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고객에겐 즉각 사과…노동자 코로나 피해는 나 몰라라"

쿠팡 피해노동자들, 쿠팡의 사과 및 재발방지대책 요구

쿠팡발 코로나19 확진자가 현재까지 150여 명을 넘어서고, 감염 피해자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쿠팡 사측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쿠팡 물류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코로나 감염을 확대한 쿠팡에 책임을 묻고 나섰다. 이들은 코로나 감염 확산 이후에도 피해 노동자들에 대한 사과나 재발방지 대책 없는 쿠팡을 규탄했다.


‘쿠팡발 코로나19 피해노동자모임’, 정의당 류호정 의원실은 1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상황을 증언하며 쿠팡의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했다.

대표적 피해 사례는 쿠팡 부천2물류센터에서 일했던 전 모 씨와 전 씨의 남편과 딸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건이다. 현재 전 씨의 남편은 의료진으로부터 “필요한 조치를 다 취했으나 호전 가망성이 없는 상태”라고 진단받는 등 위중한 상태다. 전 씨 또한 폐로 전이돼 현재 경과 치료 및 관찰 중이다. 전 씨는 5월 25일까지 업무를 했고 26일 오전 검사를 통해 그날 저녁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가족 역시 확진 판정을 받아 인천의료원으로 이송돼 3인 1실로 격리 조치됐다. 전 씨의 남편은 위중해져 6월 7일 길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과정에서 쿠팡은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전 씨는 5월 23일 부천2센터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자가격리된 밀접 접촉자들이 본인의 동선과 같다며 관리자에게 본인 역시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지 문의했지만 관리자는 ‘별일 아니라’고 무시했다. 또 전 씨는 확진 판정 후에도 열흘이 지나서야 쿠팡 콜센터 상담 직원과 겨우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며칠 뒤 어렵게 연락이 닿은 인사 담당자는 ‘방역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했기에 책임이 없고, 사과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관리자는 ‘당장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돌봄서비스만 적용될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마지막 연락은 6월 8일로 이후에는 그 어떤 연락도 없는 상황이다. 해당 인사담당자는 현재 전화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모임의 고건 대표는 “전 씨는 관리자에게 확진자 동선과, 본인의 검사 의무 등을 물어봤지만 관리자는 자세한 사항은 말해줄 수 없고 별일 아니라는 답변했다”라며 “전 씨는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하고, 식당도 위험하다면서 식사를 거르는 등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한 사람이다. 하지만 작업 과정에서 무방비하게 코로나19에 노출됐고, 검사 또한 늦어지며 한 가정이 붕괴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다솜 공공법률원 노무사는 쿠팡이 사업주로서의 안전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노무사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병원체에 의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질병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개인 전용 보호구를 지급하거나 동시 식사 인원을 조정하는 등의 적절한 조처를 했어야 하지만 노동자 증언에 따르면 이런 조치를 다 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사업장에서는 노동자에게 즉시 이를 알리고 접촉자를 격리해야 하지만, 쿠팡은 이틀간이나 물류센터 영업을 계속했고, 결국 추가 감염자가 속출하게 됐다”라며 “현재 감염자들은 산재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쿠팡, 확진자 나왔는데 연장 근무까지 시켰다

피해노동자모임은 쿠팡이 코로나19 확산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쿠팡은 부천2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나온 뒤 이틀이나 영업을 지속했다.

피해노동자모임에 따르면 5월 23일 부천2센터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쿠팡은 24일,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부천2센터 2층 일부 인원에게만 확진자 발생 사실을 통보한 후 귀가처리했다. 통보를 받지 못한 오전조, 오후조, 심야조 노동자들은 정상 근무했고 오전조, 오후조는 연장근무를 2시간씩 더 했다.

25일에도 쿠팡은 오전, 오후조에 대한 정상 근무를 지시했다. 이날 저녁 7시가 돼서야 쿠팡은 관리자를 통해 현장 노동자들에게 확진자 발생 사실만을 알리며 센터폐쇄를 예고했다. 확진자 동선, 근무장소 등 중요한 정보는 누락됐다. 노동자들이 단체 채팅방(업무 공유방)을 통해 정보가 너무 부실하다며 불안을 호소했지만 별다른 설명은 없었다. 관리자는 27일 오전부터 업무가 재개된다고 공지했지만 27일부터 대다수 인원은 자가격리 조치됐다. 28일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다. 이후 지금까지 150여 명이 넘는 확진자가 확인됐고, 2차 감염 등으로 가족의 생명까지 위험한 상황이다.

피해노동자 모임은 “사태가 위중함에도 쿠팡 측은 피해 노동자에 대한 사과 및 책임 인정, 재발방지 대책 수립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기업 이미지 훼손만 걱정하는 태도를 보인다”라며 “쿠팡의 사과문은 소비자에 대한 사과일 뿐 피해 노동자들에 대한 사과는 아니며, 김범석 대표 명의의 사과문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일용직, 계약직이 다수인 물류센터…이번 사태로 채용 불이익 없어야”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류효정 정의당 의원은 “쿠팡은 불안정 노동의 민낯을 가장 정확하고 예리하게 비춰주는 거울”이라고 지적했다. 류 의원은 “이번 집단 감염이 발생한 부천센터는 일용직과 계약직의 비율이 97%가 넘는다. 3,790명의 노동자 중 정규직은 단 98명에 불과했다”라며 “불안정 노동의 정점에 있는 이 기업에서 각종 사고와 사망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혁신기업이라고 하지만 노동자를 사지에 넣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은 혁신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불안정한 고용 형태를 가진 피해 노동자들은 앞으로 채용 상의 불이익까지 우려하고 있다. 격리조치된 계약직 노동자 대부분이 3개월 계약으로 오는 6월 30일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쿠팡은 어떤 공지나 조치도 없다. 일용직 노동자의 경우 타 센터의 근무를 막았고, 다른 물류회사를 지원하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다. 쿠팡은 휴업급여나 생활지원비 등을 지급할 예정이지만 노동자들은 생계 보장하는 실질적인 대안책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피해노동자 모임은 이날 네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김범석 대표이사의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수립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계약직 노동자에 대한 계약연장 ▲일용직 노동자 전원에 대한 근무보장 ▲피해 노동자에 대한 보상대책 즉각 수립이다. 피해노동자 모임은 또 다른 추가 피해 사례를 수집하면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쿠팡발 코로나19 피해노동자모임 문의
카카오톡ID: cugmung
e-mail: cugm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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