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악당’ 오명 현대차…"그린뉴딜 위해 정부 지원 절실"

기후위기 극복-탄소제로시대를 위한 그린뉴딜 토론회, 국회서 열려

시민사회로부터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린뉴딜을 위해선 정부가 자동차 업계에 막대한 지원을 해야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그룹 차원의 책임을 외면하고, 고용 충격을 빌미로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는 셈이라 비판이 예상된다.


그린뉴딜에 대한 뜨거운 관심 속에서 10일 오후, 국회의원 대회의실에선 3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기후위기 극복-탄소제로시대를 위한 그린뉴딜 토론회’가 열렸다. 쏟아져 나오는 그린뉴딜 정책 속에서 분야별 전략과제가 논의됐다.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도 올라가면 전 세계에 통제 불가능한 이상기후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위기감 속에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0’(넷 제로)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절반을 감축해야 한다는 데 공통의견이 모였다.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는 “한국의 국가 장기 저탄소발전전략에 2050년 넷제로 목표가 빠진 것은 그린뉴딜의 방향과 정책 디자인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라며 “유럽의 그린딜 프로그램에서 보듯, 넷제로 목표 설정은 그린뉴딜 정책이 담아야 할 출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유진 지역에너지전환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도 정부가 2050년 넷제로를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공동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과 녹색당의 그린뉴딜 3대 전략을 소개하며 “탈탄소로의 경제사회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기존 법과 국가계획을 넘어서는 정책기획이 필요하다. 모든 정부 정책과 사업에 적용한 탄소예산과 회계 시스템, 인력을 준비해 온실가스 감축을 최우선 정책으로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실가스, 수송부문이 가장 큰 문제

온실가스 배출 현황 중에선 수송 부분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토론회에서 첫번째 발제를 맡은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유럽 부문별 온실가스 현황을 살펴보면 전력, 주택 및 상업시설, 농업, 국제항공 등의 부문은 온실가스를 줄이거나 유지하고 있는데 자동차 부분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라며 “온실가스 주범인 내연기관차 대한 지원을 두고 독일 정치권이 충돌하는 일도 있었다”라고 소개했다.

김 전문위원에 따르면 마쿠스 죄더(Markus Soeder) 독일 바이에른 주지사는 자동차 재고를 이유로 최신 내연기관차에 3,000유로를, 전기차엔 4,000유로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버트 발터(Nobert Walter) 독일 SPD 당대표는 “만약 정부가 신차 구매를 지원한다면 대체연료차를 지원해야 한다. 가격을 낮추기 위한 보조금을 지급한다면 전기차가 돼야 한다”라고 반대했다. 독일 청년들도 60여 지역에서 자동차 기업에 지원하는 것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기후 위기에 대해 대체 무엇을 이해했냐’라며 자동차 기업 지원 정책을 힐난했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독일 정부도 “예전과 같은 식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수 없다”라며 그린딜의 내용을 담아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에 따르면 디젤차, 휘발유차에 대한 지원금은 없다. 재생 에너지를 사용한 전기차, 수소차가 가장 많은 지원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올 여름 출시될 폭스바겐의 최초 전기차 모델은 보조금을 적용받아 2만4,000유로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친환경차를 생산하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지원을 자국 기업으로만 한정하지도 않는다. 독일 정부는 테슬라에 공장 부지를 내주고, 영업을 보장했다. 2021년 독일 땅에서 테슬라의 제품이 생산될 예정이다.

프랑스에서도 자동차 기업에 조건부 대출을 제시했다. 브루노 르 마리 프랑스 재무장관은 “정부 도움이 없으면 르노는 사라질 것”이라며 50억 유로 대출에 세 가지 조건을 제안했다. △전기차로 전환할 것 △협력업체에 공정하게 대할 것 △신기술 개발 활동을 프랑스 국내에서 수행할 것이 그 조건이다.

온실가스 주범인 자동차산업에 규제보다 지원 필요?

이날 토론회엔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가 참석해 자동차 산업을 대변했다. 현대자동차는 성공적인 그린뉴딜을 위해 정부가 자동차산업에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경제정책팀 박성규 실장은 “친환경차를 비롯한 미래차 경쟁력 확보가 향후 한국 경제의 핵심 성장 원천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다만 친환경차 시장은 초기 단계에 있고 여전히 성장 전망, 지역별 주력 모델 등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민관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박성규 실장은 “업체로선 내연기관차 수익으로 친환경차에 투자해야 하는 것이 현실인바, 지나치게 빠른 전환을 추진할 경우 산업 내 고용 충격과 부품협력업체들의 적응 실패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규제’보다는 ‘지원/인센티브’에 기초하는 정책을 통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적해서 확보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내연기관차에 비해 가격이 30% 이상 고가인 전기차의 구매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지원, 배터리와 수소 전기차 확산을 위해 정부가 충전 인프라 확충 지원을 담당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현대차그룹은 대한민국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기업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코스피 상장기업 중 포스코 다음으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록하고 있다. 더군다나 배출량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2016년 1910만 톤(tCO2e), 2017년 1935만 톤(tCO2e), 2018년 2251만 톤(tCO2e)을 기록했다. 또한 현대제철, 한국중부발전이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현대그린파워(주)는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액 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가장 많다.

