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축복

[레인보우]


지난 6월 17일,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 심사위원회는 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목사를 연회 재판위원회에 기소했다. 그의 죄명은 ‘성소수자들을 위해서 꽃을 뿌리며 축복한 죄’. 지난해 열린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 대한성공회 인천나눔의집 김돈회 신부와 함께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을 축복하고, 꽃잎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는 것이 그가 재판위원회에 회부된 유일한 이유였다. 재판 결과에 따라 그에게 내려질 징계는 정직이나 면직, 또는 출교뿐이다. 그는 연회 자격심사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경위서도 제출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는 것이었다.

2018년에는 장로회신학대학교가 채플 시간에 무지개 깃발을 들었다는 이유로 학생 다섯 명을 징계했다. 한 명은 6개월 정학 처분을 받았고, 나머지 네 명의 학생들도 근신, 사회봉사, 엄중 경고의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한 법정 투쟁 끝에 지난해 7월이 돼서야 비로소 법원에서 징계 무효 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다. 현재 한국의 보수 개신교계는 어떻게든 성소수자에 대한 교회 내의 관심을 가로막고 조금이라도 그 통제를 벗어나려 하는 이가 있다면 일단 손과 발을 묶어 그 어떤 시도도 차단하겠다는, 대단한 의지를 보여주는 중이다.

그런데 여기, 또 다른 축복이 있다.

김준곤 목사는 유신체제의 성립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제6회 대통령조찬기도회(1973.5.1)에서 10월 유신을 정신혁명으로 찬양하였고, 전 군 신자화 운동이 전 민족 신자화 운동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면 10월 유신은 ‘신명기 28장에 약속된 성서적 축복을 받을 것’이라고 축복하였다.
‘유신과 함께 온 그리스도의 계절: 박정희와 김준곤’, , (2013.12.28.) 중에서

1980년 8월 6일 기독교 유명 목사들은 그해 서울의 봄과 광주 항쟁을 무참하게 짓밟은 전두환을 위해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한 조찬 기도회'를 개최했다. 이날 조찬 예배에서 정진경 당시 성결교 증경총회장(현재 신촌성결 교회 원로목사)은 전두환을 막중한 직책을 맡아 사회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모든 악을 제거하고 정화해준 인물로 극구 찬양하고 남북통일과 대한민국의 번영, 민주화 실현 등 민족의 열망들을 이루는 데 큰 일꾼이 되어 그 업적이 후세에 영원히 남길 바란다고 축원했다.
‘기독교가 지지한 대통령들이 모두 비참해진 까닭’, , (2009.7.1.) 중에서


성소수자들에게 꽃을 뿌려 축복한 목사는 면직이나 출교라는 중징계를 받지만, 유신과 군사 쿠데타를 칭송하고, 수많은 이들을 고문하거나 학살한 독재자들에게 조찬기도회까지 만들어 축복과 축원을 아끼지 않았던 목사들은 누구도 징계를 받은 적이 없다. 단순히 개신교 내부의 문제로만 보기에는 목사의 축복을 사회적 메시지로 활용하고 통제해 온 역사가 이미 너무나 정치적이다. 이동환 목사에 대한 징계를 마냥 개인의 사정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를 징계함으로써 감리교 교단과 개신교계는 또 한 번 정치적 메시지를 획득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튀어나오는 이들의 머리를 때려 넣고 한국의 개신교가 가장 안전한 기반이라고 여기는 이성애 가부장제 질서를 유지하면서 언제든 순종할 수 있는 교인들을 만들어두는 것. 그럼으로써 가난한 이들과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축복보다 정죄가 익숙해지도록 하고, 부와 권력을 향한 축복과 기원에 그들의 삶을 의탁하게 하는 것이 바로 그 정치를 위한 메시지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어떤 축복은 기어코 고공으로 올라가고 땅 위를 걷는다. 이성애로 돌아오라는 외침과, 태아의 생명만이 제일 소중하다는 피켓들 앞에서 무지개 깃발을 펼치고 함께 춤을 춘다. 국회와 청와대,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도문을 읽는다. 가로막은 펜스를 뜯어내고 담장 위에 선다. 다른 종교인들과 함께 기어서, 걸어서, 뛰어서 연대의 자리에 선다. 물대포를 맞고 경찰에 잡혀간다. 때로는 목숨을 걸고, 목숨을 잃었다. 수많은 역사 속에서 그 축복들은 제 몸 하나로 싸워야 하는 이들에게 “우는 자가 웃게 될 것”이라는 누가복음의 정치적 선언을 실현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 축복은 앨라이(ally)의 축복이 아니다. 종교의 이름을 내건 정치적 메시지를 함께 바꾸는, 축복을 통한 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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