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고용 차별 근절, 노조법 2조 개정이 승부수”

[제4회 파견노동포럼] "불법파견 소송, '노동자 갈라치기' 한계"

2019년 기준 용역, 파견, 하도급 등 ‘소속 외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1%. 2017년 19%에 비해 별반 차이가 없다. 공공부문 간접고용 비율도 2015년 19.9%에서 2019년 18.1%로 크게 줄지 않았다. 1,000~4,999인 대규모 기업에서는 소속 외 노동자 비율이 0.3% 증가했다. 지금도 한국지엠, 현대자동차 등에서 불법파견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간접고용, 파견 노동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간접고용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가 26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제4회 파견노동포럼을 열었다.

  왼쪽부터 정병욱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변호사,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윤애림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박사, 이상우 금속노조 조직국장,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부실장, 이진아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노무사. [출처: 김한주 기자]

사용자가 악용하는 파견법…“법리 한계 많다”
“파견법 폐지, 직업안정법 개정으로 불법파견 금지해야”


이날 포럼에서 권두섭 변호사는 간접고용에 대한 현행 법리 문제를 중요하게 지적했다. 현재 파견 노동은 대법원 판례에 따른 5가지 인정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먼저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다. 원청이 하청, 파견 노동자에 업무를 간접적으로 명령해도, 파견으로 간주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파견 사용주들은 위 조항에 언급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이 없다며 합법 파견으로 가장한다. 권 변호사는 “판사가 ‘간접적 명령’과 ‘상당한 지휘·명령’에 관심을 두면 노동자가 이기지만, ‘구속력’에 매몰되면 회사가 이긴다. 파견법 관련 법리가 명확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두 번째 기준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돼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볼 수 있는지’다. 다시 말해 특정 파견자의 노동이 원청 정규직의 노동과 연결돼 하나의 작업을 이루는지 따지는 것이다. 제조업의 경우 사내하청 말고도 멀리 떨어진 업체에서 부품을 조달하기도 하는데, 사용자들은 공간이 분리돼 있다는 이유로 파견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권 변호사는 “‘하나의 작업집단’ 혹은 ‘직접 공동작업은’ 개념상 업무를 기준으로 한 판단이고, 이는 업무의 기능을 중심으로 파악해야 한다. 따라서 정규직 근로자들과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기능적으로 연계돼 있으면 직접 공동작업이라고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기준은 파견업체가 소속 노동자의 선발, 교육 훈련 등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여부다. 하지만 많은 원하청 관계는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 아래 놓여 있다. 파견 하청 업체가 독자 권한을 갖는다 해도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에서 그 권한을 실효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간접고용 현장 분위기가 존재한다. 지난해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자회사 노동자들이 원청 한국도로공사와의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주장하며 소송에 돌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음으로는 파견 하청 업체가 자기만의 조직, 기계, 설비 등을 갖춰야 한다는 기준인데, 권 변호사에 따르면 많은 원청 회사가 하청에 월 임대 형식으로 기계·설비를 넘기고 있다. 원청이 합법 파견으로 위장하기 위해 편법을 쓰는 셈이다.

이런 법리의 한계로 권 변호사는 파견법을 폐기하고, 직업안정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현재 합법적인 근로자 파견의 모습은 면접과 채용 결정, 임금 등 근로조건 결정을 사용사업주가 하고, 파견 사업주는 모집공고, 임금의 분배, 사회보험 처리, 파견사업주 명의의 해고 통보 등이 유일한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일시 고용의 필요성이 있다면 기간제로 사용하면 되고, 전문인력 채용 등은 공적 고용알선을 활성화하면 되는 문제다. 현재 모집형, 등록형인 근로자 파견의 운용 현실을 볼 때 임시 고용과 전문인력의 간이한 채용이라는 법취지와는 무관하다. 따라서 파견법을 폐지하고 직업안정법을 개정해 불법파견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입법해야 한다”고 했다.

