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발 경제위기의 성격과 대응방향

[분석] 불로소득에 책임을 묻고 노동소득을 지원해야

경제위기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인가? 코로나 사태가 안 터졌으면 경제는 그럭저럭 잘 돌아갔을까? 이것이 왜 중요한 문제냐면, 코로나 확산을 막으면 경기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대응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문제의 원인이라면 코로나 바이러스를 잡고 이 패닉이 진정되면 경기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내년 초에는 백신이 나온다고 하니, 길게 생각해서 그때까지 기업활동과 생계에 대해 지원을 잘 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그러나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코로나바이러스를 잡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더 분명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돼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잡아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데 우려가 있다. 기저질환을 앓고 있어 곧 병원에 오게 될 사람이 코로나19로 기저질환이 더 악화돼 병원에 실려오는 것처럼, 코로나 사태는 원래 있던 문제를 악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세계경제의 기저질환, 이번 위기는 어떤 위기인가?


과잉생산-과잉자본 : 구조적 불황

세계경제는 생산능력의 확대로 글로벌 수준에서 과잉생산(과잉공급)과 그에 따른 과잉자본 문제로 장기불황이 지속됐다. 현재에도 이 경향은 지속돼 장기불황 상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공급과잉에 따른 상품의 시장가격 하락으로 장기 이윤율 축소는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기업을 따라다닌다. 특히 노동유연화와 노동비용 축소를 목표로 한 생산의 세계화, 전후 호황국면에서 축적된 노동자 임금자산의 수탈을 통해 이윤율(또는 이자율) 개선을 꾀한 신자유주의 금융화, 그리고 시장 이윤율 확대를 추구한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 축적체제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통해 파산한 이후 세계경제는 이윤율 증대와 수익성 확대를 위한 새로운 출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과잉과 국내 제조업 대응 방향(KDB, 2019.1.)에서 재인용

글로벌 공급과잉의 심화는 공급능력의 향상에 따른 국가간, 자본간 경쟁의 격화로 나타났고, 이는 설비가동률의 상승 후 하락과 생산의 둔화로 확인된다. 전 세계 제조업의 생산 증가율은 2017년 4분기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특히 자동차, 기계장치 등 전통 제조업의 생산 증가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 유로존, 일본, 중국 등 주요국 모두 제조업 생산이 둔화세를 기록했다.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국의 무역구제조사도 확대됐고, 미중간의 무역분쟁도 이 배경 하에서 벌어졌다.

[출처: IMF, OECD]

한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갭률1) 을 통해 과잉자본량을 추산해 보면, 국내자산을 기준으로 대략 100~200조 원이 과잉자본 상태인 것을 알 수 있다. OECD 기준으로 보면, 2018년도 전체 한국 GDP의 11.2%가 과잉자본(과잉투자)이다. 마이너스(-) GDP 갭률의 확대는 과잉자본스톡 규모의 누적적 증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 GDP 갭은 2012~13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과잉자본이 축적되고 있는 셈이다.

과잉공급에 대해 각국은 국내적으로는 기업간 경쟁 조정과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량 일부를 축소하고, 국제적으로는 대자본을 중심으로 시장 독점을 향한 투자 확대 경쟁 즉 과잉공급을 더 키우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이에 따라 공급과잉은 글로벌 차원에서 확대됐다. 각국 간 생산량 조절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시장의 경쟁 메커니즘에 맡겨둘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장 독점을 향한 치킨게임 외에는 해소되기 어려웠다.

글로벌 공급과잉을 겪고 있는 대표 업종인 철강에서 생산량 감축을 목표로 주요 33개국이 참여하는 ‘글로벌 포럼’을 2019년 말까지 3년간 진행시켰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이 협의체는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고되면서 중국의 반발이 컸다. 철강업에서 공급과잉에 대한 국제적 조절노력이 실패하면서 자동차나 전자 부문의 과잉공급도 해결전망을 찾지 못했다. 때문에 공급과잉은 지속될 뿐만 아니라 ‘경쟁 확대’라는 더 심화된 형태로 나타났는데, 반도체 부문에서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고 17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섰으며, 곧이어 SK하이닉스도 122조 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석유시장에서 미국 셰일오일의 등장으로 공급과잉이 확대되자 러시아를 포함한 OPEC+에서는 감산을 시도했지만 러시아의 반발로 무산됐다. 러시아의 증산과 이에 반발한 사우디의 증산경쟁이 가속하면서 유가는 폭락했다. 증산경쟁을 통한 가격하락이 석유시장의 공급과잉을 더 부추겼으며, 최근 코로나 사태와 맞물리면서 경기침체의 또 다른 촉매로 등장했다.


과잉부채

과잉공급은 그 자체로 과잉투자된 자본(과잉자본)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현재의 과잉자본은 단순히 산업자본에 투자된 자본의 과잉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산업자본의 과잉 뿐 아니라 화폐적 자본(moneyed capital) 전체에 대한 과잉이 더 문제가 된다. 화폐적 자본은 생산과 유통에 존재하지 않으면 상당 부분 퇴장(축장)화폐로 존재하지만, 신자유주의 금융화 이래로 유휴 화폐(축장 화폐)로 존재하기 보다는 유동화 되어 가공자본 형태로 금융시장에 들어와 이자율 균등화에 참여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 경제위기 확대되면서 어느 정도 줄어들었지만 그 이후 지속된 저금리와 양적완화로 여전히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8년 이후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기축통화국은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양적완화를 진행해 시중에 엄청난 자금을 공급했다. 그 자금들이 서방 선진국은 물론 이자율이 높은 신흥국으로도 흘러 넘쳤다. 더 이상 투자할 곳이 없어진 자금들은 다시 은행으로 돌아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Fed)에 초과지준으로 쌓여 있다.

