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내부고발자 징계...메일 무단 삭제까지

“ KT사장 고발 예정”, KT노조는 적폐경영에 맞서 함께 투쟁해야”

KT가 수년간 곰팡이·악취 등 폐 질환 및 천장 콘크리트 붕괴 등의 우려로 사무실 환경 개선을 요구해온 노동자들에게 징계 시도를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회사의 '노조 선거 개입 중단’을 호소하는 메일이 무단으로 삭제되는 사건까지 발생해 KT 구현모 사장의 적폐경영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T전국민주동지회·KT노동인권센터는 27일 오후 2시 광화문 KT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부고발 직원탄압과 메일 삭제의 책임을 물어 구현모 사장을 고발할 예정”이라며 “반드시 KT의 적폐경영이 청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제가 되는 건물은 업무지원단 경기1팀이 근무하고 있는 의정부 소재 KT경중앙빌딩이다. 이 빌딩은 1965년 건립돼 55년이 됐다. 경기1팀 소속 노동자들은 수십 차례 사무실의 누수·곰팡이·악취·쥐 출몰 등의 문제를 제기해왔으나, 사무실 이전은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노동자들은 내부고발을 감행했으나, 회사는 두 명의 노동자를 각각 정직 6월, 3월을 내용으로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채명원 업무지원단 경기지원1팀 노동자는 기자회견에서 “비가 오면 누수로 인해 세숫대야 4~5개를 받쳐놔야 하고, 4층 사무실은 곰팡이와 쥐로 가득하다”며 “곰팡이로 인해 바닥과 벽이 닳아 악취가 난다. 코로나 재난 시기에도 감기를 달고 산다”고 호소했다. 이어 “수십 차례 회사에 직원 생명을 구해달라고 했는데 무시당했다”며 “요구를 무시한 책임자를 징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해당 요구를 무시한 업무지원단장이 보직 해임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지난 5월 말부터 KT 송파지사 노동자는 ‘노조 선거에 대한 불법 개입 중단’을 호소하는 메일을 전 직원에게 보냈으나, 회사로부터 ‘서면경고’를 받았다. 이어 지난 9일에도 메일을 발송했으나 이번에는 메일이 삭제됐다. 메일을 발송한 장현일 KT송파지사 하남지점 미래산업팀 노동자는 기자회견에서 “KT 노조 개입이 심했던 당시 책임자를 맡았던 신현옥 부사장을 언급하며 인사 조치를 해야 한다는 메일을 발송하자마자, 갑자기 삭제됐다”고 설명했다.

주최 측 역시 경영관리부문장으로 인사, 노사분야의 최종 책임자인 신현옥 부사장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들은 “신 부사장은 노사업무로 경력을 쌓으며 승승장구했으며, 최규종 전 팀장의 진술서 등을 통해 폭로한 회사의 노조선거 불법개입의 이슈에서 그 핵심에 있는 인물”이라며 “회사가 무단 삭제한 메일의 주 내용이 KT 적폐의 핵심인 신 부사장의 인사조치 요구였다”고 밝혔다. 최규종 씨는 지난 26일 진술서를 통해 지난 1998년부터 2014년까지 노사담당 팀장을 역임하며 겪었던 ‘선거 개입행위’에 대한 양심선언을 한 바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징계 조치와 메일 삭제 사건에 대한 위법 사실도 지적했다. 강호인 법무법인 변호사는 “이번 중징계는 명백히 부당하다”며 “그 이유는 징계 원인이 사무실 환경 개선이었기 때문이며 이는 단체 협약 70조를 근거로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체협약에는 “근로조건 개선 통한 적절한 작업환경 조성하면서 조합원 생명 보장과 안전 및 보호를 유지 증진해야 한다”며 “산안 법령에서 정하는 산업체 예방을 위한 기준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그는 사용자의 책임을 강조하며 “산업안전보건법 5조 사업주 의무, 38조 사업주 안전조치 의무에도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루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메일 삭제와 관련해 “이메일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서 무단으로 열람·삭제할 수 없다”며 “한마디로 통신의 비밀을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게다가 이 사건은 노동자들의 정보 인권을 침해한 사건”이며 “회사가 이메일 접속 기록을 보려면 사전에 노동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메일 무단 삭제는 부당노동행위일 뿐 아니라, 정보통신망법,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되며 형사처벌까지 가능한 중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주최 측인 KT민주동지회는 사건별 위법 사실을 검토해 구현모 KT사장을 고발할 예정이다.

한편 오는 11월에 KT노조 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회사의 노조 선거 개입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규종 전 노사담당 팀장의 양심고백으로 해당 주장이 힘을 받고 있기도 하다. 최 전 팀장은 진술서를 통해 “재임 기간 동안 선거마다 지역본부 노사팀 주관으로 지사 내 조합원 성향 분석, 선거 관리 요령 등에 대한 집합 교육을 받아 왔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최근인 2014년도 노사담당 팀장을 했던 각급 대표자 선거 시 팀별로 회사 측이 지원하는 후보에 대한 득표 목표를 지사장한테 각 팀장이 수기로 작성해 제출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KT노조 중앙선관위가 민주동지회 주최의 ‘민주노조 건설 위한 결의대회’가 ‘사전 선거운동’이라며 중단을 요구하고, 조합원들에게 경고 조치를 하며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노조에 “조합원 탄압을 중단하고 회사의 비리와 적폐 경영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투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KT민주동지회는 민주노조 건설을 위한 전국 순회 투쟁을 하고 있다. 한편 27일 오후 3시에는 직원 2명에 대한 인사위원회가 개최됐으며, 징계 결과는 7일 후에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