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뒤흔든 톨게이트 투쟁,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유

[인터뷰] <우리가 옳다> 저자 이용덕

톨게이트 노동자 투쟁을 기록한 책이 나왔다. 노동해방투쟁연대(준) 이용덕 활동가는 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이어진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투쟁에 연대하며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해고된 톨게이트 노동자 1,500명은 지난해 6월부터 7개월 동안 서울영업소 캐노피 고공농성,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 점거 농성 등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한국 노동운동사에 길이 남을 톨게이트 노동자 투쟁. 이 투쟁을 책으로 펴낸 이용덕 활동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옳다>, 이용덕, 숨쉬는 책공장 [출처: 이용덕]

책을 쓰겠다고 다짐한 계기는 무엇인가?

작년 11월 투쟁 과정에서 두 차례 구속될 뻔했다. 다행히 영장은 기각됐다. 구속되지 않아 끝까지 투쟁에 함께 할 수 있었다. 김천 본사 농성장에서, 20여 곳 민주당 의원사무실 농성장에서 노동자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톨게이트 투쟁은 여성, 비정규직, 장애인 노동자들의 현실을 드러냈다. 이 현실 속에 노동자들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투쟁을 만들었다. 소중한 투쟁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노동해방투쟁연대(노해투) 활동가로서 톨게이트 투쟁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인가?

6월 말 1,500명 집단 해고 이전, 청와대 앞 집회에 내가 참여했을 때다. 해고를 앞둔 노동자들의 열정, 당당하게 싸우려는 의지에 전율을 느꼈다. 또 여성 노동자 투쟁이라는 점에서 더 강한 인상을 받았다. 톨게이트 노동자 80%가 여성이다. 최근 여성 노동자들의 집단 투쟁을 보기 힘들었다. 또 문재인 정부의 자회사 정책은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 노동자들은 이를 두고 실제 직접고용이라는 대안을 얘기하며 스스로 투쟁을 만들었다. 여러모로 의의가 큰 투쟁이었다. 그래서 노해투는 모든 힘을 쏟기로 했다. 노해투는 6월 말부터 글, 영상, 카드뉴스를 통해 톨게이트 투쟁을 대중에 알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옳다>는 ‘노동의 가치’를 물으며 시작한다. 한국 사회가 톨게이트 노동을, 비정규직 노동을 깎아내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 사회는 경쟁의 지옥이다. 모든 사람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버티는 과정에서 비정규직화가 진행됐다. 그 결과 중년, 여성, 장애인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졌다. 한국 사회는 이 노동자들의 처지를 비정규직으로 이용했다. 사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노동이 없으면 고속도로는 정상적으로 굴러가지 못한다. 또 고속도로 운영은 핵심 국가기간산업이다. 한두 개 용역업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국가는 비정규직화, 외주화를 진행해 놓고선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데만 몰두했다. 그래서 이들은 여성, 장애인, 비정규직 3중의 굴레에 묶여버렸다. 정부와 사회는 이들의 열악한 처지를 이용했다. 얼마나 잔인한 체제인가.

한편에선 톨게이트 요금수납 업무가 사라질 직업이라고 말한다. 스마트톨링이 전면화되면 또다시 집단해고가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의 소멸,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기술이 발전한 일본도 고용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스마트톨링을 일부러 도입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은 이미 하이패스가 도입되던 때 수백 명씩 잘려 나갔다. 그런데 하이패스가 시행되고 일은 더 늘었다. 하이패스 관리 업무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스마트톨링도 마찬가지다. 요금수납업무가 줄어들 수 있지만, 스마트톨링과 관련된 새로운 업무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건 톨게이트 노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4차산업혁명이라면서 신기술, 자동화에 기여한 노동자들이 대안 없이 쫓겨나는 상황이다. 왜 노동자들은 자동화와 신기술의 성과를 가져가지 못하는가. 신기술 도입에 따라 노동자는 적은 시간 일하고, 노동 강도를 낮추며, 새로운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톨게이트 투쟁에 함께하고 있는 이용덕 활동가(가운데) [출처: 이용덕]