이 같은 화폐적 자본의 과잉은 세 가지 흔적을 남겼는데, 첫째, 유동화된 화폐적 자본은 대부분 채권화 되기 때문에 반대편에 항상 부채를 남겼다. 그 결과 가계와 기업, 특히 기업 부채가 폭증했다.

[출처: IMF, OECD]

글로벌 부채는 2019년 상반기 기준으로 250조 달러(29경6,500조 원)를 돌파했다.2) 전세계 GDP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저성장과 저금리가 맞물려 ‘성장 없이 빚만 불어나는’ 상황이 빚어지면서 경제 다방면에서 부채발 위기 우려를 키워왔다. 기업부채는 심각한 위험수준에 도달했는데, 2007년의 4조9000억 달러와 비교하면 2배가 넘는 10조 달러에 달한다. 국제신용평가사 S&P의 추산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정크본드(열등채)에 쏟아 부은 자금은 총 4조 달러에 육박하고 이 가운데 미국 기업들이 빌린 돈의 규모만 해도 2조500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레버리지 론(leveraged loan, 부채가 많은 투기등급 기업들이 회사 자산을 담보로 추가로 돈을 빌리는 것)이 급증했는데, 2008년 당시 미국 레버리지론 시장 규모는 7000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최근에 1조1000억 달러 규모로 늘었다.

[출처: Global Financial Stability Report, IMF, October 2019]

기업 부채가 이처럼 크게 늘어난 것은 미국 연준과 금융당국이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 때문에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해온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국제통화기금 IMF는 지난해 10월 저금리 기조하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기업부채가 글로벌 금융위기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중국, 일본, 유로존 등 주요 경제권 8개국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있는 기업부채가 2021년에 19조 달러(약 2경2600조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했다. 3)

둘째, 과잉자본의 청산을 늦추고 한계기업을 확대시켰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 기업’은 퇴출되지 않고 저금리를 통해 빚으로 연명할 수 있었다. 국제결제은행 BIS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이런 한계기업의 비율은 2008년 위기 전 5%에서 2015년 말 10.5%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기존 한계 기업에 더해 더 많은 기업이 같은 처지가 됐고 이 경향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2018년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 기업 3,236곳을 한계기업으로 집계했다. 한계기업은 2017년 3112개로 전체 외감기업 중 13.7%였으나, 2018년에는 14.2%로 더 커졌다.

[출처: BIS]

셋째, 세계의 부동산 시장을 폭등시켰다. 특히 산업생산과 무역이 위축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했던 자금, 양적완화와 저금리로 풀린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세계 각국의 부동산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실질 주택매매가격 변동률을 살펴보면 캐나다는 43.2%나 올랐고 중국(31.2%), 미국(24.3%), 독일(25.7%), 영국(14%) 등이 상승했다. 특히 대도시 중심으로 집값 상승폭이 컸는데, 2014∼2018년까지 5년간 더블린(78.5%), 베를린(63.1%), 벤쿠버(60.4%), 오클랜드(56.4%), 시드니(54.8%), 암스테르담(54.4%), 상하이(52.5%), 샌프란시스코(49.1%), 홍콩(48%), 코펜하겐(45.1%), 스톡홀름(41%), 런던(39.6%),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4)

[출처: 서순탁(2019)에서 재인용]

이처럼 과잉생산-과잉자본은 해소되지 못하고 세계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아 왔다. 2017~18년 세계경기의 소폭 반등을 이끌었던 투자수요가 일단락됐다. 미국은 물론 한국도 최장기 경기순환 사이클을 보이고 있지만 2017년을 정점으로 지속된 하강국면에 놓여 있다. 무엇보다 과잉생산과 신흥국의 수입대체 공업화 확대, 미·중은 물론 각국의 무역갈등 심화로 세계교역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세계경기의 하향세와 경기침체 전망이 예상됐다.


코로나, 위기의 심화

따라서 코로나 팬더믹을 통해 확산되는 경제위기는 새로운 위기가 아니다. 코로나는 기저질환을 더 악화시키는 경제위기의 촉매제이며, 경제 위기를 더 확대하고 심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첫째, 수요가 줄면서 상대적 공급과잉을 더 부추겼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각국 정부는 국경봉쇄를 단행하고 이동금지 명령과 격리조치 등이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소비수요가 갑자기 줄어들기 시작했다. 비록 생산영역에서도 주요 제조업에서 2~3주간의 일시적인 공장폐쇄가 일어나 산업생산이 둔화되고 공급량이 줄어들었지만 수요의 위축에 비해 일시적이었고 상대적으로 더 적었다. 물론 상황이 더 악화돼 기업도산이 일어나고 공장폐쇄가 장기화돼 공급량이 더 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황은 그렇게까지는 진행되지 않고 산업생산은 줄어들었지만 수요에 비해 덜 줄어, 과잉공급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코로나 확산 이후 아시아에서 유럽, 미국에 이르기까지 제조업 구매관리지수 PMI가 악화됐고, 일부 지역은 금융위기 이래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IHS 마킷 제조업 PMI 지수가 최초 기록 시점이었던 1997년 6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ISM 제조업지수는 49.1로 예상치 44.5를 상회했지만 신규 주문과 고용은 크게 밀렸다. 실업률은 4.4%로 올랐으며, 신규 실업자는 3월 2주 동안 1천만 명이 늘었다.

통계청 '2020년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2월 산업생산지수는 전월 대비 3.5% 하락했다. 이는 구제역이 있었던 지난 2011년 2월(-3.7%) 이후 9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제조업의 재고·출하비율(118.0%)은 외환위기 영향이 있던 1998년 9월(122.9%) 이후 21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현재까지는 일종의 재고 떨이에 가까운 상황이지만 3월부터는 생산 감소로 인한 본격적인 수익률 악화가 예상된다. 한편,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6.0% 급락했다. 이것도 2011년 2월(-7.0%)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이 하락한 것이며, 산업생산에 비해 더 많이 하락했다. 코로나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 같은 상황은 계속 반복되고 수요는 더 줄 것으로 보인다.

