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민주노조를 습격한 정부-기업의 ‘창조적’ 공작

[이슈] 노조파괴 10년, 국가는 처벌받지 않았다

  2019년 11월 19일 세종로 소공원에서 전교조 해고자들이 집단 삭발했다. [출처: 김한주 기자]

“오전 10시에 직위해제를 통보받았습니다. 세월호 1주기 직후였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인사할까 고민하다 점심시간에 우리 반은 특별히 기념사진을 찍겠다고 했습니다.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교정에서 다 같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학부모님께 보내는 편지를 썼습니다. 편지에 학교를 떠나게 되었다, 재판 잘해서 꼭 돌아오겠다는 내용이 있으니 애들이 울기 시작하더라고요. 다음날 마지막 인사를 하고 점심 때 쯤 나왔습니다. 우리 반 다른 반 할 것 없이 학생들이 계단, 복도를 꽉 채워서 노래를 불러줬어요. 무슨 노래겠습니까? 바로 지난주에 우리가 함께 불렀던 노래였죠.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박미자 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인터뷰 중


이명박 정권 당시, 노조파괴의 정점에는 청와대와 국정원이 있었다. 《워커스》가 입수한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노조파괴 사건 검찰 수사 자료에는 국가가 주도한 노조파괴 범죄의 행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청와대와 국정원의 타겟이 된 이들은 전교조 교사들과 공무원들, 민주노총 소속 민주노조들이었다.

청와대와 국정원의 노조파괴 공작으로 교사와 공무원은 해직을 당했고, 법외노조로 전락했으며, 다수의 민주노조가 소수노조로 전락했다. 국가가 저지른 폭력으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도 있었고,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고통 받는 노동자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계획된 노조파괴 범죄는 박근혜 정부에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2020년 현재. 국가 폭력 피해노동자들의 삶은 여전히 10년 전에 멈춰 있다. 국가는 처벌받지 않았고, 범죄 사실은 잊혀 갔으며, 피해노동자의 원상회복은 이뤄지지 않았다.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으나, 피해노동자의 목소리는 줄곧 청와대의 담장을 넘지 못했다. 우리는 과연 10년 전 침몰한 진실을 인양할 수 있을까. 피해노동자들의 삶을 되돌려놓을 수 있을까.

10년 전, 민주노조를 습격한 정부-기업의 ‘창조적’ 공작
8개 노조파괴 사업장의 그때 그 시절 타임라인

최근 검찰 수사 기록을 통해 이명박 정권이 2010년부터 노조파괴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 고용노동부는 대대적인 노조파괴 공작에 나섰다. 그리고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은 고객사에 맞춘 노조파괴 전략을 실행했다. 노조파괴의 표적이 된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들은 노조가 와해되는 등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노조파괴는 2010년 발레오만도, KEC, 상신브레이크를 거쳐 2011년 유성기업, 2012년 만도, SJM, 보쉬전장, 콘티넨탈 등으로 이어졌다. 청와대와 국정원, 노동부, 창조컨설팅 등은 이들 사업장에 대한 노조파괴를 공모하거나 관여했다. 《워커스》는 이들 8개 사업장의 노조파괴 일지를 타임라인으로 정리했다. 기간은 본격적인 탄압이 시작된 2010년부터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가 드러난 2012년까지로 한정했다.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

금속노조 파업유도→노조 쟁의행위→사측 직장폐쇄로 대응→사측, 용역 투입하고 공장진입 봉쇄→친기업 제2노조 띄우기→금속노조인 1노조 집행부 징계 및 손해배상 청구→조합원 제1노조 탈퇴·회유 압박→제2노조 과반수노조 지위 확보

*기존 노조의 상황에 따라 한 두가지 절차를 빼고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를테면 콘티넨탈, 보쉬전장 같은 경우 직장폐쇄는 없었고, 복수노조와 손해배상 청구를 이용해 기존 노조를 무력화했다.




2010.1.1. 국회, 노조법 개악.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교섭창구 단일화·타임오프제를 명문화함.

2010.2.4. 발레오만도, 경비실에 비정규직 직원 채용해 외주화 시작, 노조 투쟁 유도

2010.2.5. 발레오만도지회, 긴급 조합원 총회…92%로 쟁의행위 가결

2010.2.16. 발레오만도, 직장폐쇄 단행…전국에서 모인 용역 400여 명 투입

2010.2.22. 국정원, <(주)발레오노조 투쟁제어로 외국인 투자환경 악화 방지> 문건 청와대에 전달

2010.3.14. 발레오만도 대표 강기봉,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컨설팅 계약 체결

2010.3.30. 상신브레이크, 창조컨설팅과 노조파괴 계획 수립

2010.4.17. KEC, 경찰서·노동부·시청·지방노동위원회·경총 등과 업무 정보 공유하며 공조체제 구축 시작

2010.5.19. 회사 사주 받은 발레오만도지회 일부, 조합원총회 열고 금속노조 탈퇴 후 기업별 노조로 조직형태 변경 결의

2010.6.21. KEC지회, 전면파업 돌입

2010.6.30. KEC, 새벽에 600여명의 용역 투입해 폭력 행사, 직장폐쇄 단행

2010.7.1. 타임오프제 시행

2010.7.2. KEC, 점거 파업 이유로 KEC지회장 등 징계해고 시작

2010.7.26 발레오만도, 발레오만도지회 조합원 15명 해고(이후 대법원서 부당해고 판결)

2010.8.23. 상신브레이크, 불법파업 이유로 직장폐쇄 단행, 150여 명의 용역 투입

2010.11.26. 상신브레이크지회, 금속노조 탈퇴

2010.12. 상신브레이크, 파업 주도한 노동자 5명 해고

2011.5.18. 유성기업지회, ‘주간연속 2교대제’ 특별교섭 중 쟁의권 획득 후 부분파업 진행.