1천 명이 넘는 톨게이트 노동자가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서울영업소 캐노피에서, 청와대 앞에서 함께 움직였다. 당사자 전체가 함께 대응한 투쟁이었다. 이 투쟁이 당사자 운동으로 나아간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노조 조합원들의 자발성에서 그 힘이 터져 나왔다고 생각한다. 심하게 억눌렸던 용수철도 한 번 놓으면 세게 튀어 오른다. 노동자들은 수십 년간 억압과 착취에 억눌렸다. 매년 재계약 때마다 ‘자를 사람을 적어내라’는 회사를 견뎠고, 잘리지 않기 위해 피 터지게 미납 실적을 쌓았으며, 성폭력을 겪고도 말 한마디 못했다. 톨게이트 비정규직 노동자는 그야말로 파리 목숨이었다. 그 착취와 억압이 강했던 만큼 저항은 강렬할 수밖에 없었다.

관료적 통제, 조합주의가 한국 노동운동의 전진을 막는다고 본다. 반면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대부분 투쟁을 처음 겪었기 때문에 기존 운동의 관성에서 자유로웠던 측면이 있다. 적당히 타협하고, 대충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을 몰랐다. 동시에 그들은 ‘우리가 옳다’라는 대의를 가지고 싸웠다. 삶의 조건을 바꾸기 위해 도전에 나설 때 그 에너지는 상당하다고 느꼈다.

노동자들이 투쟁하면서 싸우는 이유를 하나씩 알아갔다고 썼다. 팔뚝질이 어색하다던 노동자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투쟁에 미적거리는 노조 지도부를 움직이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앎의 과정’은 어떻게 나타났을까?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수십 년간 노조와 거리가 멀었다. ‘노동조합’의 ‘노’ 자도 몰랐다. 하지만 뭉치기 시작하니까 말문이 터졌다. 모두가 겪는 현실이라고 깨달은 것이다. 또 수많은 집회에서 다른 노동자의 경험을 단시간에 습득했다. 한국잡월드, 코레일네트웍스 등 비정규직의 발언을 들으며 ‘우리만 옳다’가 아닌 ‘우리 노동자가 옳다’고 받아들였다.

그동안 노동자들은 먹고살기 바빴다. 여성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일이 끝나면 가사노동, 돌봄노동을 해야만 했다. 삶의 굴레에 갇힌 노동자가 노동자라는 이유로 세상을 보지 못한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공간이 열리니, 노동자들이 다양한 경험을 자유롭게 해석하고, 여기에 따라 세상을 바로 볼 수 있었다.

‘시험 쳐서 정규직으로 들어와라.’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들었던 비난 여론이다. 갈수록 강해지는 능력주의는 톨게이트 투쟁에 어떤 영향을 줬나?

한국 사회 이데올로기 지형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본다. 상당히 불리한 조건에서 직접고용 투쟁이 시작됐고, 이 문제에서도 자신감 있게 받아치기 어려웠다. 사회 전체 분위기가 그렇지 않은가. 한국의 능력주의는 자본가의 공정성 논리다. 이 공정성 논리가 주류를 이루고 영향을 더 확대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왜 시험만이 유일한 잣대냐’, ‘이강래는 시험 보고 들어왔냐’, ‘시험에 떨어진 사람은 능력 없다고 매도해도 되는 거냐’며 다소 수세적으로 싸웠다. 이에 대해 목소리를 키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미 한국 사회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열은 심각하다. 젊은 층에서 공정성 논리는 공고하다. 이를 뚫지 못하면 단결하기 어렵다. 노동자운동이 젊은 층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래서 더 열악한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면 문제는 풀린다고 본다. 따라서 능력주의는 톨게이트 투쟁만이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한 조합원이 ‘모든 노동은 평등하다’고 말하는 장면을 기억해야 한다.

톨게이트 투쟁에서 민주노총의 역할은 무엇이었고, 그 역할을 어떻게 수행했다고 판단하나?

