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 키운 ‘포르노 산업’, 황금알을 낳았다

[이슈] 성착취 산업의 포주들

“포르노그래피에 명시된 남자의 성적 지배 제도 안에서는, 욕망이나 생식을 실현하더라도 출구도 구제도 없다.

여자의 섹스는 부당하게 사적인 용도로 공급되고, 여자의 몸은 소유된다. 여자는 사용되고, 경멸된다. 포르노그래피는 그것을 행하고, 그리고 포르노그래피는 그것의 정당성을 입증한다.

포르노그래피에서 남자의 권력은, 제국주의적인 권력, 잔학하고 오만한 지배자-권력의 쾌락과 쾌락의 권력을 손에 넣으려고 끊임없이 약탈과 정복을 하는 지배자-의 권력이다.”

안드레아 드워킨,
《포르노그래피(여자를 소유하는 남자들)》 부분발췌


텔레그램 N번방에서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노예’라고 지칭했다. 피해자들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찍도록 하고, 그것을 팔아넘겨 수익을 얻었다. N번방 안에서 여성은 남성의 성적 지배를 받는 성적 노예로서 다뤄졌다. 가해자들에게 성적인 쾌락은 곧 여성에 대한 지배와 정복, 그리고 노예화였다. 그리고 가해자들은 이러한 쾌락을 얻기 위해 어떤 죄책감도 없이 돈을 지불하고, 영상을 공유했다.

N번방은 그동안 남성 전유의 판타지물로서 거래되던 포르노가 범죄의 형태로 실제화된 사건이었다. 지금도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노예화하는 상업 포르노는 합법적으로 유통된다. 그것들은 성적 취향, 성적 판타지, 상상력 등을 내세우며 하위문화의 형태로 존재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 합법 혹은 불법적으로 생산, 유통되는 포르노그래피가 결코 ‘하위문화’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자본과 연결돼 하나의 산업이 됐고, 여성에 대한지배를 더욱 공공연히 하는 주류적 문화로 자리 잡았다. 과연 ‘여성에 대한 성적 지배’라는 판타지로 돈을 벌어들이는 성착취 산업의 몸통은 누구일까. 《워커스》가 자본이 만들어 놓은 포르노 산업의 구조를 들여다봤다.


1. 플레이보이

‘스와핑: 아내를 범해 주세요’, ‘밤마다 봉사하는 여동생’, ‘풍만하고 떡감 좋은 회사 여직원’, ‘정말 잘 주는 착한 사촌 동생’, ‘순결녀의 하체 적시는 야외섹스’, ‘거유 순종녀의 은밀한 출장 서비스’, ‘모든 한국남자의 욕망받이’, ‘D컵 20살 여대생 뜨거운 마사지 몰카’, ‘변태 교수님의 여대생 몰카’.

이것들은 웹하드 어딘가를 떠도는 불법 영상물이 아니다. 집 안방에 앉아 텔레비전으로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성인 방송이다. ‘포박되어 조교되는 000’이라는 영상물의 설명은 이러하다. “개목걸이로 연결된 채 섬세하고 아름다운 찹쌀떡 피부를 드러내고 온몸으로 봉사하며 쾌감을 탐한다.” 이제 세운상가를 기웃거리며 포르노 비디오를 구하러 다니던 시절은 지났다. 포르노를 찾아 굳이 이런 저런 인터넷 사이트를 떠돌며 공을 들일 필요도 없다. 스카이라이프나 LG헬로비전 같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게 매달 1만 원 남짓의 시청료만 지불하면, 집 안에서 합법적으로 이 같은 영상물을 시청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제목의 포르노를 송출하고 있는 성인방송 채널은 ‘플레이보이TV’다. 2002년 ‘스파이스TV’라는 이름으로 개국한 국내 최초의 성인방송 채널이기도 하다. 이곳은 미국 성인방송 ‘플레이보이TV’의 국내 독점권을 갖고 있다. 개국 초기 선정성 논란 때문에 ‘플레이보이TV’가 아닌 ‘스파이스TV’라는 이름으로 방송을 시작했고, 2014년에 ‘플레이보이TV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재런칭 했다.

