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행정 노동자, ‘무늬만 정규직’…정부가 처우개선 나서야

15년 일해도 최저임금, 수당에서도 ‘차별’

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정부의 정규직 전환이 ‘말뿐인 무늬만 정규직’이라며 정부가 처우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은 25일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행정기관 공무직 노동자들은) 대부분이 저임금이고 각종 수당이 거의 없다. 정규직 전환 전과 후에 임금수준은 변하지 않았고 심지어 줄어든 곳도 있다”며 “같은 중앙행정부처별 기본급과 수당이 다를 뿐 아니라 동일유사 업무임에도 임금 차이가 현격하다. 전환 이후 공무직은 호봉제는 고사하고, 15년이 지나도 최저임금으로 버텨야 하는 직무급제를 실시해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지경”이라고 전했다.

김금수 농촌진흥청지회 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10년 일해도 오늘 일을 시작한 사람과 임금이 같다. 누가 호봉제도 없는 중앙행정기관에서 평생 일하고 싶겠나. 농촌진흥청은 중요한 연구기관이지만 공무직 처우는 최하위 상태로 계속되고 있다. 국가의 노동 유연화 정책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해놓고 모른척하면 안 된다. 무늬만 정규직 전환이 되면서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박하이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도서관지회 부지회장 역시 “우리는 여전히 사회적 신분을 부끄러워하고 있다. 무기계약직 신분은 생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사람들은 코로나19 상황이지만 공무직들은 임금과 복지가 보장되는 것 아니냐고 한다. 우리는 호봉도 없고 가족수당도 없다. 국가 공무직이라는 허울 좋은 호칭에 가려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 3월 27일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및 기간제 노동자의 임금 및 처우 등을 총괄적으로 조정·관리하기 위해 범정부 공무직위원회를 설치한 바 있다. 노조는 당사자들이 참여하지 않는 공무직위원회 체계는 정당성이 없다며 노조 대표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기획재정부가 참여하는 공무직위원회 중앙행정기관 분과협의회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기재부 지침에 따르면 기재부장관과의 협의 없이는 인력 증원을 비롯해 별도의 수당을 신설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조는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비공무원 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개선 등을 위한 공무직위원회 설치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진정성 있다면 분과협의회 설치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분야별 실무협의체 중 교육 분야 구성만 확정이 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다수의 중앙행정기관이 무기계약직 인건비인 상용임금을 사업별로 관리하고 있어 사업비가 축소될 시 인권감축, 임금 저하 등에 놓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하고 있다. 노조는 “지자체 같은 경우 공무원의 (인건비) 집행 잔액은 예산대비 3%였으나, 무기계약직의 집행 잔액은 예산대비 26%로 공무원 인건비 잔액률에 비해 9배가량이 높았다”며 “그만큼 무기계약직 인건비에 집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이성일 민주일반연맹 공동위원장은 ‘비전업 시간강사 강사료 차등지급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들며 공무직 노동자들에게 복리후생비가 지급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최근 대법 판결의 경향성은 동일노동이 아니더라도 복리후생적 성격인 명절휴가비, 가족수당, 복지포인트 등에 대해서 하나의 사용자와 함께 일하는 공무직이라면 공무원들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이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중앙행정기관은 근기법을 위반한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은 “국립대학의 장으로서 행정청의 지위에 있는 피고로서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사회적 신분이나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됨은 물론 그밖에 근로계약상의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하여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노조는 중앙행정기관 공무직 노동자들의 수당과 관련해 지난 4월 대한민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밖에 노조는 △중앙행정기관 공무직 법제화 △직무급제 폐지와 호봉제 실시 △차별철폐 등을 위한 2021년 예산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청와대에 요구안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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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은 초반부터 잘못된 정책임 에초에 무기계약직이 아닌 대졸공채(5~6급)보다 직급 낮은 일반공채(과거고졸급) 로 전환하면서 공개채용 형태로 갔어야 됨 이렇게 하면 공정성도 확보할수 있고 취준생들 취업스펙트럼도 늘릴수 있을뿐더러 경비,청소,보조 등 3D저임금 일자리 질좋은 일자리로 재탄생할수 있는 건데 왜 이런식으로 했는지 이해가 안됨 기존의 직원들을 짜르느냐는 말이 있는데 기존의 직원은 계약만료 될때 까지 고용하고 만료 되서 티오 생기면 일반공채로 새로 뽑아야지 무기직 만들어 노니 전환이후 시험보고 들어간 애들은 고졸제한경쟁 채용한테 역차별을 느끼고 자리는 자리대로 저임금 고착화되서 질좋은 일자리는 하나도 못만들었지 노동자는 노동자들끼리 갈등은 심화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