둘째, 기업부도 위험을 더 높였다. 코로나 사태는 악성화된 기업 레버리지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기업채 문제는 오래전부터 짚어져 왔으나 레버리지 투자는 계속 확대됐고 고위험-고수익 투자 형태로 지속됐다. 그러면서 이번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미국 연준은 물론 대부분의 중앙은행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회사채에 대한 무제한 보증을 섰다. 한국도 이 채권을 쥐고 있던 증권사가 위험에 빠지자 서둘러 증권사에 대한 보호조치와 RP 무제한 매입을 선언했다.


반복되는 위기, 반복되는 문제

이런 상황에서 각국 정부의 대응은 첫째, 무엇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비상조치 둘째, 경기부양 패키지를 통해 줄어든 수요 유지 셋째, 중앙은행을 통해 기업자금 흐름을 유지하는 금융시장 안정화 넷째, 민간투자 축소에 따른 국가 투자 확대 특히,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먼저 이 위기가 지난 위기 대응의 결과라는 사실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2008년 위기 대응이 이번 위기를 더 키웠다. 지금의 문제는 공급과잉과 기업부채의 악성화 문제인데, 이렇게 된 원인이 바로 지난 위기대응에서 나타난 저금리와 양적완화의 결과 때문이다. 낮은 이자율로 금융위기 이후 더 많은 좀비기업이 양산됐다. 이렇게 기업 영역에서 부실기업이 명맥을 유지하면서 기업채권시장을 악화할 뿐만 아니라 공급도 과잉상태가 되도록 하는데 일조해 왔다. 또한 저금리와 양적완화가 기업부실을 청산하지 못하고 더 키웠고 가계 및 기업부채의 위험성도 더 높여왔다. 부실기업이 청산되지 못하면서 기업의 수익률은 떨어졌고 경쟁은 심화되어 글로벌 수준의 공급과잉도 부추겼다.

지금의 경제위기 대응도 폭과 수위만 커졌지 본질적으로 그 당시와 다를 바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 위기가 일부 수습된다하더라도 수년 후에 다시 더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게다가 이 같은 부자 살리기 중심의 경제위기 대응은 불평등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뿐이다.

중앙은행의 0%대 이자율과 양적완화는 금융시장 안정과 경제안정을 목표로 비상하게 이루어졌다. 2008년 위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투자은행(한국의 증권사)이 부도 위기에 놓이자 투자은행에 2쪽짜리 서류를 보내 사인을 받아 상업은행으로 바꾼 다음 바로 지원에 들어갔다. 부도 위기에 처한 세계최대 보험사인 AIG와 GM 등을 직접 인수해 국유화했다. 그렇게 들인 돈은 연준이 생긴 후 100년 동안 푼 돈의 네 배가 넘는다. 위기의 진앙이 된 MBS(모기지담보채권)가 부실 덩어리가 되자, 은행이 소유하고 있던 부실 MBS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인 미국 국채로 교환해주었다.

이렇게 연준은 무제한 돈을 풀어 금융시장 붕괴와 기업부도 위험에 대응했다. 금융시장의 큰 손들과 위험에 빠진 대기업을 구원하는데 발권력을 동원한 것이었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국 국민들과 전 세계 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 경제위기가 불평등을 해소하는 기제가 아닌 낮은 이자율과 양적완화를 통해 부를 증대시키는 수단으로 등장했다. 위기가 발생하자 이들은 떨어진 부동산, 금융자산 등을 헐값에 매입했고 이를 바탕으로 부를 더욱 키웠다. 양적완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이들의 부는 줄어들지 않았다.

  미국 국민소득 중 소득 상위 1%와 하위 50%가 차지하는 비중 [출처: World Inequality Report 2018]

그 결과 자산 불평등은 더 커졌다. 한국에서 순자산 10분위(상위 10%) 점유율은 43.3%로 전년보다 1.0%p 증가했다. 다른 모든 가구들의 자산이 축소하거나 정체했는데 오직 10분위에서만 늘어났다. 상위 20%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10억8517만 원으로 하위 20%(864만 원)의 125.6배에 달해 전년(106.3배)보다 격차가 커졌다. 자산불평등 문제는 부동산 가격 폭등이 원인이다. 앞서 밝힌바와 같이 전 세계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고 서울도 평균 18.9% 상승했다. 강남 아파트 가격은 문재인 정부가 취임한 2017년 5월 이후 2년 반 동안 34%가 올랐다.5) 소득 5분위(상위 20%)의 자산구성은 75%가 부동산(거주주택, 거주주택이외 부동산)으로 되어 있고 타 계층에 비해 부동산 구성비가 가장 높다.


불로소득, 금리생활자, 대기업을 구제하는 정부의 대응

주요국 정부는 글로벌 GDP의 4.14%를 추가 재정지출을 했고 세금감면, 대출보증 등을 포함한 재정지원책 규모는 글로벌 GDP의 7.98%(3.31일 기준)에 달한다. 지난 금융위기에서 재정 및 구제금융이 글로벌 GDP의 2%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럼에도 초기 대응이라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출처: FT]

미국 정부는 2조2천억 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마련했다. 또한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Fed)은 기준금리를 2008년 12월 수준인 0.00~0.25%로 곧바로 인하했다. 또한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무제한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선언하며, 매입 대상에 상업용 주택저당증권(CMBS)도 편입시켰다. 2008년 당시 기존 대출프로그램을 모두 부활시키면서 새로이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까지 도입했다.