‘플레이보이 그룹’은 미국의 크리스티 헤프너가 창립한 세계적 성인 미디어 자본이다. 이들은 90년대 후반, 국내 대기업들과 접촉하며 한국 진출을 시도해 왔다. 1998년 플레이보이TV는 대우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국내 포르노 시장에 뛰어드려 했지만, 사회적 비난으로 계획이 무산됐다. 그리고 2002년, ㈜씨맥스커뮤니케니션즈(이하 ㈜씨맥스)가 미국 플레이보이TV의 국내 독점 공급권을 갖게 되면서 플레이보이는 한국에 최초의 성인방송 채널로 뿌리내리게 됐다. ㈜씨맥스는 2002년부터 현재까지 국내에서 성인방송 플레이보이TV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초국적 자본의 진출로 국내 포르노 시장도 재편됐다. 이제 사람들은 허술한 삼류 아마추어 포르노물이 아닌, 자본이 만든 합법적인 포르노물을 당당하게 시청할 수 있게 됐다. 미국 플레이보이TV의 독점 공급권을 갖게 된 ㈜씨맥스는 곧바로 ㈜진두네트워크라는 회사에 30억 원에 매각됐다. 진두네트워크는 90년대 전국 검찰청 네트워크 컨설팅과 경찰청 시스템 개발, 2001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보 시스템을 구축한 전문 네트워크 기업이다. 200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이곳의 최대주주는 삼보컴퓨터(현 TG삼보) 의 관계사인 TG인포넷이었다.

2008년에는 ㈜씨맥스의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코스닥 상장사인 ㈜삼보산업은 그해 8월, ㈜씨맥스의 지분 27.29% (156만 800주)를 88억 886만 5천 원에 사들이며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에는 주주총회 의결권을 50%이상 초과 보유하며 ㈜씨맥스를 종속기업으로 편입했다. ㈜삼보산업은 현대자동차, 포스코, 현대제철을 주요 거래처로 두고 있는 알루미늄 합금 생산 전문 업체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삼보오토주식회사를 또 다른 종속기업으로 두고 있다.


플레이보이TV같은 성인방송은 자본에게 소위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지난해 기준 ㈜씨맥스는 ㈜삼보산업 전체 영업이익의 57.35%(42억 8500만 원)를 벌어다 줬다. 나머지 47.52% (35억 5100만 원)는 알루미늄 합금 사업이었고, 자동차 부품 사업은 적자를 봤다. 특별한 기계나 설비 투자 없이, 컨텐츠 유통만으로 채널 수익이 들어오니 자본 규모는 더욱 거대해진다. 실제로 2009년 79억 8762만 7000원이었던 ㈜씨맥스의 자산규모는 지난해 350억 9055만 4000원으로 4배가 늘었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도 상승세다. 2009년 67억 5774만 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84억 7230만 원 으로, 당기순이익은 15억 원에서 35억 원으로 늘었다.


㈜씨맥스는 ㈜레드언더미디어라는 영상 제작업체를 100%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레드언더미디어가 성인물 제작을 맡고, 씨맥스가 배급을 하는 구조다. 현재 ㈜씨맥스의 대표이사인 이 모 씨는 과거 벤처 캐피탈리스트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삼보오토와 레드언더미디어에서 각각 감사와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2. 미드나잇

또 다른 성인채널 ‘미드나잇’은 국내 거대 미디어 그룹인 ㈜KMH가 보유한 채널이다. ㈜KMH는 ㈜아시아경제, ㈜KMH하이텍 등 3개의 코스닥 상장사와 ㈜아경미디어 등 25개 비상장 회사, 5개의 해외회사를 거느린 미디어계의 거대 자본이다. 이들은 플레이보이TV와 함께 2002년 성인방송의 첫 발을 뗀 포르노계의 개국공신이기도 하다.

최상주 전 KMH회장은 2000년에 미디어앤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설립해 방송시장에 뛰어들었다. 여기서 성인방송 미드나잇 송출 사업을 시작했고, 이는 KMH가 현재의 미디어그룹으로 확장하는 발판이 됐다. 미드나잇은 개국 초기부터 잇따른 선정성 논란에 휘말렸다. 개국 1년 만에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6개의 프로그램이 제재 조치를 받았다. 당시 방송위는 미드나잇을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등록취소까지 밀어붙이겠다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해당 채널은 벌써 18년째 성인 포르노를 버젓이 송출하고 있다. 현재 미드나잇이 방영하는 영상물 역시 ‘새내기’, ‘20살’, ‘여대생’, ‘아줌마’, ‘여직원’ 등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제목의 포르노물이다.

현재 미드나잇 채널은 ㈜엠엔씨넷미디어(이하 ㈜엠엔씨넷) 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KHM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종속기업으로, 미드나잇을 포함해 엠플렉스, 디원, 다큐원 등 4개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KMH의 성장 발판이 된 ‘미드나잇채널’은 여전히 그룹 차원의 매출을 책임지는 알짜배기 회사다. KMH의 연간 매출액 900억 원 중, 약 70억 원은 ㈜엠엔씨넷의 몫이다.

