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투쟁부터 더시민당 비례까지…용혜인의 정치는?

[인터뷰]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용혜인

용혜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는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 투쟁을 겪으면서 사회운동을 시작했다. 2014년엔 세월호 침묵행진을 제안하면서 청년 운동가로 떠올랐다. 올해 1월 용혜인은 오랫동안 몸담았던 노동당을 나와 기본소득당을 창당했다. 그리고 기본소득당은 이번 총선에서 선거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했다. 용 후보는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5번에 지정됐다. 기본소득 실현이라는 국민의 열망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왔다고 말하는 용 후보. <참세상>이 용 후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출처: 김한주 기자]

세월호 ‘가만히 있으라’ 투쟁에서 주목을 받고 기본소득 정치인으로 성장, 지금은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권에 올랐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총선에 임하고 있나?

이전 총선에 출마한 적이 있는데 그때와 마음가짐이 다르다. 과거엔 전국을 다니면서 선거운동을 정신없이 치렀지만, 이번에는 특히 마음이 무겁다. 기본소득당이 처음 해보는 일이고, 앞으로 내가 할 일도 처음이다.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특히 기본소득에 대한 2만 당원의 열망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함께하고 있다.

더불어시민당이 선거연합정당이라고는 하나, 그 색채가 아주 옅은 상황이다. 많은 진보정당이 민주당과의 연합정당을 거부했는데, 기본소득당이 참여한 이유는?

나는 21대 국회가 해결해야 하는 다양한 의제와 가치를 중심으로 연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후에 시민을위하여(더불어시민당)에서 선거연합정당에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왔다. 우리는 이를 두고 당선 가능성에 대한 동등성, 의제 동등성, 홍보 동등성 3가지 동등성의 조건이 충족돼야 함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민을위하여는 이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기본소득당은 전국운영위원회를 열고 5:4로 (기본소득당과 더불어시민당의) 합의안을 최종 승인했다. 어려운 결정이었다.

총선 이후 기본소득당으로의 복귀 절차는 어떻게 되나? 그리고 더불어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총선 이후 당연히 기본소득당으로 복귀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시민당 쪽에 복귀 조건을 수차례 확인했다. 복귀 시기나 절차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다. 선거가 진행 중이고, 일단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본소득당은 처음 만들질 때부터 다양한 정치세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민주당보다 더 오른쪽에 있는 정당들도 우리에게 관심 있다, 함께 하면 좋겠다고 했다. 기본소득당은 원이슈파티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라면 민주당뿐만 아니라 어떤 정치세력과도 같이 할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확장되고, 민주당도 이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기본소득 논의를 (민주당과) 함께 진행하게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선거연합정당 참여로 기본소득당도 수도권 외 지역서 집단 탈당 등 내홍을 겪었다. 총선 이후 당 조직 재건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에 대한 방안은?

(선거연합정당 참여로) 탈당과 반발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조직이 크게 붕괴한 건 아니다. 은평, 고양 지역구에도 기본소득당 후보가 있다. 이곳 선거운동에 많은 사람이 결합하고 있다. 총선에 나서는 과정에서 전국의 활동 당원들과 총선 이후에 (기본소득당이) 어떤 과제를 가져갈 건지 논의했다.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2022년 대선까지 기본소득당의 조직은 이미 시작됐다. 이 조직을 어떻게 더 확장하느냐가 지금 우리의 과제다.

후보는 ‘전 국민 기본소득 월 60만 원’을 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왜 60만 원인가?

나는 2013년 알바노조 활동을 하면서 최저임금 1만 원 운동을 함께한 바 있다. 당시 최임 1만 원에 ‘근거가 없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금액이라는 부분에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2020년 기준으로 기초생활수급자 1인 가구 생계급여액이 52만 8천 원이다. 최소한 기본소득이라면 국가가 정한 중위소득의 30% 수준에서 정하는 것으로 안다. 그랬을 때 52만 8천 원에서 조금 더 높은 60만 원 수준의 금액을 산출한 것이다.

진보진영 내에서 기본소득은 건강보험, 기초연금, 장애인 지원, 빈곤층 기초 생활 보장 등 기존 복지 제도를 흡수하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존재하는데.