위에서 살펴본대로 이번 경제위기 대응도 지난 2008년 경제위기 대응에서의 문제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재정지원책에 성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미국 가계와 노동자들(성인)에 대한 지원은 최대 1200달러(150만 원)의 현금지원책과 실업수당 지원 등 5,500억 달러다. 가장 많은 피해를 입고 있고 지원 대상도 많은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은 3,660억 달러에 불과하다. 반면, 기업지원은 연준의 운영프로그램을 포함해 1조 달러(1200조 원)에 달한다. 그런데, 실제 연준이 운영할 수 있는 규모는 이번에 재무부가 지원하는 4540억 달러가 아니라 그것의 9배에 달하는 4조 달러다. 물론 현재로서는 지원의 최대치이기도 하고 가용 자원으로 제공하는 지원금이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재정지원책에서 숫자로 드러나는 지원예산보다 10배 가까이 기업지원을 늘릴 수 있으며, 위기가 심각해지면 이는 언제든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재무부가 직접 지원하는 5,460억 달러 외에 연준이 최대 4조 달러까지 지원할 수 있다고 보면 기업지원은 최대 4조 5천억 달러에 달하고, 미국 전체 가계와 노동자에 대한 지원의 9배에 가깝다.

보다 큰 문제는 기업 지원의 내용이다. 건강한 기업이 경기침체 상황에서 구제되고 회복되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이번 연준의 매입 대상에 새로 들어간 회사채가 가장 눈에 띄는데, 그만큼 회사채의 위기가 심각해 직접 지원의 시기, 규모, 방식이 모두 빨라야 했다. 중앙은행인 연준은 미 국채와 MBS를 매입할 수 있는데, 이번에 법을 우회하면서 특수목적기관(SVC)을 자회사로 만들어 회사채를 매입할 수 있게 했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비은행 기업들의 회사채 규모는 금융 위기 당시인 2009년 말 48조 달러에서 작년 말 75조 달러로 급증했다. 이 중 절반 정도가 투자등급의 맨 아래 단계인 ‘BBB’ 등급인데, 상황이 악화돼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이 회사채들은 곧바로 채무 불이행 위험도가 높은 정크본드가 된다. 기관투자자들은 내부 규정에 따라 정크본드를 보유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투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유가가 폭락하면서 부도 위기에 내몰린 미국 셰일가스 회사채들이 'BBB' 신용등급에 몰려있다. 정크본드로 전락할 경우 전 세계적인 금융시장 대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연준이 투자 최저등급인 BBB 등급의 회사채까지 직접 매입하고 보증하는 것은 이 채권의 신용등급이 더 떨어지지 않게 보장한다는 의미다.

2008년 당시 Bear Stearns, AIG, Citi, BOA에 대한 선별적 지원은 물론 GM까지 국유화 했던 연준의 대기업 선별 지원에 대해 대마불사 논란을 키웠다. 당시 금융위기는 미국 투자은행들이 MBS 매입에 대한 안전성과 MBS의 안전성을 보증해주고 돈을 벌었던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가 파산 위기에 몰렸고 연준은 AIG의 모든 부실을 떠안고 AIG를 국유화시켰다. 또한 투자은행도 부실이 심각해져 위기에 몰리자 연준은 2쪽 짜리 계약서를 새로 만들어 리먼브라더스를 제외한 모든 투자은행의 사인을 받고 이들을 상업은행으로 둔갑시켰다. 법적으로 투자은행에 직접 지원할 수 없었던 연준은 서류만 바꾸어 투자은행을 상업은행으로 만들고 상업은행과 같은 조건으로 무제한 지원에 나섰다. 금융시스템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투자은행과 AIG의 파산을 막아야 했고 금융위기를 부추긴 장본인들에게 미국 연준은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여해 살렸다. 이 과정에서 공적자금을 투여 받은 금융기업의 CEO와 주주들은 고액 연봉과 퇴직금, 주주 배당으로 큰 논란까지 일으켰다. 그 후 Dodd-Frank Act(2010.7월)과 연준법(13조3항) 개정으로 연준의 대기업 지원에 대해 일정한 제한 조치를 두었으나,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며 언제든지 대기업에 대한 지원은 가능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장기간 지속된 초저금리에 기업들이 기록적으로 채권을 발행하고 주주들에게 현금을 뿌렸다. 은행들은 딜을 부추겼고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차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다. 이들은 돈을 빌려 모기지와 정크본드, 지방채, 정부채 등의 투자 수익을 불려나갔다. 이같은 레버리지는 손실 역시 증폭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Resource Credit Income Fund는 “누구나 레버리지는 불장난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패닉에 대한 반응은 또 다른 패닉을 부른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 2020년 4월 2일자)

또한 연준의 자산매입 대상에 들어간 CMBS(상업용 모기지담보채권)의 경우, 이 채권의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것은 CMBS 수익의 근거인 집세(월세) 지급에 대한 보장이다. 결국 건물주, 지주의 불로소득을 보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미국 정부와 연준은 지난 시기와 마찬가지로 경제위기 대응이 대기업과 금리생활자(자산가) 구제에 맞춰 있다.

한국 정부의 문제

우리라고 상황이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추고(0.75%), 증권금융 및 증권사 RP매입(총 3.5조원)과 전액공급방식의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사실상의 양적완화 조치다. 공개시장 RP매매 대상기관도 13개 국내은행과 4개 외은지점 및 5개 증권사에서 11개 증권사를 추가로 포함시켰다. 사실상 민간 회사인 증권사를, 대부분 재벌기업의 증권사를 은행 수준에서 대우해 대출이나 지급보증을 해주겠다는 의도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회사채 위기와 불안이 해소되지 않자 비은행 금융사에 직접 지원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또한 한국 정부는 코로나 극복 추경 11.7조 원과 100조 원 규모의 코로나 패키지를 발표했다. 코로나 추경 11.7조 원에는 감염병방역체계 고도화, 민생고용안정, 중소기업상공인 지원, 대구경북특별지원 등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자금애로 해소와 금융시장의 확고한 안정 유지를 위해 민생ㆍ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100조원+@ 규모로 확대하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 소득하위 70%(1,400만 가구)를 대상으로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도 확정했다. 정부 재정에서 7조 원 지방 정부 지원 2.1조 원 등 총 9.1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에서 한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지원은 미국의 그것과 규모에서만 차이날 뿐 대동소이하다. 특히 회사채에 대한 중앙은행의 무제한 매입은 그 성격상 미국의 경우와 전혀 다르지 않다. 특히 한국에서는 금융사에 대한 지원이 재벌 지원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 또한 민생ㆍ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100조 원에도 대기업과 관련된 지원프로그램은 총 69.7조 원 수준으로 기업지원의 2/3가 넘는다. 물론 정부는 연준과 같이 대기업 지원에는 많은 제한을 두겠다고 얘기는 하지만, 최근 두산중공업에 6000억 원 만기 채권의 대출전환과 1조 원 직접 지원 등 총 1조 6천억 원을 정부가 지원했다. 이 사례와 같이 대기업이 위기에 처하면 위에서 얘기한 일반적인 지원을 뛰어 넘는 특별한 지원도 고려하게 된다.