노동자들의 김천 본사 점거는 투쟁의 승부처였다. 민주노총은 이때 강력한 연대 투쟁을 만들었어야 했다. 민주노총은 톨게이트 투쟁 현장에서 대의원대회, 노동자대회를 열긴 했지만, 그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투쟁의 돌파구를 만들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런 부분이 아쉽다. 이는 단지 노조 상층 지도부만을 탓할 게 아니다. 이 투쟁을 전체 노동자의 운동으로 발전시키지 못한 운동진영의 책임도 있다.

  톨게이트 투쟁 선전전에 참여하고 있는 이용덕 활동가(왼쪽) [출처: 이용덕]

더불어민주당 이강래가 이번 총선에서 낙선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이강래 낙선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톨게이트 투쟁이 민주당과 정부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은 것 같은데.

톨게이트 투쟁은 정확히 민주당과 정부와 맞서 싸운 운동이다. 그리고 그 투쟁을 전진시켰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9월 본사 점거할 때 경찰 구사대와 맞서 기세를 높였다. 톨게이트 투쟁이 정점을 찍은 순간이다. 경찰도 실제 작전판을 가동하며 정리하고픈 마음이 있었는데, 노동자의 기세에 밀려 실행되지는 않았다. 동시에 비정규직 투쟁이라는 사회적 정당성도 따랐다. 실제 작전에 들어갔을 때 정부가 감당할 몫이 컸다는 뜻이다. 정당성과 힘을 가질 때 저들은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투쟁이 안고 있는 힘이다.

톨게이트 투쟁이 한국 사회에 남긴 것은 무엇일까?

선정적으로만 다뤄질까 봐 책에는 많이 담지 않으려 애썼는데, 경찰에 맞선 상의 탈의 시위는 투쟁의 중요한 장면이다. 아직 많은 노동자가 이에 대해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1976년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가 상의 탈의 시위한 역사가 있다. 극한 상황에 내몰린 투쟁이 40년을 지나 반복된 것이다. 경찰의 폭력도 변한 것이 없고, 노동자의 현실도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처절했던 투쟁은 한국 사회에 많은 것을 남겼다. 시험의 논리는 공정한 것이 아니다, 여성도 싸울 수 있다, 자회사는 정규직화가 아니다. 우리가 이 투쟁을 통해 기억해야 할 것들이 많다.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글재주가 부족해 잘 담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노동자의 소리를 담으려 했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떤 꿈을 안고 싸웠는지, 어떤 벽에 부딪혔는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알려준 투쟁이었다. 이 책을 통해 노동자의 고통뿐만 아니라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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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저씨

    노해투의 글이 현중노조를 비판하는 글을 봤는데 "개실망"을 하고 말았습니다. 자신들은 빽 좋은 법률에 의존한 채 노조는 투쟁하지 않는다는 비난조이니 자신들의 얼굴에 침 뱉는 격 밖에 되지 않았지요.

  • 법인분할저지

    법인분할 소송 취하 비판 글 말하는 것 같은데 노해투 지적은 타당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소송을 취하하는 건 작년 투쟁 정신과 거리가 멀며, 스스로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민주노조 원칙을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합시다.

  • 분탕 아저씨

    야 좀 모지란 소리 좀 하지 마라. 꼭 무식한 새끼들이 법률로 모르면서 법률한테 미룬다니까. 일마 ㅎㅎㅎㅎ니 같이 무식한 노미 소송하자고 하면 법률을 많이 아는 사람들은 노력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하지, 노조가 하면 잔머리 굴리나 쯤으로 생각하겠지, 그런데 노해투는 그래도 배운 사람들은 단체라서 그런 말을 하면 욕부터 듣는 것이다. 알겠냐 게무식한 "새꺄," 그리고 현중은 수십년 동안 인수, 합병을 해왔는데 일관성이 없으면 되냐 판례도 수십장은 되겠다 개무시칸 자석아.

  • 아저씨

    노해투가 그런 말 하면서 뭐라고 그랬냐 싸움이 된다고 그랬지. 결국 그거에 머물라고 단체를 꾸렸다냐. 그럼 노해투가 난장판 구성하는 사람들이냐

  • 아저씨

    그리고 너 나한테 말 걸지 말라고 그랬지, 내가 저승갈 때까지 너 정도는 만날 일이 없다니까. 아직도 날 모르냐. 난 한번 말을 하면 지키는 성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