그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 복지 시스템, 사회 안전망의 강화 혹은 후퇴는 사회적 힘의 충돌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기본소득과 상관없이 사회안전망의 후퇴는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고, 더 강해질 수도 있다. 이는 기본소득과 별개의 맥락이다. 기본소득 도입이라는 과정이 노동자, 시민의 필요와 요구가 아닌 위에서 내리꽂는 방식이라면 그 가능성은 있겠다. 하지만 기본소득당은 아래서부터의 정치세력화를 통해 기존의 복지 제도를 후퇴시키지 않으면서 강화하는, 정치적 흐름을 만드는 기획이다. (진보진영의 문제 제기는) 공공의 영역에서 힘을 얼마나 만드느냐의 차이다. 이 지점에서 진보진영 모두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보다 힘이 많이 약해졌고, 국민의 지지나 신뢰를 받지 못한 면이 있지 않나.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노동을 통한 부의 창출, 자본주의 재생산 자체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몽상에 불과하다는 마르크스 경제학계의 지적도 있다.

지금은 사람의 노동을 통해 부를 창출하는 시대에서 변화하고 있다. GM은 60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비슷한 시가총액 순위인 페이스북은 GM의 5분의 1밖에 고용하지 않는다.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이 모두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람을 고용하지 않아도 자본이 돈을 버는 상황에서, 일해서 먹고살 수밖에 없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나는 진보진영이 모든 의제를 기존의 고용과 노동 영역 안에서만 다루는 게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이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보수적인 사람보다 진보적인 사람을 설득하는 게 더 어렵다. 노동 형태는 임금노동 영역 밖으로 벗어나 변화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사회에서 배제되는 이들이 점점 더 많아졌다. 지금 한국사회는 배제되는 이들과의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덜 일하고 더 여유롭게 살아가야 한다. 그 힘의 균형을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

후보는 그동안 기본소득 도입과 관련한 운동 이어왔다. 보편적 기본소득이 현재 한국사회에서 주요 논의 주제로 떠오르게 된 이유 내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코로나19 이전에는 4차산업혁명이 국민에게 삶에 대한 불안감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알파고와 이세돌이 대국했을 때 기본소득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대안에 대한 고민들이 등장한 것이다. 또 송파 세 모녀 사건, 새터민 사망 사건 등을 통해 우리는 선별 복지 시스템이 더 이상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을 거치며 보편 복지가 강한 힘을 얻었다. 재난기본소득이란 이름이 정책으로 떠오른 것이다. 예전과 달리 민주당도 보편적 기본소득을 얘기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불안정 노동을 하는 수많은 이에게 기본소득은 자연스러운 귀결인 것 같다. 기본소득당 2만 당원 중 80%가 10대, 20대다. 이들은 대부분 아르바이트 노동자, 학생, 비정규직, 간호조무사, 주부 등 생계유지가 어려운 청년이다. 이들에게 기본소득 60만 원은 절박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18~20세의 80%가 기본소득에 찬성한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후보는 기본소득 외에도 세월호, 노동당, 알바노조 등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했다. 후보의 진보정치 신념, 의제는 어떻게 변화했는가? 또 기본소득 외에 어떤 입법 활동들을 준비하고 있나?

나의 정치 신념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다만 과제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는 것 같다. 첫 사회운동의 경험은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투쟁이다. 그리고 2014년 세월호 투쟁은 나의 큰 변곡점이었다. 세월호 투쟁은 벌어진 일에 대한 대책과 수습이었다. 이는 필요한 일이지만, 너무 수세적이었다. 또 이런 일이 벌어지고, 또 수습과 대책을 요구하는 사회운동 구조가 답답했다. 그래서 수세적, 방어적 요구를 넘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 변화를 관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맥락에서 최소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기본소득이 논의된 것이다. 기본소득 외에도 다양한 사람을 존중하고, 인간에 대한 존엄을 지키는 법안들을 마련해나갈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후보의 진단은?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서 정부는 나름대로 잘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가 문제다. 이전의 경제위기는 금융위기 방식으로 터졌다면, 코로나19 이후는 실물경제 위기로 다가올 것이다. 실물경제 위기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런 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중요하다. 대다수 사람이 경제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 지금 재난기본소득과 관련해 ‘보편적 지급’이 국민적 합의를 얻고 있다. 이를 계기로 기본소득의 길이 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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