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는 인천공항에만 있지 않다

[1단 기사로 본 세상] 말잔치보다는 관료주의부터 손질 했어야

[편집자주] 주요 언론사가 단신 처리한 작은 뉴스를 곱씹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려고 한다. 2009년 같은 문패로 연재하다 중단한 것을 이어 받는다. 꼭 ‘1단’이 아니어도 ‘단신’ 처리한 기사를 대상으로 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요원 정규직 직고용을 놓고 2주 넘게 살벌한 말들이 오갔다. ‘4년간 4800명 정규직 전환한 인천공항, 올해 신규채용은 1명뿐’(조선일보 7월1일 3면), ‘묻지마 정규직… 공공기관 인건비 30조 돌파’(조선일보 7월1일 1면), ‘인천공항 사태 분노 커지는데… 靑 가짜뉴스로 촉발’(조선일보 6월29일 1면), ‘취준생 들끓는데, 청와대 정규직화 더 많은 일자리 위한 것’(중앙일보 6월25일 3면), ‘들끓는 인천공항 벼락 신분상승… 정치에 휘둘린 정규직화’(중앙일보 6월25일 2면), ‘文공약 지키다가… 인천공항 정규직, 새 정규직, 자회사 정규직 내분’(조선일보 6월24일 3면), ‘알바하다 인천공항 정규직… 취준생 공부하기 싫어진다’(중앙일보 6월24일 2면)는 기사 제목들이 노리는 건 뭘까. 코로나가 판치는 세상에 올해 대거 신규채용한 공기업은 얼마나 될까. 인건비가 공공기관 재정구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비정규직 공항 보안요원을 준비하던 취준생이 정규직 전환에 결사 반대할까. 고작 무기계약직이 된 게 ‘벼락 신분상승’으로 비난 받을 일인지, ‘알바하다 인천공항 정규직 됐다’는 가짜뉴스에 내재한 차별과 배제의 사고는 어떻게 고쳐야 할지 엄두가 안 난다. 언론이 만들고 부추긴 극단의 갈등 속에서도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

인천공항으로 일하러 출근하는 사람은 줄잡아 6만여 명이다. 5만여 명은 민간부문에서 일한다. 1만여 명은 공공부문, 즉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매개로 일한다. 당연히 공항공사는 공기업이다.

  조선일보 7월1일 3면

20세기 초 인천 앞바다와 섬들을 메워 국제공항을 만든다고 했을 때 여러 언론은 잦은 바다 안개를 우려하며 반대했다. 그러나 개항 이후 안개 때문에 문제가 된 적은 거의 없다. 대안 없이 문제만 골라 지적질 하는데 익숙한 언론이 헛다리를 짚었다.

문제는 공항의 인력 운영이었다. 세계 최고의 공항인데도 공사의 정규직은 천 명도 안 되게 출발했다. 지금도 1400여 명에 불과하다. 대신 공사는 이용객과 직접 대면 접촉하면서 서비스의 질에 절대 영향을 미치는 업무 대부분을 간접고용으로 채웠다. 이렇게 1만 명 넘는 인력이 공사의 간접고용으로 일한다. 개항 초기에 어떤 언론도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민간부문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오늘날 인천공항엔 6만여 명이 출근하지만 정규직은 고작 5천여 명 선이고 나머지는 모두 다단계 하청구조에 매달려 일한다. 공사 산하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박근혜 정부 때부터 노조를 만들어 이 기막힌 구조를 폭로하며 파업도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간접고용 비율은 정규직의 10배에 달할 만큼 심각했다. 공공기관운영기본법에 관리감독을 받는 300여 공기업 가운데 탑 5 안에 들었다. 대한민국 관문 공항인데 이렇게 운영하다간 대형 사고나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공항 청소노동자부터 비행기와 공항을 연결하는 탑승교 설치노동자와 공항 안전을 책임지는 보안요원까지 이용객 안전과 직결된 대부분의 업무를 외주화한 채 출발한 인천공항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바늘구멍을 뚫고 1천여 명의 공사 정규직이 된 정규직노조는 취준생과 입장이 다르다. 간접고용으로 일하던 보안요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정규직 자리가 그만큼 늘어난다. 지금 일하는 보안요원도 정규직 전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동안 비정규직인 보안요원 시험을 준비하던 취준생 입장에선 길게 보면 손해 볼 게 없다.

