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을 사랑한 교사, 공안탄압의 표적이 되다

[이슈] MB정부, 무리한 국보법 적용으로 해직교사 양산…보수단체 동원해 괴롭히기도

중학생을 너무도 사랑했다. 교직에 있는 동안 여러 책을 썼는데 중학생을 전면에 내세운 책도 두 권이 있다. 특히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는 2013년 출간돼 현재까지 18쇄를 찍었다. 전국의 중학생, 학부모, 나아가 한때 중학생이었던 이들에게 각기 다른 위로가 됐다는 평을 들었다.

중학생을 너무도 사랑한 교사 박미자 씨는 ‘학교는 즐거운 곳이 돼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30여 년간 교직 생활을 했다. 1985년 처음 교편을 잡았으니 올해로 36년 차 교사 생활을 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올해 1월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위반 혐의 등이 인정돼 자동 면직됐다. 대법원은 박미자 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등 교사 4명의 이적표현물 소지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국보법이라는 낡고 수상한 법 때문에 교단을 떠난 그는, 이명박 정권이 쏘아 올린 전교조 탄압을 온몸으로 겪었다. 그는 전교조 집행부로서는 처음으로 자택 압수수색을 당했고, MB정권의 국정원이 사주한 보수단체로부터 인신공격을 겪어야 했다. 올해 면직된 박 전 수석부위원장은 현재 전교조 연수위원장을 맡아 교육·노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미자 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출처: 박다솔 기자]

전교조 집행부에 대한 이례적인 압수수색

때는 바야흐로 2012년 1월 18일. 당시 박미자 연수위원장(이하 위원장)은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이었다. 그날은 수요일이었고 오전 8시도 안 된 이른 시간이었다. 강화도에 있는 본가를 두고 서울 강서구에서 조그만 원룸을 얻어 살던 박 위원장은 아들과 산책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아랫집에 산다는 한 여성이 물어볼 일이 있다며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자 국정원 직원 10여 명이 그대로 밀고 들어왔다. 그들은 박 위원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일기장, 휴대폰, 노트북 등을 모두 수거했다. 같은 시각 강화도 본가 역시 국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다. 얼마나 꼼꼼하게 챙겼는지, 그동안 잃어버렸던 물건을 그 사건 이후로 찾게 됐다고 박 위원장은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공안 당국이 시국선언과 관련해 2009년 전교조 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적은 있으나 전교조 핵심 집행부의 집을 압수수색한 것은 처음이었다. 극히 이례적인 일이어서 언론은 압수수색 현장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집 밖에 방송 카메라가 보여서 뛰어가서 그 앞에 섰어요. 오늘 국정원의 행위는 부당하고도 무리한 압수수색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가족, 조합원분들께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우린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고요.”

이날 박 위원장 외에 당시 전교조 인천지부 지부장 등 3명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국정원은 전교조 내 의견그룹인 ‘새시대교육운동(변혁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교육운동 전국준비위원회)’을 타깃으로 삼았다. 새시대교육운동은 전교조 내에서 평화 통일 운동을 함께 하던 이들이었다. 2010년 제15대 전교조 위원장 선거에서 박 위원장의 선거운동을 돕기도 했다.

다음 달엔 국정원과 경찰의 소환조사가 시작됐다. 2012년 2월 16일, 박 위원장 등 2명은 국정원에 출석했고, 인천지부 수석부지부장 등 2명은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대공분실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박 위원장은 이날 10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받았지만 국정원은 별로 유의미한 답변을 끌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새시대교육운동의 예금통장과 압수된 물품을 뒤져 결국 국보법 위반의 구실을 찾았다.

7년을 따라다닌 국보법 위반 혐의

다음 해인 2013년 2월, 검찰은 박미자 위원장 등 4명을 이적단체 구성, 교류협력법 위반, 회합통신법 위반, 이적표현물 제작·반포,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박근혜 정부가 취임하기 직전의 일이었다. 박 위원장은 보수정권이 취임하기 전 전교조를 본보기로 탄압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출범 직후부터 전교조 짓밟기에 나선 이명박 정권과 비슷했다. 이명박 정부는 국정원 등을 동원해 전교조 교사들을 상대로 공안 몰이에 나서곤 했다. 주로 총선, 대선 등을 앞둔 선거 직전이었다.