또한 현재의 구조아래에서는 누구를, 어떻게 지원해도 임대료나 이자로 먹고 사는 지주, 금리생활자와 대기업이 수혜를 입게 되어 있다. 가령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지원한다 하더라도 이들이 정부 자금을 대출받거나 현금 지원을 받으면 그 대출금으로 이자와 임대료부터 갚아야 한다. 재료비 등 사업비나 생활비 지출은 그 다음이다. 집세나 이자는 고정비로서 제 때에 지불하지 못하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하고 몇 달 유예 받더라도 결국 밀린 월세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자영업자 정책지원 전달 경로

정부의 지원경로가 결국 대기업과 지주, 금융가에 대한 지원으로 귀결되는 것이 바로 이런 구조 때문이다. 자영업자, 중소상공인에 대해 지원을 해줘봤자 임대료와 이자로 돈은 다 나간다. 자영업자 현금 지원 및 대출 확대 -> 고정비 지출 보전 -> 임대료, 이자 지급 -> 건물주 및 금융사 수익률 보전. 이 같은 경로를 따르게 된다. 무늬만 자영업자 지원이지 실상은 건물주 임대료 수입 보장 지원이다. 현금지원이 아니라 대출을 해준다하더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정부 지원의 최상위에는 대기업과 금리생활자(자산가)가 있다.


경제위기 대응방향과 과제

국가의 경제위기 대응 및 회복 방향은 첫째, 불로소득에 책임을 묻고 노동소득을 지원하는 것 둘째, 이자 및 임대료 지급 중지를 전제로 한 금융 안정화 셋째, 고용보장을 전제로 한 기업 지원 및 회생 넷째, 생산적인 국가투자 확대이다.

첫째, 불로소득에 책임을 묻고 노동소득을 지원한다.

이는 양적완화나 재정지원의 근본적 방향과 관련된 문제로, 케인스는 불황시기에 금리생활자는 아무런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화폐를 투기적인 동기로 보유함으로써 이자율의 저하를 막아 완전고용의 달성을 저지한다며 금리생활자를 안락사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현재 위기의 근원에는 금융시장의 투기적 확장과 부채의 양산에 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금융시장 지원 대책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대신 이들에게 경제위기 대응의 부담을 지게하고 위기 심화의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임대료나 이자 등 금융소득(불로소득)은 이자율이 0%로 떨어지지 않는 한 일정기간 유예되어도 언젠가는 지급되며 이익이 보전된다. 특히 임대료는 이자율과도 무관하게 사전 계약에 의해 지불이 보장된다. 하지만 노동소득은 위기가 발생하면 지급이 유예되지 않고 대부분 바로 소실된다.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 노동시간이 줄기 때문에 노동소득은 그만큼 준다. 특히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 등 불안정 노동 층은 곧바로 실업에 직면하기 때문에 노동소득 자체가 사라진다. 줄어들거나 사라진 노동소득은 시간이 지나도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즉시 없어진다. 따라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하여 대마불사식 지원이 아니라 불로소득에 대한 지원을 없애고 노동소득에 대한 보장과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집세를 포함한 임대료 지급과 이자 지급을 중지 한다.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에 대해 실질적인 지원이 되도록 하는 것은 이자나 임대료를 유예하거나 깎아주는 것이 아니라 지급을 중지시키는 것이다. 이들이 임대료나 이자 등 받을 것 다 받고(자발적으로 일부 임대료를 감면한다하더라도) 정부가 대출 보증이나 금융채까지 보증하는 것은 이중지원이고 특혜다. 따라서 주택 월세를 포함한 모든 임대료와 이자의 지급을 동결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깔때기와 같이 어떤 지원효과도 모두 대기업과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사람들로 수렴되어 이들만 구제받게 된다. ‘착한 임대료’와 같이 건물주의 선의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임대료 지급 중지가 보장되어야 실질적인 지원이 된다.

⓵ 임대료 지급 중지
집세를 포함한 임대료 지급은 중지한다. 다만, 자영업의 경우 매출액에 따라 임대료 감면을 결정하고 임대료 감소에 따른 건물주에 대한 별도의 지원방안(대출확대, 세금감면)을 마련한다. 또한 저소득층, 청년의 집세(월세) 지급을 중지한다. 마찬가지로 임대료 감소에 따른 건물주에 대한 별도의 지원방안을 마련한다.

정의당 대전시당이 3월 21일부터 2주간 유성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 감소가 70% 이상'이라고 답한 업체는 16.9%에 달했다. 또 ▲매출 감소 70% 이하 업체는 15.7% ▲50% 이하 업체는 20.5% ▲40% 이하 업체는 25.3% ▲20% 이하 업체는 9.6%로 나타났다. 또한 업체들은 설문 복수선택을 통해 재난기금 직접 지급(33.1%)이 가장 시급한 지원 내용이라고 답했으며, 다음으로 임대료 지원(25.2%), 대출금액 증액 및 만기 연장(15.1%), 인건비 지원(10.1%), 마스크, 소독제 등 방역 지원(8.6%), 4대보험 경감(7.9%)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자영업 지출 중 재료비와 인건비 등은 유동성이 있는 지출이지만 임대료와 대출 이자는 고정비이기 때문에 매출감소가 이어지면 가장 큰 부담을 느끼게 된다.

