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들이 이끌어준 기록과 진상규명의 길

세월호 유가족, 6년간 모은 자료로 책 출간…사건 분석과 진상규명 과제 제시

“원통하게 죽어간 아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반드시 내 힘으로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가 처벌되도록 노력하여, 아들에게 ‘사법적 씻김굿’을 해 주기로 굳게 결심했다. 그때부터 두꺼운 서류뭉치를 들고 회사를 출퇴근했으며, 짬을 내고 밤을 새워 기록을 읽고 정리했다.”

세월호 유가족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자 발로 뛴 6년의 세월이 1,103쪽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4·16 세월호 사건 기록연구 - 의혹과 진실>의 저자 박종대 씨는 세월호 참사에서 목숨을 잃은 당시 단원고 2학년 박수현 군의 아버지로, 지난 6년간 세월호 진실 규명과 관련한 추적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 1년 6개월 동안 연구 및 기록 작업에 매진해 백과사전 두께의 책이 한 권 탄생했다.

그는 이 책에서 세월호 사건에서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의혹들을 여러 자료로서 분석하고, 미진한 부분들에 대한 재수사 타당성을 입증하고 있다. 세월호 조사는 그동안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 진행되는 조사 역시 큰 기대를 하기 힘든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 구조 책임이 있던 이들은 무엇을 했나

세월호 참사는 지금까지 두 번의 조사기구를 통해 조사가 진행됐지만, 각종 방해와 조사 한계로 큰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2015년 출범한 1기 세월호 특조위는 당시 박근혜 정부, 여당의 방해로 별다른 성과 없이 강제 해산됐다. 2018년 8월 활동을 마친 세월로 선체조사위원회는 참사 원인이 선체 내부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인설’과 함께 외부 충격에 의한 외력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며 ‘열린’ 결론을 냈다. 현재 2기 특조위라고 불리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오는 12월 10일까지 활동 기간을 연장해 조사 중이지만 조사 권한의 한계, 작은 조직 규모와 코로나19로 인한 대면 조사가 미뤄지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에선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을 띄웠지만, 유족이 원하는 침몰 원인 등에 대해 수사 범위가 아니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 진상규명과 관련해 어떤 돌파구가 없는 상황에서 총 49건의 의혹을 촘촘한 자료와 의심 속에서 구체화했다. 이런 의혹들은 크게 8장으로 분류됐다. ▲단원고 학생들은 왜 탈출하지 못했을까 ▲세월호 선원들의 거짓말에는 배후가 있다 ▲해양경찰 일선 실무자들의 책임과 거짓말 ▲구조작전의 지휘자 해양경찰은 무엇을 했나 ▲대통령과 청와대의 무능 ▲언론의 책임과 ‘가짜뉴스’의 배후 ▲정보기관의 유가족 사찰과 개입 의혹 ▲용납해서는 안 되는 국가기관의 증거인멸 등이다.

총 304명의 희생자가 나온 세월호 참사가 사회적 참사로 불리는 것은 구조 실패에 따른 몫이 크다. 박종대 씨는 세월호 선원, 해양경찰, 정부 등 구조 책임이 있는 주체들이 구조를 해야 할 그 시각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자료를 모았다. 그는 구조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아무도 퇴선명령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것을 꼽는다. 그는 책에서 “세월호 침몰 당시 승객구조를 위한 정답은 오직 ‘선내진입 및 퇴선방송’이 유일했다. 하지만 123정 정장 김경일은 ‘8인승 고무단정에 5~6명 내외의 승객을 하염없이 실어 나르는 방식’을 선택했고, 이 방식으로 476명의 생명을 구조하는 것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지금까지 검찰과 법원은 오직 123정 정장 김경일의 구조행위의 적정성만 논의했을 뿐, 해경 수뇌부와 상황실 근무자들 행위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논의한 사실이 없다”라며 “세월호 침몰 당일 해양경찰청장 김석균을 비롯한 지휘부와 각급 상황실 근무자들은 그들에게 요구되는 의무를 단 1%도 이행하지 않았다. 아니 시도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아가 “해경은 승객을 구조할 의사가 없었다”고까지 이야기했다. 그동안 해경의 ‘선내 진입 가능성’에 대해 논란이 많았지만 해경은 ‘가파른 경사 때문에 선내 진입은 불가능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박종대 씨는 “세월호 침몰 당시 경사 이형래와 경장 박상욱이 선내 진입을 한 사실이 있었고, 탈출에 성공한 세월호 생존 탑승객 상당수가 좌현에서 우현으로 이동한 점을 감안하면, 해경은 거짓 진술을 한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에서는 추론을 내놓았다. “이형래는 승객들의 외침을 듣고도 조타실 도주 선원들을 구조하기 위해 5층 조타실 앞으로 향했을 개연성이 높다” “문제는 모든 언론사가 같은 내용을 같은 시간대에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보도했다는 것이다. 아직 그 이유가 밝혀진 사실은 없지만, 필자는 어떤 사람이 언론에 ‘가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했고, 언론은 아무런 검증절차 없이 받아쓰기한 것이 원인이었다고 판단한다” 등 그는 적극적으로 사건을 판단했다.

