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여성단체 “성폭력 피해 공무원 우울증 탓으로 몰아”

“임실군, 공무원 성폭력 사건 자체 진상조사 실시해야”

성폭력 피해를 암시하는 문자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북 임실군 소속 공무원과 관련해 여성단체들이 임실군의 소극적 대응을 질타하고 나섰다.

[출처: 전북여성단체연합]

전북여성단체연합, 성폭력예방치료센터 등은 17일 오전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실군은 피해자를 우울증 탓으로 몰지 말고 즉각 자체 진상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사망하기 전 피해자는 인사 담당 과장에게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우울증이 돌아왔냐’는 식의 답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군이 피해자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들어줬다면 극단적 선택을 막았을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또 "가해 용의자가 1992년에 3개월간 피해자와 근무한 것 외에 접점이 없다고 하지만 28년 전 피해자가 성폭력을 당했을 수도 있다"며 "성폭력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지도 않았던 당시 시대 상황을 생각하면 피해자는 피해를 보고도 밝히지 못한 채 오랜 시간 혼자서 괴로워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직사회 성폭력 근절을 위해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신고체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라며 전북도청에도 임실군이 진상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피해 여성 공무원 A씨는 지난 11일 오후 임실읍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죽기 전 지인에게 “정기 인사이동으로 (과거) 성폭력 피해를 본 간부와 앞으로 함께 일하게 돼 힘들 것 같다”는 내용의 문자를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지인은 문자를 받고 A씨 자택으로 찾아갔으나 문이 잠겨 있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사망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한편 최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함께 공직 사회 성폭력 문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2018년 조사한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성희롱 피해 경험이 민간 기업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직장에서 재직하는 동안 본인이 한 번이라도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8.1%를 차지했다. 공공기관은 16.1%, 민간사업체는 6.5%가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은 14.2%가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해 남성(4.2%)보다 세 배 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위 설문조사는 지난 2018년 4월 6일부터 같은해 12월 27일까지 공공기관 400개(일반직원 2,040명), 민간사업체 1200개(일반직원 7,364명)를 대상으로 조사됐다.

당시 황정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2015년도 조사결과(6.4%)에 비해 높아졌는데 이는 미투 운동 이후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인식, 민감성이 높아졌고, 공공부문의 경우 2018년 상반기 공공부문 성희롱 실태 전수조사 실시로 인해 민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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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

    춘향전에도 나오지만 공무원들의 성 윤리도 심각할 때가 많습니다. 비단 돈 많은 대기업만은 아닙니다.

    오래 전 전북지역의 방송을 봤는지 전국방송을 봤는지 모르겠지만 전라도 지역의 군수들이 중도하차를 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전라도 지역의 군수와 경상도 지역의 군수가 중도하차를 하는 비율이 어떻습니까. 전국 군수의 중도하차 도표를 보면 더욱 좋겠습니다만. 공무원들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춘향전을 보면 나오잖습니까. "이방"이 되면 "나으리"로 불릴 정도였잖습니까. 언론을 보면 중앙권력도 문제지만 지방에서 "방구"끼는 그 권력의 타락도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지방권력도 무시하지 말고 주시해야 합니다. 고위공무원들의 타락과 도퇴를 나타내는 전국적인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의 판단은 거의 비슷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되살릴 수 없을 때는 다 허물고 새로 짓는 것입니다.

  • 중년

    이 시대의 정도와 비극

    원민:그냥 역사의 흐름을 잘 타서 권세를 부리고 부귀영화나 누리다가 죽을 주제에 너무 심한 것 아니야. 그냥 확 패 죽여버려도 세상이 놀라기라도 하겠어.

    수지:그건 경솔한 짓이야. 그런 인간이라면 죽으나 사나 마찬가지 아니냐. 그런 인간한테는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 것이 나아

    수현:심각한 얘기구나. 세상이 그 만큼 어수선하고 심각해졌어.

    민호:다들 여유를 갖자고, 시대에 너무 얽매여서는 할 일을 제대로 못해. 귀찮게 하더라도 참아야 한다. 알고보니 그 물건은 머리는 명석할지라도 국가를 세울 인물은 못돼.

    수지:그런 물건을 더 조심해야 해. 수족들이 역사를 쓴 예는 많아. 다시 생각을 정리해봐야 할 것 같아. 우리의 앞 날이 너무 타격을 많이 받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