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성폭력 사건 대응… ‘아묻따’ 제명은 옳은가?

안희정과 오거돈, ‘정치권 위력’으로 성폭력 저질러…지난 2년간 민주당 자정 노력했나

더불어민주당이 성추행을 저지른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당 윤리심판원 회의 20분 만에 제명 징계하면서 손쉽게 꼬리를 자른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무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소위 아묻따 제명이라는 조롱도 나온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 이후 다시 터진 성범죄 사건이지만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대책이 빠진 손쉬운 처리 방법을 택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 27일 만장일치로 오 전 시장을 제명했다. 회의에는 재적위원 9명 중 6명이 참석했으며 오후 2시경 시작된 회의는 20분도 채 되지 않아 끝났다. 임채균 윤리심판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전체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안이 워낙 중차대하고 본인도 시인하는 사안이라 제명 의결했다”라며 “(현장조사도) 나름대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앞서 2018년 3월 5일, 비서를 성폭행했다는 폭로가 제기된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해서도 폭로 당일 출당·제명하는 절차를 밟았다. 당시 민주당은 그날 새벽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안희정 도지사에 대해 출당 및 제명 조치를 밟기로 하고, 이러한 결정은 만장일치로 진행됐다.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 사태 이후 민주당은 당 내 젠더폭력대책TF를 당 내 특별위원회로 격상하고 안 지사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당 내외에서 성폭력 사건을 두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2차 가해가 시작되자 남인순 젠더폭력대책TF 위원장은 2차 피해 중단 촉구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민주당, 안희정 성폭력 사태 이후 뭘 했나

하지만 피해자 김지은 씨를 지원했던 단체나 활동가들은 “민주당은 피해자 보호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사건 해결을 위해 피해자 편에서 발 벗고 나선 적은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김지은 씨는 일자리를 잃었고, 민주당 인사와 안희정 전 지사의 지지자들로부터 2차 가해에 노출됐으며, 재판 공방에 꼬박 2년을 보냈지만 민주당의 보호나 지원은 없었다.

일례로 충남도청 별정직 비서였던 김지은 씨는 미투 다음날 면직됐다. 남궁영 충청남도 행정부지사는 2018년 3월 6일 오전 “피해자인 김지은 씨에 대해서는 본인 의사를 존중해 거취를 결정”한다고 언론 기자회견에서 발표했지만, 같은 날 오후 충남도청 인사과로부터 ‘금일 3.6일자로 비서직 면직 절차가 진행된다’는 내용을 이메일과 문자로 통보받았다.(1)

민주당 안팎의 2차 가해도 심각했다. 김지은 씨는 자신의 책에서 2차 가해로 인한 고통들을 직접 밝히고 있다. 김 씨는“그들의 손가락에서 나오는 몇 줄의 글 때문에 나는 죽어갔다. 가혹한 댓글들은 억지로 입에 부어지는 락스 같았다. 너무 억울했다. 내 몸을 계속 찌르는 그 몇 마디의 흉기는 나와 가족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있었다. 당신들이 하는 행위는 살인과 같다. 칼을 함부로 휘두르지 말라. 그것은 범죄다.”(2) 라고 썼다.

2차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 중 한 명은 현재 민주당 이후삼 의원의 보좌진 A씨다. 2018년 5월 전국성폭력상담협의회는 A씨를 김 씨에 대한 2차 가해로 경찰에 고발했다. A씨는 안 전 지사 성폭력 관련 기사에 김 씨의 사생활을 거론하며 악플을 단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또한 김지은 씨의 후임으로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가 된 인물로 성폭력 사건 1심 재판에서 안 전 지사 측 증인으로서 김 씨에 대한 왜곡된 증언을 하기도 했다. 이후 2018년 6월 보궐선거에 당선된 이후삼 의원의 비서로 재직 중이다. A씨는 그해 8월 김 씨에 대한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검찰로 넘어간 사건은 2년이 다 되어가지만, 검찰에선 아직 기소조차 하지 않고 있다.

배복주 정의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민주당은 안희정의 마지막 수행비서이자, 노골적으로 2차 가해를 저지른 A씨를 보좌진으로 두고 있는 당이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이후 당내엔 어떤 분석과 반성이 있었나”라며 “2년 만에 민주당 소속 광역 단체장이 또 성범죄를 일으켰다. 민주당 차원에서 그간의 노력과 대응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무조건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사과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라고 지적했다.

성폭력 사건 진상조사 없이 제명처리

발빠른 제명 처리를 두고도 일각에선 진상조사조차 하지 않고 징계를 마무리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징계라는 가장 기본적이고 쉬운 방법을 택해 가해자 소속의 정당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영역과 비교해봐도 정치권의 성폭력 사건 대응은 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미투 이후의 여러 사회 영역의 성폭력 사건 대응은 체계적으로 변화했다. 스포츠계, 공공기관 등을 살펴보면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전수조사를 하기도 한다. 가해자와 유사한 우월적 지위를 가진 인물로부터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자료를 만들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집단을 상대로 인권 교육도 한다. 신고 창구를 상시적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또 가해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을 넘어서 자체적 징계, 제재에 나서고 피해자를 지원하고, 배상하고, 지위를 복권하기 위한 조치들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기관들이 선도적으로 성폭력 사건에 대응하고 있는데 민주당엔 이런 종합적 기구가 당장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전수 조사를 비롯한 진상 규명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공천 시스템 전면 개편, 정당 내 젠더 및 인권 교육 등 종합적으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인순 젠더폭력근절대책TF단장이 지난 29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젠더폭력근절대책TF 1차 회의에 참석하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더불어민주당]

한편 29일 민주당은 젠더폭력근절대책TF 1차 회의를 열고 “성인지감수성 확립과 조직문화 혁신에 앞서기 위해 교육을 체계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남인순 젠더폭력근절대책TF 단장은 “민주당은 젠더폭력을 근절하고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뼈를 깎는 심경으로 노력하겠다”라며 “성평등한 정당을 이룩하기 위해 당 규정 등 시스템을 점검하겠다”며 “공천기준을 강화하고 윤리규범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또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를 상설화된 기구로 만들겠다”며 “(센터를) 당 사무총장 산하 상설기구로 운영해 당내 성폭력 문제에 무관용 원칙을 관철하겠다”고 설명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이후 당 차원의 후속 조치와 오거돈 성추행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 계획 등을 묻기 위해 민주당에 연락했지만 공보실은 “(공보실엔) 그 물음에 답할 사람이 없다”라고 답했고, 민주당 대변인과 젠더폭력근절대책TF 단장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각주>
(1) ≪김지은입니다≫, 김지은, 봄알람, 2020.
(2)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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