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의 밤, 성주, 2018

[reboot]

  소성리의 밤, 성주, 2018
소성리 마을의 밤이 찾아왔다. 여느 때와는 다른 적막함과 어둠이 마을을 감싼다.


  진밭교의 밤, 성주, 2018
일생에 겪어보지 못했을, 길고도 차가운 밤의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들.


  진밭교의 밤, 성주, 2018
일생에 겪어보지 못했을, 길고도 차가운 밤의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들.


  진밭교의 밤, 성주, 2018
일생에 겪어보지 못했을, 길고도 차가운 밤의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들.


  소성리의 밤, 성주, 2017
매일 밤 주민들은 마을회관 앞에 모닥불을 켜고 모인다. 기지로 올라가는 차량을 검문검색하며 육로를 내어주지 않았다.


  연봉리의 밤, 성주, 2017
사드장비가 들어갈 마을 길을 주민들이 막아섰고, 더 많은 주민들과 연대자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경찰들 또한 길을 막아섰다. 서로가 가 닿을 수 있는 길들, 가 닿아야 할 말들이 막혀 버렸다.


  127번 농성장, 밀양, 2014
행정대집행이 예고된 전날 밤, 사람들은 산 속 농성장에 숨죽여 누워있다.


  하제마을, 군산, 2019
새만금간척사업으로 바다가 닫히자 생계를 잃어버렸다. 미군기지확장으로 가로등의 불빛마저 잃어버렸다.


  Good night, 성주, 2017


  회견이 끝난 후, 성주, 2019
주민과 연대자들은 다시 시작된 국방부의 사드 기지공사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Good night, 성주, 2017


  Good night, 성주, 2017


  Good night, 성주, 2017

‘저마다의 일생에는, 특히 그 일생이 동터오르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 순간이 있다.’¹⁾

여명의 황새울²⁾ 은 그러한 한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평택미군기지가 확장될 무렵, 그 풍경들이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다. 대추리의 노을 진 황새울 들녘, 달 빛 아래 고개 숙인 벼들, 불타는 논밭과 뜨거운 아스팔트 위 새까만 전투경찰의 군홧발. 스크럼을 짠 방패들 위로 헬기들이 요란스럽게도 날아다녔다. 수많은 사람들이 평택으로 찾아와 함께 걷고, 싸웠다. 대추분교가 부숴 지고 마을 안의 집들이 무너지는 풍경들 또한 잊혀 지지 않는데, 정작 마을 주민들의 얼굴이 그려지지가 않는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일본군기지가 미군기지로, 그 미군기지가 다시 확장되는 데는 그렇게 어지러운 풍경들이 있었다.

햇살이 따가운 오후의 한 때였다. 20년이라는 시간이 만들어 낸 사람들과 공간들 사이에 나는 서 있었다. 노신부의 머리털과 수염은 더욱 새하얘졌고, 기지를 둘러싸고 있던 집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그나마 남아 있는 집 안에는, 이상하게도, 방금 전까지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듯 식탁이며 그릇, 현관의 신발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어디로 갔을까, 아니 어디로 사라졌을까. 집 밖에서는 귀를 찌르는 듯 한 전투기의 비행훈련 소리가 공터를 가르고 있다. 군산에서 오후의 한 때 주민들은 사라진 채 집들만이 냉기를 품고 있었다.

밤은 금새 찾아 왔다. 그러나 아침이 올지는 알 수 없었다. 차가운 밤의 시간은 그렇게 길고도 깊다. 소성리의 여섯 밤 동안 모든 길이 닫혔다. 골짜기 마을의 적막을 깨고 사이렌소리와 희고 붉은 강렬한 불빛이 사방을 흔들었다. 마을회관 앞 도로에는 전투경찰과 주민들이 뒤엉켜있었다. 경찰의 경고방송과 주민들의 비명소리, 결사 항전 하겠다는 구호들도 서로 부딪혀 갈 곳을 잃었다. 이 아수라장을 가로지르며 THAAD³⁾ 레이더와 미사일이 골짜기 위로 올라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민들이 봄나물을 캐고 나무를 하러 다니던 산길은 철조망으로 둘러싸였다. 성주에도 미군기지가 들어선 것이다.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이미 사라져 버린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 더욱이 사진을 통해 그 것을 말하고자 함은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작전’을 수행하는 성주의 여섯 밤 동안 사람들은 추위에 떨었고, 응급 후송되기도 했다. 여러 밤을 지새우며 나는 그 옛날 평택의 대추리를 생각했고, 사라지지 않는 장면들이 떠올랐다. 군산의 기지를 찾아가게 되었고, 여전히 확장 중인 기지 앞 아무도 없는 빈 집 앞에서 대체 나는 무얼 하고 있는가를 묻곤 했다. 얽히고설킨 시간들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사라진 것들을 소환해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반세기나 지난 전쟁이 만들어 낸 혹은 여전히 만들어 내고 있는 현실에 귀 기울이고 있다. 왜일까. 무엇이 달라질까. 성주에서 겪는 시간들은 그 무모함을 계속 떠올리게 한다. 생전 처음 가는 곳의 나와는 아무런 관계없는 사람들이 남긴 말들, 성주에서 그 여섯 밤 동안 주민들이 하고자 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를 찾고 있다. 우리의 일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먼 곳에 떨어져 있으므로, 오래 헤맬 것 같다.

여섯 번의 밤, 사라진 말들

비단 사라진 것이 말 뿐일까.
확장에는 멈춤이 없고, 소멸에는 책임이 없다.

¹⁾ 장 그르니에 「섬」
²⁾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둘러싼 주민 및 시민사회단체의 저항을 진압하기 위해 2006년 5월 4
일 경찰과 군대가 투입된 행정대집행. 그 작전명.
³⁾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체계의 핵심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