  자영업자 정책지원 전달 경로 [출처: 자영업자 경영실태, 한국노동연구원, 월간노동리뷰, 2019.6]

한국노동연구원의 자영업자 경영실태(2019.6)을 보면, 임차건물이 전체의 89.4%로 가장 컸고, 본인 소유는 10%, 무상은 0.7%를 차지했다. 자영업자의 90%가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영업을 하고 있다. 자영업자 사업체 건물의 연면적은 평균 17.2평이며 매월 평균 201만원(평당 11.7만원)을 월세로 지급한다. 전체 영업비용 중 재료구입비 61.8%, 인건비가 23.8%를 차지하고 그 다음으로 임대료는 7.4%에 불과하다. 그러나 재료구입비 등은 영업상황에 따라 변동하는 유동비용임에 반대 임대료는 고정비로 사업수입과는 무관하게 지출되어야 한다. 임대료보다 적은 수입을 올리더라도 빚을 내서 지급하거나, 아니면 폐업을 해야 한다. 따라서 영세자영업의 경우 수익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출이든, 현금지원이든 정부의 지원(금)은 일차적으로 임대료와 이자 지급비용으로 지출된다.

주택 임차료(월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집주인이 자발적으로 인하하지 않으면 집을 나가거나 뒤늦게라도 임차료를 지불해야 한다(보증금이 있으면 보증금에서 차감된다). 주택 월세도 같은 이유로 가장 기본적인 생계비 지출 대상이어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경제적 피해 지원을 하더라도 월세를 우선해서 지출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일자리를 잃거나 수입원이 끊긴 이들이 늘면서, ‘집세 거부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서민 아파트의 임차인들은 집세 거부운동인 ‘렌트 스트라이크 2020’(Rent Strike 2020)에 연대하는 뜻으로 창문 밖에 흰색 천을 내걸고 있다.6)

⓶ 이자 지급 중지
이자 지급은 중지된다. 이자납부 중단은 세상에 없는 정책수단이 아니다. 루마니아 정부는 최근 이번 위기에서 경제적 타격이 심한 가정이나 기업을 위해 최장 올해 말까지 이자 납부를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자지급 중지는 디폴트(국가부도) 신호로 여겨질 수 있고 특히 국채에 대한 이자지급 중단은 기술적인 디폴트 상태로 규정된다. 때문에 모든 이자에 대한 지급중지 명령을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선별적으로 이자 지급은 중지시킬 수 있고, 시장을 통해 이자를 실질적으로 0% 또는 마이너스(-)로 내릴 수는 있다. 현재에도 전세계 채권 중에서 이자율이 마이너스인 채권이 10조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사실상 0%인 단기 미 국채에 대한 수요도 폭증하고 있는데, 상황에 따라 마이너스 금리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1% 보다는 –0.05%가 손실이 더 작기 때문이다. 가령 국고채 금리 보다 조금이라도 낮은 금리로 동결시키면 국고채 금리에 연동되고 오히려 국고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금리는 더 떨어져 실질적인 이자지급 중단 조치와 유사한 효과를 낳게 할 수 있다. (금리생활자의 안락사) 더불어, 낮은 이자율 때문에 주택이나 다른 자산시장으로 자금이 몰릴 수 있으므로 자산시장 전반에 시장 소득이 제로 수준에 머물 수 있도록 정책적 방향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⓷ (악성) 가계부채 탕감
경제충격 대응능력이 약화되어 있는 저소득층의 가계부채를 탕감한다. 약탈적 금융의 피해자이기도 한 이들은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전체적인 가계부채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를 일부 해소하는 차원에서도 저소득층의 약탈적 악성 부채에 대해서는 탕감해야 한다. 저소득층과 청년들의 장기 악성부채, 채권추심기관으로 넘어간 부채, 등록금 부채, 고리대 등은 이번 위기 속 금융적 대응과정에서 탕감한다.7)

셋째, 고용보장을 전제로 기업을 지원한다.

이제까지 기업 구제기금은 대부분 채권자들이 원금과 이자를 못 받을 것에 대해 보장해 주는 방식이었고, 주식이 종잇조각이 되지 않고 다시 주가를 회복할 수 있도록 주주들을 지원해 주는 데 사용됐다. 심지어 은행과 기업에 투여된 공적자금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게 60여조 원이 아직도 환수되지 않고 있다. 이자도 안 받고 수십조 원을 그냥 줘버린 셈이다. 그 반대급부에 비용절감을 위한 기업 구조조정에서 노동자들의 정리해고와 고용축소를 감행하면서 기업이 살아났다.

노동자의 희생과 국민들의 부담을 전제로 한 기업 회생은 안된다. 기업 구제는 현재 위기의 책임을 묻기 위해 대주주의 부담으로 가져가야 하며, 고용보장이 전제되지 못하거나 이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구제해서는 안된다. 특히 단기 회사채의 경우 기업자금 조달이라는 명분이 존재하지만 이 경우조차 그냥 보장되어서는 안된다. 주로 재벌의 증권사와 종이가 된(될) 주식을 소유한 주주를 구제하기 위해 중앙은행의이 동원되는 현 상황은 대주주와 채권자, 금리생활자에 대한 노골적인 지원에 다름 아니다. 어떤 조건에서라도 기업에 대한 지원은 고용보장이 전제되어야 한다. 현재 유럽 다수의 국가에서 이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번 미국 경기부양법과 관련해서도 미 의회내부에서는 고용보장을 기업 지원의 필수 조건으로 확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넷째, 생산적 부문에 대한 국가투자와 국가고용을 확대한다. : 돌봄과 가사노동, 에너지 전환과 그린뉴딜, 기간산업 사회화

현재의 경기부양책은 주로 GDP 삭감에 대한 보충-소비수요, 투자수요-의 의미로 운영되고 있다. 이것이 단기대응조치로 어느 정도 의미가 있지만 코로나 사태가 잡힌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불황과 저성장 문제는 남아 있어 한계가 있다. 코로나 대응이 단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코로나 사태는 잡을 수 있을지라도 경제문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여전히 심각한 수준에서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경기부양책은 떨어진 수요를 보충한다는 지원을 넘어서 기업의 생산성 하락과 고용창출력 저하 속에서 이를 대신하고 대체할 국가투자 활성화 계획에 집중해야 한다.