실제로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10개월 앞두고 서울의 두 교사가 국보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전교조 통일위원회 카페 등에 올린 통일 관련 자료가 국보법 위반이라는 이유였다.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는 전북, 경남의 교사가 국보법 위반을 이유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 전교조 조합원은 이후 대부분 무죄를 입증했다.

MB정부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가장 먼저 척결해야 할 ‘3대 종북세력’으로 꼽았다. 그중에서도 “전교조가 가장 큰 문제”라며 전교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2월에 부임한 후 전부서장 회의, 모닝브리핑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종북 척결을 강조하며 ‘전교조 무력화’를 지시했다.

1심, 2심을 지나며 박 위원장의 국보법 관련 혐의도 점차 축소됐다. 2015년 1월, 1심 법원은 이적단체 구성과 이적행위 동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는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 자격정지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6년 2심 재판부는 이적표현물 소지에 대해 다시 일부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하지만 이적표현물 소지는 대법원에서도 뒤집을 수 없었다.

법원이 이적표현물이라고 분류한 책들은 남북교육교류사업을 하던 2005년, 박 위원장이 북한의 호텔 앞 책방에서 구입한 것이었다. 처음 문제가 된 책은 ‘봉이 김선달’, ‘조선의 력사’ ‘민족의 세시풍속’ 등이었다. 책들이 세간에 공개되고 여론이 법과 법원을 비웃자 ‘봉이 김선달’ 등은 빠졌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된 책 ‘조선의 력사’는 어린이용 만화책으로 고조선부터 임진왜란의 과정이 담겨 있을 뿐이었다.

보수단체, 전신 판넬 만들어 괴롭히기까지

국보법 소송 과정에서 박미자 위원장을 괴롭힌 또 하나의 집단은 바로 보수 학부모 단체였다. 보수단체는 이명박 정권 시절부터 국정원의 자금으로 온갖 집회와 시위, 전교조 퇴출 여론을 형성해 나갔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국고 등 손실) 혐의를 수사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증거기록에 따르면 원세훈이 국정원장으로 부임한 다음 해인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전교조를 탄압하기 위해 보수단체에 지원된 돈은 2억 600여만 원에 달한다. 박 위원장을 괴롭혔던 보수단체들은 MB정권 때 자금을 지원받아 전교조 죽이기에 나선 단체들이었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공학연) 등이 포함된 전교조추방범국민운동은 박미자 위원장이 검찰에 기소된 2013년 3월부터,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 등을 열었다. 이들은 박 위원장을 ‘종북의 심장’으로 일컬으며, 전교조가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고 선전했다. 또 박 위원장의 사진을 초대형으로 뽑아 화살표, 글자 등으로 난도질했다. 박 위원장은 “재판이 있을 때마다 보수단체들은 내 사진을 들고 몰려와서 기자회견을 했다. 종북의 심장이라고 화살표를 덕지덕지 붙여놓은 내 사진을 볼 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렸다”라고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결국 박 위원장은 전교조와 함께 2013년 5월, 공학연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섰다. 그리고 올해 초 대법원은 전교조와 박미자 위원장을 향한 허위 사실이 담긴 글을 작성하고 그 글을 인터넷에 올린 언론사, 공학연 등에 명예훼손 판결을 내렸다.  

검찰 수사자료에 따르면 공학연(당시 이경자 대표)은 2010년~2011년 사이 국정원으로부터 1,310만 원을 지원받았다. 이 단체는 MB국정원이 보수단체와 대기업의 ‘매칭사업’을 진행할 때도 LG로부터 2억여 원을 받았다. 위 명예훼손 사건에서 벌금형을 맞은 인물 중 하나인 이계성 씨는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의 대표였는데 국정원으로부터 2,200만 원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이계성 대표는 “국정원을 대신해 우리 이름으로 광고가 나갔는데 내가 관여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보수단체의 손을 빌려 전교조를 악마화하는 광고를 낸다는 것 자체가 불법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말투였다. 이경자 대표는 “(국정원 직원들이) 우리 사무실에 찾아왔지만 나는 만나본 적도 없다. (돈거래는) 모르는 사안이다”라고 잡아뗐다.