2011.5.18. 유성기업, 아산공장 직장폐쇄 후 용역 300여 명 투입.

2011.5.19. 유성기업 용역이 차량을 운전해 인도로 돌진, 순찰 중인 유성 노동자 13명 덮침.

2011.5.24. 경찰 31개 중대, 진압작전 개시. 유성지회 조합원 530여명 연행.

2011.5.30. 이명박, 라디오 연설에서 유성기업, 발레오만도 언급. ‘연봉 7,000만 원’ 언급하며 유성지회의 파업, 불법으로 매도. 발레오만도의 친기업 복수노조는 모범사례로 언급.

2011.6.22. 유성지회-용역 충돌. 노동자 25명 부상 및 9명 구속. 반면 구속된 용역은 0명.

2011.7.1. 복수노조 시행 첫날. KEC, 제2노조 설립신고

2012.1.13. KEC, 166명에 대한 정리해고 단행

2012.2.21. 만도 구 계열사 보쉬전장, 업무방해로 보쉬전장지회장 등 2명 해고(이후 대법원서 부당해고 판결)

2012. 2.22. 보쉬전장, 제2노조 설립 신고

2012.4.24. SJM, 용역회사 컨택터스와 견적서 공유(SJM 파업 3개월 전)

2012.6.초. SJM, 컨택터스와 용역 공급 본계약 체결

2012.7.27. SJM, 직장폐쇄 후 용역 300여 명 투입해 조합원 폭행

2012.7.26. 만도지회, 1일간 전면파업

2012.7.27. 만도와 SJM, 직장폐쇄 후 용엽 투입. 이명박, 청와대 주요현안 점검회의에서 만도 노동자를 ‘귀족노조’로 비난, 직장폐쇄 옹호 발언

2012.7.27. 만도 구 계열사 콘티넨탈, 제2노조 설립 신고

2012.7.30. 만도, 제2노조 설립신고

2012.8.13. SJM, 제2노조 설립신고

2012.9.4. 만도, 만도지부장 등 3명 해고(이후 대법원서 부당해고 판결)

2012.9.12. 콘티넨탈, 불법파업을 이유로 콘티넨탈지회장 등 2명 해고(이후 서울고법서 부당해고 판결)

2012.9.24. 국회 청문회서, SJM경영지원본부장 ‘창조컨설팅과 2억 원짜리 노무컨설팅 계약 맺어’

2012.10.8.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 발레오만도 직장폐쇄 과정에서 노동부-창조컨설팅 공모 폭로

2012.10.16. 노동부, 창조컨설팅의 심종두, 김주목에 대해 공인노무사 취소 결정

*본문의 (주)발레오만도는 2004년 상호를 변경해 (주)발레오전장시스템즈코리아가 됐다. 하지만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가 그 이름을 유지하면서 편의에 따라 회사 역시 발레오만도로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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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저씨

    윤미향 대립 그 최고의 결정적 해법과 후담

    미래통합당이 자진 해산하거나 전부 일본으로 가면 윤미향도 국회의원도 사퇴할 것

    더민주당은 윤미향 의원으로 미래통합당과 대화하지 않을 것. 왜냐하면 대선에서 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국회 마비되고 좋고 국회에 미래통합당 없어지면 더 좋아. "비상경제시국", "전시경제"인데 이 정도도 생각하지 못하면 정치하지 말아야지. 비상경제시국과 전시경제에서는 한쪽만 살아남는거잖어.

    ㅎㅎㅎ근디 미래통합당이 장외로 나갔다가는 군소정당, 우리공화당, 더민주당한테 "돌림빵" 당하고 말 것 같은ㅎㅎㅎㅎㅎ

    윤미향 이야기 꺼낼라면 2, 3년 국회 문 닫아도 좋지. 지난 국회도 최악이라고 자평을 했잖어. 국회 문 닫는 날에는 온 국민이 환호하겠다.

  • 아저씨

    노연기사의 흠

    "반란"은 근현대사를 보면 지배계급의 표현으로 나와. 그런데 노연의 기사는 개념들이 하나씩 틀려. 아마 예전 사극에서도 이런 대사가 나오지 않았나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어디서 반란을 일으켜!" 요즘에는 흔하게 사용하는 시위라는 개념도 원래는 우파의 정의 아니던가. 항쟁, 좌파의 전통적 개념은 항쟁, 봉기, 운동 등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