채널 수익에 따른 현금은 꼬박꼬박 ㈜엠엔씨넷의 이익잉여금으로 쌓인다. 자본금 10억 원짜리 회사인 ㈜엠엔씨넷의 지난해 이익잉여금은 247억 3750만원에 달한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다소 줄어들었음에도, 이익잉여금만은 2016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업계에서 ㈜엠엔씨넷은 규모면에선 중위 수준이지만, 수익성과 안정성은 최상위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금을 쌓아둔 알짜배기 회사다보니, 총수일가가 운영하는 회사에 수십 억 원의 돈을 몰아주기도 한다. 지난 2018년 KMH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엠엔씨넷은 경영컨설팅 업체인 제이더블유씨인터내셔널에 42억 4040만 원을 지출했다. 제이더블류씨인터내셔널은 최 회장의 부인이 운영하는 업체다.


현재 ㈜엠엔씨넷의 대표인 이 모 씨는 KMH의 채널사업 본부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2017년 3월에는 한국케이블TV 방송협회가 주최한 ‘2017 케이블 방송대상&케이블쇼’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엠엔씨넷의 비상무이사인 김 모 씨는 KMH에서 방송본부장과 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사)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의 임원이기도 하다.

한편 최상주 전 회장은 KMH 설립 전 유망한 청년 정치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90년대 이종찬 전 국회의원 보좌관을 비롯해, 김대중 대통령 정책전문위원과 인수위원회 위원장실 전문위원, 국가정보원 정보원장 비서관으로도 활동했다. 김대중 정부 당시 언론으로부터 ‘주목해야 할 인물’, ‘미래를 짊어질 젊은 정치인 100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후 KMH를 설립해 미디어뿐 아니라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와 골프장까지 사업을 확장시켰다. 하지만 2019년 5월 내부 비리 및 성접대 파문으로 회장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사업 파트너로부터 31번에 걸쳐 성접대를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성적 비하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사퇴 이후에도 여전히 KMH의 17.64%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다.

3. 비키

국내 최대의 정보통신기업인 KT도 민영화된 이후 포르노를 주력사업으로 키웠다. KT의 전신은 1981년 창립한 한국전기통신공사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3월 정부가 지분을 매각하면서 완전 민영화됐고, ㈜KT로 상호를 변경했다.

그리고 2002년 3월, KT는 민영화와 동시에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를 정식 출범시켰다. KT스카이라이프는 ‘고품질의 디지털 콘텐츠 제공’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내 유일의 위성방송 사업자였다. 하지만 KT스카이라이프는 같은 해 개국한 스파이스TV와 미드나잇 채널 등의 성인채널을 주력상품으로 만들며 수익 확대를 꾀했다. 국내 유일의 위성방송사업자인 KT스카이라이프는 방송법에 따라 성인방송을 독점적으로 송출할 수 있었다.

당시 KT스카이라이프는 가입자 확대를 위해 성인방송 3개월 무료 서비스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성인방송을 접근성이 좋은 채널로 배치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이듬해인 2003년에는 야간에만 방송해 온 성인방송을 주간으로까지 확대시켰다. 2004년에는 아예 자체적으로 성인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해 2월에 설립된 스카이라이프TV(이하 스카이TV)는 ‘비키TV’라는 성인채널을 운영하는 스카이라이프의 자회사다. 스카이TV의 최대주주는 77.73%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KT스카이라이프다. 2대 주주는 KT(14.85%)이며, 3대 주주는 ‘미드나잇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KMH(7.42%)다.


현재 스카이TV는 성인전용 ‘비키TV’와 어린이 전용 ‘키즈톡톡플러스’를 포함해 9개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스카이TV의 자본금은 설립 초기 30억 원 가량에서 지난해 202억 원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자산규모 역시 같은 기간 165억 원에서 583억 원으로 3배 이상 늘었고, 매출액은 11억 원에서 566억 원으로 무려 51배가 증가했다. 스카이TV의 대표이사는 KT스카이라이프의 윤용필 콘텐츠융합사업본부장이 겸직하고 있다.


한편 KT는 방송 채널뿐 아니라 모바일을 통해서도 포르노를 공급하고 있다. 올레TV모바일에서는 플레이보이, 미드나잇, 비키TV를 비롯한 성인방송 채널을 시청할 수 있으며, 자체적으로 월정액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KT가 제공하는 성인용 영상 대다수는 ‘야들야들한 20대 여대생 속살’, ‘노콘섹스 좋아하는 클럽녀’, ‘남자에게 잘 주는 물 좋은 그녀’, ‘상사에게 조련 받는 그녀들’, ‘묶인 채 헐떡이는 글래머’ 등 여성에 대한 남성의 성적 지배를 강조하는 포르노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