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정부 따라 ‘정규직 양보’ 호소

“공공부문 노동자, 취약계층에 성과급 써야”

시민사회계도 문재인 정부 기조에 따라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취약계층을 위해 정규직이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계도 최근 이어지는 노사정 대화에서 정규직 임금 동결 내지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 5개 시민단체와 송경용 신부 등 12명 종교계 인사는 “공공부문 임직원들의 성과급 중 일부를 환원, 나눔으로써 어려움에 부닥친 노동자들과 취약계층을 도울 수 있기를 바란다”는 호소문을 17일 발표했다.

이들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따른 성과급 중 일부를 모아 복지제도와 금융지원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 실직자, 불안정고용 노동자를 지원할 것을 제안한다. 공공기관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성과급 일부라도 다시 사회로 환원된다면 더 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정규직 양보로 코로나19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와 입장을 같이 한 셈이다.

이에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공공부문 성과급을 누가 걷어서, 어디에 적립해, 누가 관리하며, 어떻게 쓰겠다는 내용이 없다”며 “(시민사회 호소는) 결과적으로 정규직이 양보하라는 것밖에 남지 않는다. 정규직 양보로 같이 극복하자는 것에 그친다. 이는 정부가 끊임없이 얘기하는 정규직 양보론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활동가는 “그럼에도 정규직이 양보할 것은 있다. 고용보험료를 인상하자고 정부보다 먼저 주장하는 일”이라며 “현행 보험료율 0.8%에서 1%로 인상하면 사용자도, 정부도 더 부담하게 된다. 정규직이 보험료를 더 낼 테니 고용보험을 전면 적용으로 다시 재구성하라고 주장하면 된다. 코로나19로 쟁점이 되는 영역에서 정규직의 역할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은 받지 못하는 성과급을 내라는 요구를 두고는 “비정규직이 기분 나빠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건강보험 고객센터만 보더라도 비정규직이 더 애를 쓰며 일하는데 성과상여금은 모두 정규직이 받는다. 그렇다면 성과상여가 불균등하게 배분되는 문제에 제기해야 한다. 공공 예산 체계를 다시 구성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같은 일을 하는데 비정규직은 권리를 빼앗기는 왜곡된 구조에서 마치 비정규직을 도와주는 것처럼 나서는 일은 비정규직을 시혜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소문에 이름을 올린 시민사회단체는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진보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YMCA전국연맹, 종교계 인사는 시공 스님, 송경용 신부, 박승렬 목사 등 12명이다.

  노회찬재단이 6월 1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노동조합의 사회연대활동 사례' 토론회를 열었다. [출처: 김한주 기자]

고개 드는 연대기금, 노동운동 진영서도 논의 활발

시민사회와 더불어 노동운동 진영에서도 ‘정규직 임금 동결’, ‘연대기금’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노회찬재단은 지난 16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노조의 사회연대 활동 사례’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에선 노동자가 임금을 일부 반납해 연대기금을 만든 사례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공공운수노조는 2017년 성과연봉제 폐지로 이미 지급된 성과급을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청년 고용 확대에 사용하자’는 취지로 공공상생연대기금을 설립했다. 44개 기관 노동자들이 공공상생연대기금에 579억 원을 출연했다. 연대기금은 장학사업, 연구 사업, 청년 공익활동가 안전망기금 등 사업을 했다.

조상수 철도노조 위원장은 공공상생연대기금 사례를 발표하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 청년 일자리 확보 등은 노사협력 기금을 통해서가 아니라 투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노조 역량이 분산되는 것 아니냐는 논쟁이 있었지만, 새로운 투쟁을 만드는 과정에 더 중요한 것 아니냐는 취지에서 기금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2018년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정규직 임금을 내놓으며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을 설립했다. 3년간 80억 원이 모였고, 재단은 기금을 바탕으로 제2금융권 비정규직 실태조사, 중소벤처기업에 대출 금리 우대, 배달 자차 수리비 지원 등 사업을 벌였다.

이재진 사무금융서비스노조 위원장은 “우리 조합원은 고연봉, 정규직 중심이다. 그런데 사업장 산하에 하청, 특수고용노동자가 45만 명에 달한다. 그런데도 대부분 우리 사업장엔 비정규직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무금융은 기업 안에서 임금인상, 노동조건 개선에만 집중했다. 우분투재단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 해소를 위해 출범했다”고 지적했다.

부산지하철노조는 통상임금 소송으로 노동자 일 인당 1천만 원이라는 돈이 더 들어왔는데, 이를 반납하고 540명을 신규채용하는 데 썼다. 이의용 부산지하철노조 전 위원장은 “우리는 노조의 생존 전략으로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추가 임금을 반납한 것”이라며 “‘파업하면 일자리가 생긴다’는 프레임을 걸었고, 지역에서 우호적인 여론이 생겼다. 임금 반납은 투쟁 전략으로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 점에서 임금 반납은 (노조 운동 방향의) 주가 아니라 투쟁 전술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강동진 참세상연구소 연구원은 “정규직 양보론이나 임금 동결론은 격차 해소 방안을 임금 문제 안에서만 다루려고 해서 벌어지는 일”이라면서“ 노동자 간 격차 해소 방안은 다양하다. 세금을 누진적으로 더 걷거나, 보험료를 올리는 방안도 있다. 보편적 증세가 필요한 지점이다. 최저임금 인상도 확실한 격차 해소 방안이다. 세금, 사회보장, 보험료, 불로소득 환수, 산업구조 등 문제를 두루 따져보며 불평등 해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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