물론 그는 자기의 의심 자체를 모두 진실로 봐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오랫동안 운영해온 블로그에 책 출판 소식을 알리며 “유가족의 지나친 주관적 신념에 사로잡혀, 너무 진실을 왜곡하여 세상에 전달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도 달고 살았다”라고 이야기했다. 책에서도 “이 책에 기록된 진상규명 과제가 ‘과도한지’ 또는 ‘적정한지’ 독자들이 판단할 문제”라며 독자에게 판단을 맡기기도 했다.

“문재인 정권,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공약 지키지 않았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조직적 방해가 이뤄졌고, ‘국회의원 문재인’만큼 오랫동안 ‘세월호 침몰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에 대해 적극적이던 정치인은 없었기에 자연스레 진상규명에 대한 기대를 문재인 정부에 걸었으나 이마저도 좌절됐다고 서술했다.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와 동조 단식까지 했던 문재인 대통령이었지만, “문재인 정권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관련한 공약을 준수한 사례는 전혀 없다”는 것이 박종대 씨의 말이다. 그는 제 8장 ‘용납해서는 안 되는 국가기관의 증거인멸’에서 문재인 정부의 과오를 서술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세월호 특별법(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을 앞세워 “모든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선언했지만, 2기 특조위는 맡겨진 과제에 비해 작은 규모와 권한을 부여받았다. 박종대 씨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되도록 수정 또는 신규 법안이 제정됐어야 했다”라며 “문재인 정권은 그러한 노력을 진행한 사실이 없다. 다 차려진 소박한 밥상 위에 덤으로 숟가락 하나만 더 얹어서 생색만 내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1기 특조위 정원이 120명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철저한 진상규명’을 쟁취하기에는 태생적 한계가 있는 조직이며, 2기 특조위의 성공 여부는 조사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살펴볼 필요성도 느끼지 못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2014년 검찰의 수사를 탄핵하고 싶었다. 법의 판단을 비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세월호 특별수사단에게 명확한 진상규명 과제를 제시하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재판 자료와 국회의원실로부터 받은 자료, 정부를 상대로 340여 건에 이르는 정보공개를 신청해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를 축적했다. 그의 자료는 세월호 사건을 다룬 각종 책과 영화의 밑바탕이 됐고, 뉴스와 각종 다큐멘터리의 중요한 증거 자료로 활용됐다. 한편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그가 알아낸 세월호 관련한 각종 정보를 꾸준하게 포스팅했다. 유가족은 기록을 읽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고 하는데, 그는 집요하게 기록을 찾아내고, 그 속에서 합리적 의심을 도출했다.

이 시기 안타까운 점은 세월호 사건 관련한 대부분의 범죄 공소시효가 2021년 4월 15일을 기점으로 소멸된다는 점이다. 직무유기죄는 이미 지난해 시효가 완성됐고, 기타 범죄는 공소시효가 7년으로 대부분 2021년 4월 15일 23시 59분 59초에 시효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박종대 씨는 얼마 남지 않은 공소시효와 싸우는 것, 싸늘하게 식어가는 여론과 싸우게 되는 이 국면이 “매우 두렵다”라고 밝히며 독자와 국민에게 호소한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경험해선 안 되는 위험한 강을 지금 건너가고 있습니다. (…) 우리 가족들이 무사히 이 강을 건널 수 있도록 독자들과 국민의 많은 도움과, 응원,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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