "접수"해가지 않겠나. 그럼 이상규 대표하고, 김종훈 대표는 뭔가. 그동안 집회를 많이 돌아다니긴 했는데. 표심은 잃고 마나. 비례당인가의 참여의 변(이상규 대표)을 보면 독자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제3자가 볼 때는 이용당한다고 보는 측면이 강하지 않나. 이상규 대표가 심상정 대표한테 "뚝심"에서 밀린거여(?!). 냉철한 사고에서 밀린거여(?!) 모르겠지만. 심상정 대표가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당의 가치를 더 잘 반영한 것일 수도. 나도 당장에 정의당으로 10% 가산점이 붙는구만. 민중당은 -5%가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