“불법파견 소송, ‘노동자 갈라치기’ 한계 있어…
계급적 단결 위한 노조법 2조 개정 ‘급선무’”


현재 노동운동진영의 파견법 대응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즉 불법파견 소송이 주를 이룬다. 노조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원하는 하청 노동자들의 명단을 받고, 이들의 이름으로 정규직화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송에서 노동자들이 이겨도, 원청이 판결에 따라 정규직화를 하지 않는다. 또 교섭 과정에서 원하청 노조 간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한국지엠에서 ‘인소싱’을 두고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 간 갈등이 일어난 바 있다. 아울러 직접고용을 승소 당사자, 일부 조합원만 국한하는 경우도 있어 노조 안에서 다툼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해 톨게이트 노동자 투쟁 때 사측은 승소자만 언급하며 ‘갈라치기’를 시도한 것, 2016년~2017년 기아차에서 특별채용을 둘러싼 ‘1사1노조’ 분리 사건이 비슷한 맥락이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윤애림 박사는 이 같은 불법파견 소송 대응은 ‘노동자 갈라치기’를 유도한다며, 원·하청 노동자 계급이 함께 싸울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박사는 “불법파견 소송은 (법적 파견 고용 기간인) 2년 이상과 2년 이하 노동자, 불법파견 인정받은 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함께 싸우기 어렵다. 원청이 소송 명단을 들고 특별채용에 나설 경우엔 ‘전원 정규직화’ 원칙은 무너지기 쉽다. 지금까지 간접고용 철폐 운동이 연대와 투쟁력을 약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따라서 그는 “원청 상대로 하청, 용역, 파견 노동자가 제대로 된 노동3권을 보장받기 위한 요구로 나아가는 방향이 필요하다”며 “그 점에서 노조법 2조 개정 요구의 전면화가 필요하다. 현재 노조법은 근로자를 너무 좁게 해석하는 문제가 있다. 노조법 2조 개정을 통해 ‘근로자’와 ‘사용자’ 정의를 함께 확대해야 한다. 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해 도급제 보수를 받는 모든 노동자에 (노동3권을) 확대하는 요구로 나아가야 한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발제와 동시에 ‘노조법 2조 개정 운동본부’ 구성을 제안했다. 운동진영이 총망라해 의제 중심 기구를 만들고 사회적 압박에 나서자는 것이다. 실제 그간 노조법 2조 개정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정부 차원에서 노조법 개정 논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맡아왔는데,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간접고용 관련 논의를 의제로 올리지도 않았다. 윤 박사는 “강력한 사회적 운동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노조법 2조 개정은 논의조차 되지 않을 것”이라며 “(운동본부 구성으로) 특수고용, 간접고용 노조에 대한 법·제도적 제약을 걷어치우라는 공동투쟁을 조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금속노조 이상우 조직국장은 불법파견 소송 대응을 중단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노조가 불법파견) 소송에만 기대고, 노조 활동을 등한시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소송인단 모집으로) 외연이 확대되면서 나타나는 증상과 유사하다. 단위사업장에서 불법파견 소송 외에 간접고용 의제 투쟁을 부각하지 못한 점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소송 대응은 노조 조직 확대로 기능하기도 한다. 중소영세 사업장을 새로 조직할 때 불법파견을 걸고 정규직화로 싸우자는 전술을 많이 사용한다. 문제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차별을 없애자는 투쟁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간접고용 차별 문제에 불법파견 소송이 발판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부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간접고용 문제를 비판했다.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으로 4만 명을 자회사로 간접 고용한 바 있다. 공 부실장은 “자회사는 인력공급회사에 불과하다. 용역계약, 조직 구조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자회사인 지역난방안전도 실질 관리는 원청인 지역난방공사가 한다. 열 수송관의 안전 관리, 점검 업무는 핵심 업무다. 원청이 관리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불법파견으로도 볼 수 있는 문제다. 따라서 자회사 재직영화, 원청 책임을 강화하자는 요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