정규직 노조의 불만은 근원이 다르다. 1400명인 노조에 1900명(보안요원)의 신규 정규직이 들어오면 그동안의 노조 의사결정 구조가 뒤틀릴 수밖에 없다. 1400여 정규직이 1만 명의 비정규직을 부리며 여러 혜택을 독식하는 게 어려워진다. 이를 사회과학 용어로는 ‘초과착취’ 또는 ‘지대(地代)’라 부른다.

정작 분노할 건 따로 있다. 세계일보는 지난달 23일 17면에 1단 기사로 ‘금감원이 특성화고 출신 신입 선발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채용인원이 ‘최대 5명’이다. 이런 걸 홍보하는 금감원이나 그걸 받아 적는 신문이나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세계일보 6월23일 17면

동아일보는 지난달 25일 14면에 ‘경영난을 겪고 있는 KBS가 2023년까지 직원 1000명을 줄이기로 했다’고 단신으로 보도했다. KBS는 올해 적자가 1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은 좀 다르지만 KBS 직원들의 고임금은 여러 차례 문제로 지적됐다. 그래서 KBS가 눈물을 머금고 전 직원의 20%가 넘는 1000명을 줄인다면 고통분담 노력이라 할 만하다. 물론 필자는 사람 자르는 구조조정엔 반대지만.

그런데 KBS는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을 안 해도 2023년까지 자연스레 900명이 정년퇴직한다.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마구 채용했던 KBS 직원들이 대거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눈물을 머금고 감축하는 인력은 고작 100명에 불과하다. 이걸 ‘비상경영’이라고 내놓는 KBS도 답답하지만 1천명 감축이라고 써주는 언론도 마찬가지다.

  동아일보 6월25일 14면

코로나19 위기 속에 대형 배달업체가 떼돈을 벌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에서 일하는 택배기사들은 살인적 노동에 시달리며 여기저기서 쓰러지고 있다. 지난 4일 울산에선 40대 초반의 건장했던 택배기사가 코로나19로 물량이 급증하면서 석 달째 하루도 쉬지 못하고 밤낮 일하다가 도로에 쓰러져 길 가던 시민들에게 구조됐다. 많이들 안타까워 했다. 이 와중에 세계일보는 지난달 30일 17면에 롯데백화점이 온라인 주문 ‘바로배송’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홍보성 기사를 썼다. 환히 웃는 얼굴의 배달기사 사진과 ‘롯데’라는 상표가 선명한 홍보사진과 함께. 세계일보는 이 기사 제목을 ‘3시간 내 배송… 오늘 낳은 계란 오늘 먹는다’로 달았다. 누구나 신선한 식재료를 원하지만 이 기사를 쓰면서 배달기사의 고통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의문이다.

  세계일보 6월30일 17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6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플랫폼 노동자를 각별히 챙기라”고 지시했다.(매일경제 6월23일 1면) 대통령은 “플랫폼 노동자는 법적으로 개인사업자처럼 되어 있어 노동자의 법적 지위가 안정되지 않는 만큼 이들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강구하라”고 고용노동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당부했다. 대통령은 참 트렌디하다. 취임 직후 첫 방문한 인천공항의 정규직화가 만 3년이 지나서야 불완전한 결실을 보이는 판에 지금 대통령이 한 말은 임기 내 지켜지긴 요원해 보인다. 구미에 맞는 말 정치보다는 대통령 말을 가로막는 관료주의 구조부터 손질하는 게 먼저였다. 이미 늦었다.

  매일경제 6월23일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