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금지’ 약속 없는데…민주노총 “임금인상분 내놓겠다”

민주노총, 고용보험료 인상·공동근로복지기금 조성 등 제안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18일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올해 임금인상분으로 연대기금을 조성해 비정규직, 취약계층 지원에 쓰자고 제안했다. 노동계가 노사정 대화에서 선제적으로 양보한 것을 두고 정부와 재계가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8일 삼청동 총리서울공관에서 노사정 주체들이 참여해 열린 제8차 목요대화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 국무총리비서실]

민주노총은 18일 중앙집행위원회(중집)을 열고 노사정대표자회의 최종 입장을 확정했다. 민주노총은 ▲재난기간 모든 해고 금지 ▲생계소득 보장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 ▲사회안전망 확대 등 핵심 요구 사항을 설정했다. 또 타결을 촉진하고 코로나19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 연대’를 위해 ▲고용보험료 인상 ▲근로복지진흥기금 모금 동참 ▲2020년 임금인상분 일부를 ‘공동복지기금’으로 조성해 취약계층 지원 ▲산하 조직 ‘1조직 1기여’ 운동 적극 전개 ▲산업별 사회적 대화 추진 등을 내놓았다.

민주노총이 임금인상분을 내놓겠다고 한 공동복지기금은 노사가 일정 금액을 출연해 기금법인을 설립한 경우 출연금액의 100% 범위에서 정부가 최대 30억 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근로복지진흥기금은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고 있다. 최근 대통령을 비롯해 장·차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근로자복지진흥기금으로 코로나19 기부를 이어온 바 있다.

일단 민주노총은 재계가 요구한 ‘임금동결 내지 삭감’은 없다고 못 박았다. 임금인상을 이루되, 인상분을 취약계층 지원에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대정부 투쟁으로 비정규직 권리 신장에 앞장서야 하는데, 투쟁 없이 ‘정규직 양보’로 접근하는 것은 비정규직을 배제하는 왜곡된 사회 구조를 유지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

‘양보안’을 내놓은 민주노총과 달리, 정부와 재계가 아무것도 내놓지 않은 것도 문제다. 정부는 노동계가 요구한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을 약속한 바 없다. 한정애 의원이 지난 10일 발의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특수고용노동자를 ‘특례조항’으로 적용토록 했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6일 ‘매경 이코노미스트 클럽’ 강연에서 “전국민이라기보다는 일하는 모든 분이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또 “(고용보험에) 5인 미만 사업장과 비정규직이 누락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도 “자영업자 고용보험은 내년쯤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해외에서도 싱가포르,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등이 코로나19 시기 해고를 제한하거나 통제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해고와 관련해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 같은 정부, 여당의 태도를 두고 “(노동계가) 정부로부터 얻은 게 있어야 하는데, 명확히 얻은 게 전혀 없다”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는 “현재 정부나 재계는 ‘어떻게 하겠다’고 말한 바 없다. 앞으로 노동계를 압박하는 모양이 되면 노동자들은 투쟁으로 전열을 다듬는 게 기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최근 이재갑 장관의 고용보험 관련 발언을 보면 정부의 태도는 매우 기만적이다. 해고 금지와 전국민 고용보험제 핵심의제를 걸고 강하게 주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민주노총은 7월 4일 전국노동자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총고용 유지와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노사정 교섭을 6월 내 합의를 보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다음 주 노사정 집중 실무교섭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교섭 진행에 따라 정부와 재계 역시 ‘양보안’을 내놓을지, ‘노동계 압박’으로 일관할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노동계가 더 어려운 계층을 위해 선도적인 고통분담을 제안한 것에 환영의 입장을 밝힌다"며 "노동계 제안에 사측과 정부는 적극적으로 화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 대화는 노동계의 일방적인 양보만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19일 브리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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