반면 이지언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행위원장은 대규모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산업에 대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언 집행위원장은 “석탄발전, 철강, 자동차, 시멘트, 석유화학, 항공 등의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이 산업들에 대한 축소 및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라며 “특히 빠른 시간 안에 모든 석탄발전소의 폐지와 내연기관차의 조속한 생산 금지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고용 충격을 언급하며 기업을 보호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집행위원장은 “대기업에 앞서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등을 우선적으로 그리고 신속히 긴급 구제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기업에 대한 지원의 경우 고용 유지와 이익 공유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의 조건을 명시해야 한다. 특히, 항공 및 전력 산업 등을 포함한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지원 조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이 규제 혁신이 주를 이루는 산업과 경제 구조 변화에만 집중해선 안 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유진 지역에너지전환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이자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다중 위기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생존의 조건을 채워가는 것인지가 과제”라며 “그린뉴딜의 비전은 날로 심화되는 불평등을 타파하고 차별과 배제가 없는 사회가 돼야 한다. 사회를 지탱하는 노동자, 농민의 권리와 안전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꿈꿔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기여를 보장하는 민주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각 그린뉴딜의 각 분야별 전략과제가 발표됐다. 특히 제러미 리프킨이 기조연설을 맡아 더욱 관심을 모았다.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글로벌 그린뉴딜’ 저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영상을 통해 “세계 8대 부자의 부는 거의 인류 절반(35%)의 부와 맞먹는다. 슈퍼리치와 나머지 사람들 간의 이러한 불평등은 전례가 없다”라며 “더 심각한 것은 지난 2세기 동안 산업화를 위해 사용한 화석 연료가 불러일으킨 기후 위기”라고 말했다. 제러미 리프킨은 “이런 식으로는 지금으로부터 80년 안에 지구 생물종의 80%가 멸종할 수 있다”라며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판 그린뉴딜은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국회에서도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그린뉴딜’ 정책을 포스트 코로나 과제로 제시했고, 이에 여당은 21대 국회가 시작되는 즉시 한국판 그린뉴딜 기본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3일 제3차 추경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위주의 ‘한국판 뉴딜’의 출발을 알리고 7월 중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마련하는 일정을 발표했다.

한편 최근 정부는 고용 위기에 대응한다며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 일환으로 154만 개의 공공일자리 창출 방안을 발표했지만 대부분이 저임금 일자리에 불과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27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어떤 뉴딜이 필요한가?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비판과 대안” 전문가 좌담회에서 박용석 민주노동연구원장은 “공공 일자리 대부분은 재난 대책 수준의 단기 일자리에 불구하고, 양질의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 공무원, 공공기관 4만8,000명은 대량 퇴직에 따른 결원 보충 수준이라 신규 충원은 거의 없다”라며 “이처럼 빈약한 공공 일자리 정책은 선진 각국에서 고용 대란 시기에 채택하는 공공부문의 ‘최후의 고용자 역할’에도 못 미칠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초기 국정 과제로 제시한 공공부문의 사회적 가치 실현 및 공공 일자리 81만 개 정책마저 포기하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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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저씨

    희망
    더민주당은 자당의 잘못된 부분을 더 꺼내서 두들겨야 한다.
    미통당도 자당의 잘못된 부분을 더 꺼내서 두둘겨야 한다.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도 마찬가지이다. 정의당이 무엇을 바라냐고만 묻고 있다. 나 같이 군소정당과 여러모로 익숙한 사람이 미적거릴 때는 노동계 밖에서는 정의당의 해산이 50%의 답인 것 같다. 노동당이 말하는 파국은 무엇인가. 문재인 정부와 같이 망하는 것 아닌가. 지금 자신의 당들을 보면 밖에서는 먹고살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확실한 방안을 내놓은 것이 있습니까. 그냥 이전의 내용을 포장한 것 이상은 없지 않습니까. 미통당 좀 보시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공황에 비하면 세발의 피인데도 그것 하나 피한 듯 하니까 온 세상을 얻은 것처럼 안도를 한다. 이러면 발전가능성이 없는 당이다. 더민주당도 법률 수십 개의 수정을 공황에 견줄 때는 그냥 가벼운 물살과 같은 것인데 그것이 전부인 양 하면 발전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각 당들이 안을 더 세차게 두드리지 못할 때는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