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비정규직 보상임금에 날개를

[1단 기사로 본 세상] ‘알바 천국’ ‘파견 천국’ 네덜란드에서 배우자

[편집자주] 주요 언론사가 단신 처리한 작은 뉴스를 곱씹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려고 한다. 2009년 같은 문패로 연재하다 중단한 것을 이어 받는다. 꼭 ‘1단’이 아니어도 ‘단신’ 처리한 기사를 대상으로 한다.

“안녕하세요. 철도노조 김승하입니다. 제가 드디어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복직 후 멈추어졌던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었는데,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할 날이 오네요. 언제나 지지해주시고 함께해주셨던 많은 분들 덕분입니다. 결혼식은 코로나19로 조촐하게 진행할 예정이라 양해 부탁드립니다. 마음으로 축복해주세요~ 감사합니다.”

김승하 지부장은 항상 눈이 슬펐다. 그런데 아니었다. 다음달 22일 결혼한다는 청첩장에 실린 김 지부장은 누구보다 환했다. 2006년 파업부터 10년 넘는 세월을 버티며 양승태 재판부의 사법 농단까지 온갖 풍상을 겪었던 KTX승무지부 노동자라서 더 그랬는지 모른다.

김 지부장 결혼 소식을 청와대와 기재부, 노동부, 여성부 장관이 꼭 알았으면 좋겠다. 그들이 비정규직 줄이는 게 최고의 저출산 예방 정책임을 깨달았으면 한다. ‘10년간 152조 쓰고도 못 푼 저출산’, ‘혈세 80조 쓴 뜬구름 저출산대책에 100조 더 쓴다’며 악다구니를 퍼붓는 언론에도 꼭 김 지부장 결혼 얘기를 전하고 싶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에 높은 임금’(한겨레 7월 23일 8면)을 주겠다고 하자 몇몇 신문이 자그맣게 썼다.

  7월 23일 경향신문 1면(왼쪽)과 한겨레 8면

경향신문은 7월 23일 1면에 이를 보도하면서 “이 지사가 밝힌 방안은 경기도와 산하 공공기관에서 1년 미만으로 근무하는 정규직(기간제 노동자)에게 고용 불안정에 따른 보상 차원에서 기본급의 5% 정도를 계약 만료 시 일시 지급하겠다는 취지”라고 소개했다. 경기도가 내민 카드는 공공부문만, 그마저도 간접고용은 빼고 기간제만을 대상으로 했다. 퇴직금을 못 받는 1년 미만 노동자를 고려했다지만, 5%라면 정규직 노동자가 받을 퇴직금보다 적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 지사의 발상은 참신하다. 그만큼 우리 노동시장이 비정규직에게 차별을 일상화 하고 있다.

경향신문이 이 지사 발언을 작게나마 1면에 실어줬으니 이 지사 입장에선 언론 홍보에 성공했다. 이런 내용을 페이스북으로 전하는 건 동맹국 누가 떠올라 좀 불편했다. 언론이라면 이 지사 발표를 듣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시야를 넓혀야 하는데 그런 기자는 드물었다.

다만 경향신문 이기수 논설위원이 바로 다음날 24일자 26면에 ‘단기노동자 보상임금’이란 제목으로 이 지사 발표를 받아 내용을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이기수 논설위원은 “보상임금은 1980년대 호주에서 활성화됐다. 캐주얼로 불리는 호주 임시직의 기본급은 정규직보다 업종별로 15~30% 정도 높다. 고용이 불안정하고 연차, 병가 혜택도 없는 단기 노동자가 급여를 더 받아야 한다는 노동관이 투영된 것”이라고 했다. 진정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비정규직에게 정규직보다 훨씬 임금을 더 줘야 맞다. 비정규직은 임금 외에도 각종 후생복리비를 더 적게 받고 국가 복지제도에서도 소외돼 있어 호주처럼 15~30%쯤 더 받아야 겨우 정규직과 동일임금이 된다.