박 위원장은 보수단체가 2010년부터 국정원으로부터 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에 대해 “전교조 법외노조의 신호탄이었다. 2012년에 와서는 전교조 집행부를 정조준한 것으로 보인다. 그 뒤로도 전교조에 대한 탄압은 더욱 거세졌고, 2015년에 정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권의 절정에서, 직위해제 당하다

박미자 위원장은 박근혜 정권의 권력이 서슬 퍼렇던 2015년 4월 21일 직위해제됐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학교에 다닐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당시 직위해제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로부터 ‘청와대가 요구하는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오전 10시에 직위해제를 통보받았습니다. 세월호 1주기 직후였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인사할까 고민하다 점심시간에 우리 반은 특별히 기념사진을 찍겠다고 했습니다.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교정에서 다 같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반장, 부반장을 불러 특별히 염려되는 아이들을 챙기라고도 하고 저는 학부모님께 보내는 편지를 썼습니다. 원래 종례 시간에 이 편지를 학생들과 다 같이 검토했거든요. 편지 문구를 함께 조율하는 시간이었죠. 그런데 편지에 학교를 떠나게 되었다, 재판 잘해서 꼭 돌아오겠다는 내용이 있으니 애들이 울기 시작하더라고요. 다음날 마지막 인사를 하고 점심 때 쯤 나왔습니다. 우리 반 다른 반 할 것 없이 학생들이 계단, 복도를 꽉 채워서 노래를 불러줬어요. 무슨 노래겠습니까? 바로 지난주에 우리가 함께 불렀던 노래였죠.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법외노조 상태 7년, 곧 끝이 보인다

MB정권이 목표로 한 전교조의 ‘불법단체화’는 결국 박근혜 정부가 완성했다.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보낸 기간은 벌써 7년째를 맞고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전교조의 노력과 투쟁은 몇 줄의 글로 다 담을 수 없다. 박미자 위원장처럼 해직되고, 법적 투쟁을 이어나갔던 조합원 개개인의 이야기도 무수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법외노조 상태가 지속됐고, 지금은 모두 대법원의 판결만 기다리고 있다.

지난 5월 20일 대법원에선 전교조가 제기한 법외노조 처분 취소 행정소송에 대한 공개변론이 있었다. 전교조 측과 노동부 측은 법리 해석을 다퉜다. 전교조 측 신인수 변호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주도로 정부 유관부처가 총동원된 반 헌법적 노조파괴가 이 사건의 본질”이라면서 “자주성 확보라는 명목으로 전교조의 자주성을 말살시키려는 국정원 주도 노조파괴 공작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1, 2심에서는 전교조가 패소했다. 이 사건은 파기환송 될 수 있을까. 국가 기관이 나서 노조를 탄압한 이 사건을 두고 노조파괴 역사가 이어질지 모두가 우려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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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저씨

    전교조 등에 대해 독자들이 더 다양한 인식을 할 수 있는 내용이었으면 합니다. 1어용노조 2민주노조 3적색노조. 이러한 기본적인 생각을 지니고 노조가 어떠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쓰면 더 낫지 않겠습니까.

  • 아주씨

    어메 이게 뭔일이여 한국노총 출신 국회의원이 부정선거로 15명이나 떨어졌다. 어메 이건 또 뭔 일이여. 한국노총 출신 중 22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사람은 0명이다.

  • 아주씨

    얄먀 니 깐 것이 뭔 야망을 품노. 현재 대가리도 사망날짜까지 찍는 사람들이 있던데 니는 속세에서 경쟁하다가 살아남기만 해도 대단하것따.

  • 아저씨

    파업날짜 잡혔잖어. 니 백그라운드들도 전원 참여시켜서 ㅎㅎㅎㅎㅎ조연급으로 올려주라ㅎㅎㅎㅎ사전에 전화해서 받아주라고 해라. 에이 캇이다. 그렇게 많이 놀아서 어디 참석도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