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인도공장 사고를 단신처리 한 언론사는

[1단 기사로 본 세상] 한겨레와 조선일보, 현장사진 싣고 비중 있게 보도

[편집자주] 주요 언론사가 단신 처리한 작은 뉴스를 곱씹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려고 한다. 2009년 같은 문패로 연재하다 중단한 것을 이어 받는다. 꼭 ‘1단’이 아니어도 ‘단신’ 처리한 기사를 대상으로 한다.

36년 전 인도 마디아프라데시 주 보팔에 있는 미국 살충제 공장에서 독성가스가 누출돼 최소 3700명에서 최대 2만 명이 숨졌다. 50여만 명은 이후로도 수십 년 동안 극심한 고통과 후유증을 겪었다. 우리가 ‘보팔 참사’라고 부르는 최악의 산업재해다.

미국 공장보다 못한 안전기준에 안전 설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경보체계도 엉터리였다. 보팔 참사는 유독물질로 인한 산업재해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려 이후 화학물질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보팔 참사 5년 뒤 살충제를 생산한 미국 유니언카바이드는 인도 정부에 4억7000만 달러(약 5734억 원)을 주는 조건으로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받았다. 큰 돈 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사망자 1인당 10만 루피(약 162만원)에 불과했다. 터무니없는 피해보상 탓에 아직도 법정 소송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7일 인도 보팔 남동쪽 안드라프라데시 주 해안도시 비샤카파트남에 있는 LG폴리머스 인디아 공장에서 유독가스가 유출돼 최소 11명이 죽고 1천여 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8살 아이 한 명도 숨졌다. 공장 인근 3km 안 주민들이 두통과 눈이 타는 듯한 고통에 호흡곤란 증상을 보였다. 인도 당국은 주민 5천여 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사고가 새벽 2시30분께 일어나 잠자던 주민들이 어둠 속에서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 유출된 스티렌(합성수지) 가스는 사람에게 노출되면 신경계가 자극받아 호흡곤란과 어지럼증, 구역질 증상을 일으킨다.

1961년 힌두스탄 폴리머스로 설립된 이 공장은 1997년 한국 기업인 LG화학으로 인수되어 LG 폴리머스 인디아로 이름을 바꿨다.

  한겨레 5월8일 2면 머리기사

  조선일보 5월8일 12면

인도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지난 3월25일 폐쇄했던 공장을 재가동하려다 이번 누출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인도 새노조이니셔티브(NTUI)는 안전보건법을 완화한 인도 국민당 정부와 한국기업 LG를 강력히 규탄했다.

NTUI는 이번 가스 누출사고를 중앙정부와 주정부의 잇따른 사업장 안전법 규제완화로 노동자가 훨씬 더 안전에 취약해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민간자본에게 면책특권을 인센티브로 부여해온 안전관리 부재 때문이란 거다. 기업들에게 ‘자율 규제’와 ‘자율 인증’ 권한을 주고 법 위반이 발견되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 온 인도국민당 정부의 무관심이 이번 사고를 낳았다. NTUI는 인도 정부를 향해 안전관리 ‘자율 규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NTUI는 코로나19로 인해 40일 동안 멈췄던 공장을 재가동하면서 탱크 2곳에서 화학반응 과열로 가스가 누출됐다며 이는 필요한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급하게 재가동하면서 일어난 사고라고 규정했다.

한국 언론도 이 사고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사고 다음날 한겨레는 2면 머리기사로, 조선일보는 12면에, 경향신문은 10면 등에 현장 사진과 함께 사고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5월 8일자 14면에 ‘印 LG화학공장 가스누출 13명 사망’이란 제목의 1단 기사로 간단히 소개하는데 그쳤다.

대신 동아일보는 같은 날 경제섹션 3면엔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첫 세계1위… 화학 넘어 과학 비전 선포’라는 제목의 머리기사를 실었다. 전형적인 LG화학 홍보기사다. LG화학이 만든 전기차 배터리가 1분기 세계시장 점유율 27%를 차지해 일본 파나소닉과 중국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Ltd)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 옆에는 LG전자에서 제공받은 휴대폰 홍보사진도 실었다.

  동아일보 5월8일 경제섹션 3면(위)과 14면

LG화학 인도공장에서 유독가스가 누출돼 사망자가 10명 이상 발생하고 수천 명이 대피했는데, 동아일보는 사고 소식은 1단 기사로 취급하면서 바로 그 회사 홍보성 기사는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사고 직후 LG화학은 신학철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한 끝에 전 세계 4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고위험 공정과 설비를 긴급 진단하겠다고 밝혔다.