  경향신문 7월 24일 26면

이 위원은 비슷한 제도가 있는 스페인과 프랑스 사례까지 소개한 뒤 “단기 노동자에서 시작한 경기도 실험이 민들레 홀씨처럼 세상에 퍼져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기간제 노동자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간접고용 폐해는 더 심각하다. 현대차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보면 사내하청 노동자는 60쯤 받는다. 임금만 그렇다. 학자금 등 각종 사내 복지제도까지 합치면 절반이 안 된다. 그나마 제조업은 좀 낫다. 공영방송이라는 KBS나 MBC 같은 방송산업의 간접고용 노동자는 40 정도를 받는다. 복지제도까지 합치면 30도 안 된다. 최소 세 배의 격차를 보인다. 결국 언론 산업이 한국 격차사회를 주도했다. 여기에 프리랜서도 마구 고용해 멋대로 부려 먹고 버린다.

간접고용에 합법의 날개를 달아준 파견법은 네덜란드에선 일찍이 1965년에 제정됐다. 그래서 네덜란드를 ‘알바 천국’ 또는 ‘파견 천국’이라 부른다. 네덜란드엔 파견법 제정 이전인 2차 대전 직후부터 파견업이 성행했다. 사람을 사고 파는 파견법은 네덜란드에서도 고용에 대한 사용자 책임 회피 수단으로 악용됐다. 네덜란드 파견사용자는 고용 신고조차 안하고 세금과 사회보험료도 내지 않았다. 네덜란드에선 1991년 고용보호법 제정 이전엔 신고만 하면 누구나 파견업을 할 수 있다. 파업 사업장과 건설업 파견금지 외엔 관련 규제도 없다. 덕분에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파견 노동자 비율이 높다.

그런데 네덜란드 사업주는 좀 특이했다. 네덜란드 사업주들은 파견노동자에게 더 높은 임금을 주었기에 오히려 사용사업장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도 벌이고, 파견업체로 직장을 옮기는 노동자도 많았다. 상상하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네덜란드의 노조조직률은 25%(190만 명)쯤이다. 파견노동자 등 비정규직 조직률은 10%쯤 된다. 네덜란드 노총(FNV)은 가장 큰 산별노조로 조합원 수가 50만 명 가량이고 민간 및 공공부문의 공업, 서비스업, 운송업, 생필품업의 노동자가 조직돼 있다. 전국그리스도교노총(CNV)는 도소매상, 그래픽, 선전, 디자인, 은행, 보험, 파견 업종에 종사하는 약 3만 6천 명이 가입돼 있다. LBV는 조합원 수 8500명의 소규모 노조로 파견 등 서비스업종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한다.

ABU는 1965년에 설립돼 네덜란드에게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파견업 사용자단체다. NBBU는 중소규모 파견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용자단체로 1994년에 설립됐다. 네덜란드 노총과 파견업 사용자단체는 단협을 맺어 사용사업장의 정규직과 같은 임금을 지급한다. 네덜란드 파견노동자는 사용사업장 종업원평의회에 고충처리 할 권리도 있다. 사업장별 노사합의가 아닌 산업별 단협에 파견노동자 사용과 제한 규정을 두고, 정규직 채용 때 파견노동자를 우선 고용하는 조항도 넣었다. 여러 언론이 말하는 ‘인국공’ 사태 같은 건 네덜란드엔 불가능하다.

네덜란드 파견노동자 수는 1998년 전체 노동자의 3.9%까지 늘었다가 2005년 2.5%(15만7천명)으로 다소 줄었다. 네덜란드 파견노동자는 매우 젊다. 누적 통계로 25살 미만이 전체 파견의 절반을 차지하고, 35살 미만이 전체 파견의 70%에 달한다. 45살 이상은 전체 파견노동자의 9%에 불과하다. 결국 네덜란드 노동시장은 젊은 비숙련 파견노동자가 여러 직업을 옮기며 자신의 적성을 찾아 가도록 설계돼 있다.


위 표에서 보듯이 네덜란드 전체 파견노동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25살 미만 파견노동자는 남녀 모두 정규직과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이 받는다. 특히 15~19살 고졸 파견노동자는 정규직보다 더 많이 받는다.

네덜란드뿐만이 아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파견노동자 임금을 원칙적으론 사용사업장의 노동자와 같이 주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비정규직에게 정규직보다 더 많은 임금을 주도록 강제하면 비정규직 천국 대한민국이란 오명을 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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