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박원순 피해자 도움 요청에도 “그럴 사람 아니다”

피해자, 기자회견 심경 밝혀 “법의 심판, 인간적인 사과 받고 싶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피해자가 박원순 시장을 고소하기 전, 서울시에 도움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해당 조례를 들어 수사 종결된 사안의 경우 서울시가 조사를 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번 성추행 사건을 확대하고 방치한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직접 조사해야 한다는 당위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8일 박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 전직 비서 A씨가 경찰에 박 시장을 고소한 이후 피해자 지원을 맡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주최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 사실에 대해 ‘위력성추행’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비서가 시장에 대해 절대적으로 거부나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무시간뿐만 아니라 퇴근 후에도 사생활 언급, 신체접촉, 사진 전송을 하는 등 전형적인 권력과 위력에 의해 피해가 발생했다”라며 “이는 4년 동안 지속됐고, 피해자는 오랜 고민 끝에 지난 7월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A씨가 여러 차례 서울시 내부에 알렸으나, 도리어 2차 가해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피해자는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시장의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하거나, 비서의 업무를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이자 노동으로 일컫거나, 피해를 사소화하는 등의 반응이 이어져 더 이상 피해가 있다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A씨의 변호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는 범행 사실에 대해 ‘본인(고 박원순 시장)의 속옷 차림 사진 전송, 늦은 밤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 대화 요구(올해 2월 6일까지), 음란한 문자 발송 등’의 성희롱 및 추행이 점점 심해졌다고 말했다. 범행 장소는 주로 시장 집무실과 시장 집무실 내 침실 등이었다.

  고 박원순 시장이 피해자를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했던 증거. 피해자의 변호인 김재련 변호사는 박 시장이 피해자를 비밀 대화방에 초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박 시장은 둘이 셀카를 찍자며 집무실에서 신체를 밀착해 셀카를 찍었고, 피해자의 무릎에 든 멍을 보고 본인이 불어주겠다며 무릎에 입술을 댔고, 침실로 불러 안아달라며 신체적 접촉을 했고,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으로 초대해 피해자에게 음란한 문자를 전송하고 속옷을 입은 사진을 전송하는 등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성적으로 괴롭혔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피해자가 다른 부서로 발령 난 이후에도 지속됐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먼저 서울시장 비서직을 지원했다는 일각의 설에 대해서도 아니라고도 해명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는 서울시청이 아닌 기관에서 근무하던 중 서울시청의 요청에 의해 당일 오후 시장실 면접을 보고 비서실 근무를 통보받아 근무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이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경찰, 서울시, 국회 등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상임대표는 “서울시는 본 사건의 피해자가 성추행 피해를 입었던 직장으로, 규정에 의해 서울시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조사단을 구성하여 진상을 밝혀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더불어 경찰에는 현재까지의 조사내용을 토대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정부와 국회 및 정당에는 피해자의 호소를 외면 말고 책임 있는 행보를 위한 계획을 밝혀달라 요구했다.

서울시는 서울시 차원의 진상 규명 조사에 대해 아직까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13일 서울시 관계자는 “수사 종결이 예정돼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통상적인 방법으로 조사를 하긴 어렵다. 장례가 끝나고 관련 부서에서 이 문제 논의를 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회의가 잡히거나 하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본격적 수사 전, 증거인멸의 기회 주어져

한편, 박원순 시장이 죽음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이미경 소장은 고소와 동시에 어떻게 피고소인에게 수사상황이 전달됐는지, 중간에서 수사 내용이 누출된 것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이 소장은 “서울시장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목도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시스템을 믿고 위력 성폭력 피해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렇게 투명하고 끈질긴 남성 중심 성문화의 실체와 구조가 무엇인지 통탄하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개탄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 5월 12일과 26일에 걸쳐 A씨와 상담을 진행했다. 법무법인 온·세상은 5월 27일부터 법률적 검토를 시작했다. 피해자의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 자료, 텔레그램 문자, 피해 사실을 호소했던 친구 및 동료들의 증언이 증거로 확보됐다.

고소장은 7월 8일 오후 4시 30분경 서울지방경찰청에 접수됐다. 사안의 급박함을 고려해 고소장 접수 날 고소인 1차 진술조사를 시작해 다음 날 오전 2시 30분경 조사를 마쳤다. 고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은 통신매체이용음란, 업무상위력추행, 형법상의 강제추행 등이었다. 박 시장이 실종됐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7월 9일 오후부터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피해자 A씨가 서면으로 입장을 밝혔다. A씨는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라며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A씨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라며 박 시장의 죽음에 대해 “너무나 실망스럽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A씨는 “저와 제 가족의 보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박 시장 사망 이후 온,오프라인으로 2차 가해를 겪고 있는 A씨는 13일 변호인과 함께 2차 가해 관련 추가 고소장을 접수했다. 여성단체들은 다음 주부터 박원순 시장 위력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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