중국은 중앙정부에서는 이번 위기를 통해 2025년까지 5조~7조 위안(약 850조~1190조 원)의 인프라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8개 성(省)이 발표한 인프라 구축 계획에 따른 투자 규모도 33조 8300억 위안(약 5700조 원)에 이른다. 금융지원이나 생계대책 또는 기업구조조정 지원과 같은 역할에 머물지 않고, 국가 투자를 확대해 주요 산업 인프라를 끌고 나가면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도 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의 인프라 투자는 대공황 당시 뉴딜과 유사한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보다 구체적으로는 국제 시장에서 5G 등 신산업에 자국 자본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투자는 국민편익 증대보다는 인프라를 독점할 수 있는 대자본에 이익을 주고 결과적으로는 글로벌 과잉을 유발할 수 있다. 국가투자는 뉴딜과 같이 단순히 일자리 보전과 생계비 지원을 위해 공공근로를 창출하는 것도 아니고, 4대강 사업과 같이 아무데나 삽질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전기차 충전소, 5G망 건설 등 자본의 시장 확대를 위해 자본이 부담해야 할 사업을 국가의 자금을 들여 대신해 주는 것도 아니다.

국가 투자는 지금과 같이 민간투자율이 지속적으로 하강하고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는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 없고, 낮아진 고용률 속에 국가 고용의 확대로 이를 대체하고 지속시키기 위한 계획으로 고려된다. 따라서 국가 투자는 시장 영역을 구축하는 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생산적인 부문과 가치생산적인 부문에 투자되어 생산과 고용을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국가투자는 필수재와 관련하여 돌봄 및 가사 노동의 사회화, 기후위기 속 에너지 전환과 관련한 그린뉴딜, 기간산업 사회화를 위한 투자로 집중될 수 있다. 또한 이 같은 생산적 투자라야만 국가 재정을 동원하더라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없고 국가부채 논란에서도 근거를 가질 수 있다.


[후주]

1) 실제 GDP에서 잠재 GDP(한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한의 GDP)를 뺀 ‘GDP 갭’을 잠재 GDP로 나누면 ‘GDP 갭률’을 구할 수 있다. 과잉자본스톡은 GDP 갭률과 순자본스톡의 곱으로 추산할 수 있다. 여기서 마이너스 GDP 갭률 폭이 확대되면서 과잉자본스톡 규모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11151895320936
3) Global Financial Stability Report, IMF, October 2019
4) “문재인 정부 2년, 주택정책의 성과와 과제”(서순탁, 2019.5)에서 인용. 서울은 같은 기간 18.9% 상승했는데, 이는 뉴욕 등과 마찬가지로 OECD 국가의 평균 상승률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 2년간 10.3% 상승했다.
5) 경실련, 2019.11.28.
6)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935030.html#csidx9cd6621a14696609ad2b626a78348f9
7) “Should We Abolish Household Debts?”, Johnna Montgomerie, 2019.3.

<보론> 화폐와 재정, 투자의 사회화

화폐 가치는 화폐 수요와 사회적 필요 금량(유통수단의 필요량)에 의해서 결정되지 유통화폐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화폐로 표시되는 물가(물건의 가격)는 유통화폐량이 가격을 결정하지 않는다. 유통 중에 있었더라도 축장되지 않고 남은 화폐는 다시 은행으로 환류 된다. 화폐공급을 늘리더라도 화폐 수요에 따른 필요량(축장화폐 포함) 이외의 화폐는 모두 다시 은행으로 돌아간다. 따라서 국가와 중앙은행은 화폐를 공급할 수 있지만 화폐가치를 결정할 수는 없다.(화폐공급의 내생성)

현재의 통화는 금이나 상품의 형태로 가치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리저브(reserve)에 기반한 국정화폐이다. 관리통화제 아래에서 화폐 가치는 리저브의 가치와 리저브 구성을 둘러싼 국내외 금융시장과의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 금본위제가 사라지고 리저브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화폐 가치 결정도 다양해졌다(화폐권력의 외부화). 국고채가 주요 리저브 구성으로 들어오면서 미래 조세에 대한 청구권의 가치가 고려됐고, 달러 및 달러 표시 채권이 들어오면서 달러화 가치와 미 재무부 국채, MBS 등 달러 표시 채권의 가치 등이 자국 통화의 가치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됐다. 이에 따라 국채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부채율과 달러와 통화의 교환비율 즉, 환율 등이 화폐 가치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화폐 권력이 금융시장으로 이동했다). 이제 화폐 공급은 내생적으로 결정되지만 화폐가치의 변동에 따라 조건이 제한된다.

