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사정 대화서 ‘임금인상·파업 자제’ 카드 꺼내”

민주노총 반발로 철회했으나 ‘직무급제’는 계속 주장

정부가 노사정대표자회의 워크숍에서 ‘임금인상 자제’, ‘파업 자제’ 등이 담긴 기초안을 제시하며 노동계를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6월 15일 민주노총 상임집행위원회(상집) 회의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9일~10일 열린 노사정대표자회의 워크숍에서 기초안을 제출했다. 해당 기초안은 경영계의 ‘고용유지를 위한 노사정 협력 및 고통분담안’에 대해 별도로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것이다. 복수의 민주노총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노동부 기초안에는 ▲임금인상 자제 ▲파업 자제 ▲직무급제를 중심으로 한 임금체계 개편 등 내용이 담겨 있었다. 민주노총이 노동부 기초안에 반발하자, 노동부는 임금인상 및 파업 자제 조항을 철회했다. 하지만 직무급제 도입 조항은 삭제하지 않았다.

상집 자료엔 “정부는 ‘고용유지를 위한 노사정 협력 및 고통 분담’ 관련 의제에 대해 별도로 기초안을 제출했다”며 “이에 민주노총은 관련 의제에 대해 철회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의 회의 참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명시돼 있다.

[출처: 김한주 기자]

때문에 노사정 대화가 ‘합법적 노동개악’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노총 관계자 A씨는 <참세상>과 통화에서 “정부가 ‘코로나 원포인트’ 대화를 빙자해 노동계를 압박하고 있다. 파업 자제 등 조항은 워크숍(6월 9일~10일) 이후에 나오진 않았으나, 이는 정부의 ‘민주노총 간보기’였다고 생각한다. 반면 고용유지 등 사회안전망 관련 의제에 대해서는 두루뭉술하게 제시했다. 이는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화에 참여했을 때부터 예견된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민주노총 관계자 B씨는 “정부와 재계가 판을 다 짜놓고 우리(노동계)를 향해 작전을 펴는 것 같다”며 “정부와 재계는 약속을 해놨고 신의를 지키며 지속적으로 노동계를 압박할 것이다. 이런 정부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의 반발로 임금인상 및 파업 자제 조항을 철회하긴 했으나, 전 국민 고용보험제에 의지를 보인 정부가 ‘거래’의 일환으로 경영계 요구를 다시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고용유지 등 노동계 요구사항에는 미적대며 경영계 요구만 수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상집 자료에는 “민주노총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화인 만큼 가장 우선적으로 정부의 분명한 의지와 책임성에 기초한 의제가 제출돼야 하나, 긴급재정명령경제 등 고용유지를 위한 구체적 노력, 전 국민 고용보험, 특고(특수고용노동자) 우선 적용, 상병수당 도입 등 핵심 쟁점에 대해 문구들이 대단히 모호하고, 추상적이어서 실질적인 정부의 역할과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강력히 비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경총을 비롯한 경영계는 코로나19 이후 줄곧 ‘고통 분담’을 하자며 노동계 양보를 주장해 왔다. 반면 노동계는 코로나19를 빌미로 고통 분담을 주장하는 건 노동자에게 위기를 전가하는 것이라며 총고용 보장, 모든 해고 금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노동계와 경영계의 이견으로 노사정 대화가 사실상 진전되지 않고 있다. 노사정은 논의 진전을 위해 16일 부대표급 면담, 18일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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