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각지대' 대책에서도 빠진 취약 노동자들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피해사례와 사각지대 제로 운동의 방향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취약 노동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사회경제위기대응시민사회대책위와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는 3일 오후 2시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피해사례와 사각지대 제로-ZERO 운동의 방향’ 집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 ‘내팽개쳐진 노동’은 조직화되지 않아 집합적 목소리조차 형성되고 있지 못해 정책생산 참여의 통로도 없다”며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사회화하고 ‘사각지대 제로운동’의 방향을 모색하며 포스트코로나시대의 노동권이 보편적으로 보장되는 새로운 노동체제의 확립을 위한 노동·시민운동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4대 보험 밖 노동자…“노동이력 증명도 어려워"

4대 보험 미가입자가 절대다수인 제화, 봉제 노동자들은 정부가 고용보험 사각지대 노동자를 위해 도입한 ‘고용안정지원금’ 정책에서도 배제돼 있었다. 박완규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부지부장은 “올해 2월 기준에 비해 근로시간과 작업 수량이 30~70%로 급감했다. 급여(하루 8시간 기준)도 170~200만 원에서 30~120만 원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하청업체는 재정 능력이 없어 고용보험을 들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제화 노동자들의 평균 연령은 62세기 때문에 12페이지나 되는 고용안정지원금 서류를 제출하기도 어렵다”라며 “3~4월 들어 일방폐업과 무단 공장폐쇄 등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의 긴급지원 관련 신청 방법 간소화와 홍보 활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정기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봉제인지회 지회장 역시 “봉제 사업장은 90% 이상이 10인 미만이고 고용보험 미가입률도 72.1%에 육박한다. 재단사의 경우 4~6월이 성수기인데 월급이 반이 깎이거나 실업 상태다. 나도 ‘반’ 실업 상태”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정부의 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소득을 증빙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적용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정기 지회장은 “고용안정지원금을 현장에 적용해보려 하지만 제출 서류나 양식이 너무 많다. 또 가장 문제인 것은 봉제노동자에 대한 소득 증명이 전혀 되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앞서 도심제조업노동자들은 지난 4월 29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상황에서 고용보험 가입 여부를 떠나 모든 실업자나 소득감소자에게 최소 요건만으로 ‘긴급실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아울러 이들은 도심제조업의 경우 사업장들이 잘게 쪼개져 있기 때문에 단위사업장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정 교섭과 사회적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돌봄노동자도 일거리 줄었지만, 대책 없어

배영미 사회적협동조합 행복한돌봄 사업팀장은 “산후관리 노동자의 경우 정부 바우처 사업의 일환으로 4대보험은 가입돼 있으나 가사관리 베이비시터 등은 4대보험 밖에 있다”며 “현재 산후관리 노동자조차 호출형 업무의 특성상 (코로나19로) 예약이 감소돼 급여가 줄고 있다. 하지만 4대보험을 유지하고 있으니 실업급여의 대상도 아니고 특고·프리랜서 지원대상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요양보호사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4월 23일부터 5일 동안 서울시어르신돌봄종사자종합지원센터(서울어르신돌봄종합센터)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요양보호사 3456명 중 714명(20.7%)가 코로나19로 인해 갑자기 일자리가 중단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한 달 이상 일거리가 없었던 사람은 313명(43.8%)에 달했다.

임지민 서울어르신돌봄종합센터 기획운영국장은 “장기요양기관에서 발생하는 휴직이나 실업이 어르신 사망이나 시설 입소, 보호자의 종사자 교체요구 등 예기치 못한 경우가 많아, (고용유지지원금 조건인) 사전조치, 휴업 사유의 입증, 시간제의 경우 부분 휴업 등은 증빙이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며 “장기요양기관의 불규칙하고 예기치 못한 휴직 및 실업의 특성을 고려해 신청 절차 및 제출 서류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장기요양기관 요양보호사의 경우 월 60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근로자이거나 고령자이기 때문에 고용보험 미가입자가 많은 수에 달한다며 서울시의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 대상에 이들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철 서울노동권익센터 정책기획국장은 한국 고용안전망이 고용보험으로 거의 유일한 상태임에도 가입률이 전체 취업자의 49.4%에 불과해 사각지대 노동자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업무량 감소 및 소득 감소를 경험하고 있고, 연령이 높을수록, 임시일용직, 간접고용, 소규모 기업, 서비스·판매, 단순노무직일수록 소득감소가 발생하는 경험은 고용정책과 사회보장정책이 취약계층 노동자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광규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긴급하게 코로나19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의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지원 요건과 지원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근본적으로 사각지대노동자들을 위한 고용안전망, 사회안전망의 실질적인 확립과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민주노총은 현재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특수고용 등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노동자를 위한 특별 고용유지·생계소득보장 대책 강화’를 비롯해 ‘포스트코로나19를 위한 올바른 뉴딜 정책과 일자리 정책 수립‘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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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저씨

    본능이라는 표현은 안좋은 표현이다. 학교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것이 본능이다. 거의 대부분이 동물적 본능이라고 인식할 것이다. 그런데 배운 사람은 의식적으로만 살까. 그렇지 않다. 아무리 배운 사람도 앞이 안보일 때가 있다. 또 어떤 목표지점에 착지하지 않은 이상 목적의식적으로 산다고 볼 수만은 없다.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글을 줄여야 하겠다. 본능이란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글쓴이에게도 독자에게도 좋다는 의견이다.

  • 아저씨

    댓글 본 기사에 대해 쓴 것이 아니라, 다른 언론의 기사를 보고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