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윤리심판위, 성희롱 혐의 정종길 안산시의원 징계할까

시의원 성희롱 및 갑질 피해자들, 윤리심판위 출석해 정 의원 징계 요청

  25일 지회 관계자들이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5일 오후 안산시립국악단 여성 단원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했던 정종길 안산시의원(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의 윤리심판위원회가 열렸다. 윤리심판위원회는 오늘 중 결과를 낼 예정이다. 한편으론 이 같은 징계 절차가 4개월가량 길어진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제명이 20분 만에 처리된 것과 비교되면서 집권여당이 대형 정치인이 연루된 성폭력 문제에만 관심을 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위원회는 오후 2시 20분부터 시작한 회의에서 안산시립국안단 소속 피해자들, 공공운수노조 경기문화예술지부 안산시립예술단지회 관계자들을 불러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지회와 피해자들은 정 의원에 대한 제명 처리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차원의 후속 대책을 요구했다. 정 의원이 성희롱 뒤에도, 피해자를 상대로 협박을 일삼은 점 등 심각한 죄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 의원이 민주당에서 제명된 후에도 앙심을 품고 안산시립국악단을 상대로 한 갑질을 하지 못하도록 정당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안산시립예술단지회에 따르면 정종길 의원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성희롱, 갑질, 노조탄압 피해를 입은 단원은 17명 정도다.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정치에 입문한 정 의원은 그해 11월 있었던 외국 공연 뒤풀이 자리에서부터 여성 단원에 대한 성희롱을 시작했다. 당시 안산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이었던 그는 처음 만난 젊은 여성 단원 A씨에게 자신과 출신 지역이 가깝다며 자신을 ‘오빠’로 불러 달라고 했다. 정 의원은 또 A씨에게 본인이 서명한 5만 원권 지폐를 건네며 “네가 진짜 힘들고 어려울 때 가지고 오면 100배로 불려 주겠다”고도 약속했다.

이 밖에 다른 여성 단원들도 정 의원으로부터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일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지회가 정리한 피해 사실을 살펴보면 정 의원은 여성 단원의 어깨에 양손을 올리며 ‘오빠가 이렇게 손 올리면 기분 나쁘냐’고 물었다. 또 다른 단원에게도 손을 만지면서 ‘이게 성희롱이냐’라고 물었다. 지난해 예술단원 중엔 회식을 하러 가는 길엔 ‘정종길 의원이 XX씨 옆자리에 앉겠다고 하니 회식에서 옆자리 비워두라’ 등 부당한 전화를 받았던 사례도 있었다.

이에 안산시립예술단에서는 노조 결성으로 정 의원의 성희롱 및 갑질 대응을 준비했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정 의원은 협박성 발언을 일삼으며 노조 결성을 방해했다. 노조 결성 준비 당시인 지난해 5월, 수석과 차석을 집합해 노조를 설립하면 (당신을) 해촉할 수 있다, 안산시 공무원들이 징계를 받는다고 협박했다. 실제로 “지금처럼 섣불리 나오면 문화국장, 예술국장 우후죽순처럼 날아간다”고 말하는 정 의원의 녹음된 음성이 공개되기도 했다. 같은 해 6월 초엔 성희롱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을 찾아 입을 찢어버리겠다는 말도 했다. 노조 결정을 주도한 남성 단원을 가리켜 "팔, 다리 잘라 버리겠다" 등의 폭언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오랜시간 곪은 성희롱 문제…2차 가해도 상당했다

성희롱 사건을 방치하며 2차 가해도 더해졌다. 지난해 말, 문화복지위원회의 시립예술단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도 하나의 일화다. 안산시 공무원들은 예술단이 시의원을 일방적으로 비방하고 다닌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또 올해 초엔 안산시의회의 송바우나 운영위원장 외 4명이 안산시 안산시립합창단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를 입법예고해 단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단원들은 “합창 단원들의 재위촉 기준을 강화해 고용을 불안하게 하고 안산시예술단운영조례 폐지로 국악단을 없앨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초 정 의원 관련한 보도가 나오고 문제가 불거지자 송 운영위원장은 지회 관계자에게 ‘신중하게 행동해달라’ ‘나에 대한 페북 차단 자체를 검찰에 증거 자료로 제출하겠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오거돈 즉각 제명한 민주당, 시의원 성희롱은 왜 수개월간 감감무소식이었나?

  25일 지회 관계자들이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민주당이 책임을 회피했다는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정 의원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한 여성 단원 B씨는 “민주당이 이 사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지 잘 모르겠다”라며 “민주당의 경기도당 윤리심판위원회는 제명 처리 결과를 피해자들에게 즉각 공유도 하지 않은 채 미적거렸고, 민주당 중앙당 윤리심판위는 3개월이 지나서야 피해자들을 불러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라고 비판했다.

지회 관계자는 “정종길 시의원은 직접적인 사용자도 아니어서 부당노동행위도 성립하지 않는다. 정치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자 성희롱으로 단원들의 피해가 극심했다. 노조를 설립하고, 인권위에 진정을 넣는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하고 있는데 집권 여당이자, 정 의원의 소속당인 민주당은 오거돈 시장 사건과는 다른 태도로 우리 사건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라고 아쉬워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민주당은 민주당 소속 공직자를 윤리심판위에 회부하기 위해선 당원이 직접 청원해야 한다고 했고, 이에 따라 민주당 당원 자격을 가진 한 피해자가 민주당 경기도당에 정 의원을 고발했다. 민주당 경기도당은 지난 2월 14일 정 의원 제명을 결정했으나 정 의원의 불복으로 이 사건은 중앙당 윤리심판위로 넘어갔다.

피해자들은 4월이 돼서야 민주당 중앙당으로부터 조사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빠른 조사를 바라는 피해자들에게 ‘인권위 진정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 ‘코로나19, 총선 등으로 빨리 처리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5월 9일에서야 윤리심판원 1명이 배석한 첫 회의가 열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