‘보팔의 정의를 위한 국제운동(ICJB)’은 지난달 9일 “인도 마디아플라데시 주에서 나온 코로나19 사망자 가운데 17명이 보팔 사고 피해자”라고 밝혔다. 보팔 참사가 36년이 지났지만 그 때 피해 입은 사람들은 면역체계가 망가져 코로나19에도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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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아저씨

    오늘도 한국노동판 빠벨이 조명탑으로 올라갔다. 이번이 몇 번 째이냐. 임금노동자계급은 노동혁명당을 향하여 전력투구다!

  • 아저씨

    노해투야 긍께 잘 바바란 말여
    노연의 기사는 이중풀레인가 그것이 느껴지지를 않찮여. 근디 너그들 기사는 이중플레이가 느껴진다는 말이다. 노연 대가리들은 지들이 머 되는 줄 알고 착각 속에 빠져있지만 기사는 사회주의 사상과 노동자성이 일치하잖어. 아, 노해투는 파업경험이 없나보구나, 노연은 예전에 파업을 경험한 강점이 있어서 그렇게 좋은 기사가 나오는가보다.

  • 아저씨

    야, 노동자연대
    윤리강령하고 용어해설 빨리 닫아라 다른 곳으로 옮기던가, 또라이 자석들아. 그런 걸 창피한 지도 모르고 버젓이 올려놓냐. 지금 니들이 착각이란 세계에 빠져서 사는 거여, 덩신들아. 니들 대가리가 외댄가 나왔지. 아무튼 너네들한테 도움이 되는 내용이 아니니까 삭제를 하든가 다른 곳으로 옮겨라 90년대 초에 너네들 기사 보고 장단점을 약간 알았다. 그런데 구로공단 쪽에서는 니들을 또라이 취급하더라.

  • 점쟁이

    계속 놔두다간 너네들 큰 코 다치고 말거다, 그런 내용은 제아무리 잘되도 결국 되로 주고 말로 받고 마니까 마음 질끈 한번 먹고 삭제해라

  • 민담아저씨

    노연 가시네가 현대중공업 게시판에서 한 사람 만나가 짝짝궁거리더만, 그 가시네 소문이 원래 노동계가 아니라더구만. 그 가시네가 게시판 들어가니까 다른 가스나들이 움찔해가 고개를 팍 떨궈버리더라고, 하여간 대단한 가시넨가 벼, 근디 또 노연이 이제는 검찰하고 짝짝궁하더만, 하여간 세상 알라면 아직 멀었다니까. 그렇게 해서, 전국조직 다 갖춘 군소정당을 어떻게 따라가냐, 국가자본주의가 만병통치약이니까 그것 붙들고 있으면 장관도 하고 그것 이상도 하는 것이다냐. 옛끼 또라이들

  • 아저씨

    금속노조는 산하노조에서 파업하면 사진도 올리지 않는다. 전공노는 지역본부에서 지부장이 두들겨 맞아도 아무 말이 없다. 너네들 그러다가 훗날 어느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것 아니냐. 세상물정 많이 아니까 그럭저럭 노동계에서 밥 먹다가 민주노총 끝날 때 같이 끝나면 된다고 생각하는거냐. 그런데 뒤탈은 심한 것 아닌가. 맘 편하게 내리막길로 가는 것이 아닌가 보던데. 그정도 되면 현인 중에 현인일 거 아녀.

  • 흔한아저씨

    국회의원 수십명 앞에서 큰 소리를 아무나 치는 줄 아냐. 하태경 가볍게 보덜 말어라.
    ㅎㅎㅎㅎ얼굴 바라. 독종 중의 독종 같이 생겼잖어.ㅎㅎㅎㅎ그러니까 이 말은 자신의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이다.ㅎㅎㅎ우리 같이 흔한 사람은 그냥 보통사람, 평범한 사람, 무난한 사람을 좋아하지만, 하태경 같은 사람은 특출난 재능이 있는 사람이 잘 못 건드렸다간 골로 가는 것이다. 비난할라면 내 말 잘 새겨듣고 비난해라.

  • 흔한 아저씨

    안철수 이 정신나간 양반아.

    윤미향도 윤미향이지만

    일본이 다시 한반도를 지배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친일을 청산하지 못한 상태잖어

    그러니까 윤미향 사안은 정치사안도 아니잖어.

    친일이 그래서 심각한 거야. 가네들은 일본이 오늘 한반도로 들어봐도 아무 대책도 없고 환영할 정신을 갖고 산단 말이여.

    정치 그렇게 할라면 이 괴시꺄 돈이나 벌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