특히 개방경제 아래에서 리저브 구성이 국채 등 금융채로 구성되고 국가부채율, 환율 등 금유시장의 주요 작동 요인들이 화폐가치 결정에 영향을 미침에 따라 화폐 공급 권한은 세계 금융시장과 양분되었다. 이로 인해 화폐 공급은 (제국주의적인) 금융질서 속으로 제한되었고, 이를 둘러싸고 정치적 힘이 작용하는 투쟁의 영역이 됐다. 미국 등 기축통화국 대부분 자국 국채나 자국 통화 표시 채권 등을 리저브로 삼고 있고, 기축통화국이므로 외환시장의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에 통화 공급의 제한이 적다. 미국은 지난 2008년 경제위기에서 경제 교과서에도 없는 양적완화라는 수단으로 통화를 공급했는데, 미국 연준이 100년 동안 푼 돈(본원통화)을 단 2년 만에 풀었고, 2014년까지 4배를 풀었다. 그런데도 달러화 가치가 1/5이나 1/2로 줄어든다거나 하지 않고 가치변동 없이 기능하고 있다. 미국 달러가 미 국채와 교환되어 국가부채가 늘어나도 미 국채의 안정성은 미국의 지배력이 줄어들지 않는 한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 반면, 2010년 남부유럽의 경제위기가 터졌을 때 유럽중앙은행은 그리스에 대해서는 복지비 삭감 등 세출조정을 하지 않으면 일체의 자금지원을 못한다고 강조했고 실제 그렇게 되었다. 그리스 정부는 복지삭감 등 고강도의 긴축정책을 시행해야 했고 그리스 국민들은 경제위기 속 복지축소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감내했다. 하지만, 뒤이어 이탈리아, 스페인까지 위기가 번져 나가자 이들 국가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아무 조건 없이 국가 부채한도를 늘려주고 자금지원을 했다.

위와 같이 화폐 공급은 세계금융시장, 제국주의적인 질서 속에서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는 미국이 룰메이커로 작동하며 새로운 시기에 새로운 통화공급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이후 미국과 일본, 유럽 등 기축통화국이 양적완화를 마음대로 진행하자 이제는 다수의 신흥국에서 양적완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폴란드, 콜롬비아, 필리핀, 남아공, 체코 등 신흥국 중앙은행도 3월 중순부터 잇달아 대규모 양적완화를 선언했다. 한국은행도 RP(환매조건부채권) 무제한 매입으로 양적완화를 개시했다. 예전 같으면 인플레이션과 외환위기 발생 우려 때문에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 물론 지금도 신흥국 양적완화에 대해 위기신호를 보내고는 있지만, 과거처럼 쉽사리 외환위기를 벌어질 상황도 아니다.

또한 최근 미국 등 주요국 정부의 경기부양패키지는 GDP 예상 손실액의 상당수를 재정에서 메우는 형태이고 그에 따라 각국의 국가부채 비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미국 정부의 국가부채는 1조달러 수준이다(2019년말 기준). 코로나19와 경제위기 대응으로 2조2천억 달러의 집행이 결정됐고 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도 의회와 정부에서 논의 중이다. 인프라 투자가 결정되면 미국의 국가부채는 수년 내에 4배 이상 증가해 5조 달러 가까이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부양을 하는 주요국가들은 GDP 10% 수준의 재정 동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 위기에서는 양적완화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고, 이번 위기 대응에서 ‘재정 또는 정부부채의 화폐화(monetization)’를 다시 들고 나왔다. 현재의 질서 속에서 용인되는 재정확대의 범위를 잡은 것이다. 물론 이 기준도 경제위기의 심화와 확산 정도에 따라 바뀔 수 있고,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과 같이 세계 시민, 노동자들이 금융시장과 금융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요구하는 투쟁이 확대되면 화폐 공급 권한이 확장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화폐가 무한정 공급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래수요를 넘는 화폐공급은 대부자본(이자 낳는 자본)이 되어 금융시장에 머문다. 그마저도 남을 경우 다시 중앙은행으로 남는 돈이 돌아온다. 미국 연준 등 양적완화를 진행한 국가의 중앙은행에 초과지준이 쌓여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 자본의 일부는 MMF나 MBS, ABS 형태의 가공자본이 되어 부채를 확산시키고 위기를 불러일으킨다. (위기가 터지면 이 가공자본들이 현금이 되려고 하는 결제수요(화폐수요)가 폭발해 결국 돈이 마르기 시작한다.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아무리 많은 돈을 공급하더라도 공급한 것만으로 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가공자본의 결제수요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한편, 국가에 의한 화폐공급이 화폐수요 증가에 대응하면 화폐거래량(액)의 확대로 이어져 화폐가치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그런데 화폐공급을 통해 증가된 화폐수요가 영속적이지 않고 일시적이면 다음 기 또는 국가사업이 종료된 이후 높아졌던 화폐수요가 줄어든다. 그러면 현재와 같이 화폐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화폐가치가 하락한다. 즉, 국가가 화폐를 공급했기 때문에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화폐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에 화폐가치 하락한다. 하지만 이 화폐수요를 줄이지 않기 위해 국가가 지속적으로 재정을 투입한다면 국가부채를 영속적으로 증가시켜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따라서 국가의 화폐 지출(공급)은 수요 감소의 상황에서 현재 수요를 유지하는데 사용될 수 있으며(이 경우 시장이 정상화 할 때까지 일시적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새롭게 수요가 영속적으로 형성되는 부문 즉, 생산적인 투자의 화폐지출은 화폐거래수요에 맞게 화폐공급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화폐가치 변동과는 관계가 없다. 때문에 국가가 재정을 동원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거나 생산적인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정상적이다. 다만, 생산적인 부문에서 수요가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조건아래에서다. 여기서 신자유주의 주류세력에 문제가 되는 것은 인플레이션이나 국가부채 확대로 인한 통화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진실은 아니다. 이들에게 문제는 국가투자에 의한 시장 구축효과다. 민간 자본으로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영역에 국가투자가 진행되면 시장이 위축되고 수익률이 줄어들까 걱정한다. 그래서 시장형성에 도움이 되는 인프라 투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 투자, 생산수단을 사회적으로 유지하려는 국가 투자에 대해서는 경제가 무너질 것처럼, 사회주의 국가라도 되는 것처럼 반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