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줄고 임금도 줄고, 불안만 늘었다.

[기고①] 반월시화공단 코로나19에 따른 일자리 영향 실태조사 결과

코로나19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일상의 삶 대부분이 불안 속에 갇히고, 대책 없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도 늘고 있다. 삶의 고단함은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에게 더 쏠렸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4월에 조사한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로 소득이 줄었다는 비정규직이 66%에 이르고, 150만 원 미만의 노동자 70%가 소득이 줄었다. 권고사직이나 해고의 위험도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두 배 높게 조사됐다. 저임금 노동자일수록, 비정규직일수록 코로나19로 더 어려워진 것이다.

[출처: 반월시화공단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

공단노동자들은 어떠한가.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은 전통적으로 중소영세사업장이 밀집한 국가산업단지다. 작은 규모의 사업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불안한 고용 조건을 감내하며 일하는 노동자들이 그곳에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내놓은 6월 산업동향에 따르면 반월공단의 가동률은 64.1%에 불과하고, 시화공단도 67.4%로 크게 낮은 상황이다. 가동률이 낮다는 것은 공단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노동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뜻이다. 곧 임금이 하락했고, 일자리를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 반월·시화공단의 전체 고용현황도 24만9,693명으로 코로나19가 본격화되지 않았던 1월과 비교해 총 2,071명의 고용이 줄었다.

이처럼 고용이 줄고 가동률은 바닥을 치고 있지만, 정작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반월시화공단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은 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기위해 지난 6월 17일부터 7월 15일까지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영향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코로나19로 이후 일터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노동조건은 후퇴하지 않았는지, 피해 경험이 있는지, 정부/지자체의 긴급지원을 받았는지, 불안감을 느끼는지 등이 조사 문항이었다. 공단 곳곳을 돌며 노동자 115명을 만났고, 실제 일터에서 겪는 다양한 사례를 들을 수 있었다.

일도 줄고, 임금도 줄었다

첫 번째 질문은 코로나19 이후 일터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응답자의 53.04%가 ‘일이 줄었다’고 답했다. ‘휴업을 했다’와 ‘감원을 했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5.22%와 4.35%로 높지는 않았는데, 이는 휴업과 감원 등으로 쉬고 있는 노동자가 아닌 현재 공단에서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위 세 답변을 모두 합한 비율이 62.61%로 결코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

특히 일이 줄거나, 휴업과 감원을 했다고 답한 응답자만을 따로 분류해 ‘임금변화’를 살펴보니 52.2%가 임금이 줄었다고 답했다. 일이 줄어든 만큼 노동자들의 경제적 상황도 악화된 것이다. 코로나19 위기를 핑계로 임금하락은 별다른 저항 없이 이뤄졌고, 임금보전은 요구해보지도 못한 채 당장 일자리를 잃지 않은 것에 안도해야 할 처지였다.


고용불안과 경제적 어려움 동시에, 제대로 된 정부지원은 없어

코로나19로 인해 직장에서 경험한 피해를 묻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 중 23.49%가 연차휴가 사용 강요, 무급휴직 강요, 권고사직 또는 해고 통보나 위협, 임금삭감과 반납 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앞선 문항에서 ‘임금이 줄었다’고 답했던 응답자만을 분류해 피해경험을 확인해 보니 이보다 더 높은 58.33%에 이르렀다. 결국 고용불안과 경제적 어려움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반면 이들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경험한 바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코로나19 관련 노동 부문 긴급지원정책들은 고용유지지원금과 자녀 돌봄을 사유로 근로시간단축에 따른 지원금, 자가 격리 또는 입원 시 유급휴가비, 1개월 유급휴업 후 30일 이상 무급휴직자에게 지원되는 지원금, 프리랜서와 특수고용노동자 지원금, 가족 돌봄 휴가비 등이 있다. 조사에서는 이를 지원받았다고 답한 응답자는 정부 고용유지지원금 4.35%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무급휴직 지원금 1.74%에 불과했다. 특히 조사 참여자들 중에는 이러한 지원 정책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거나, 안내를 받아본 적도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일자리가 없어질까 걱정, 작은 사업장에 더 크게 다가오는 불안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을 묻는 질문에는 41.74%가 ‘매우 심각’하거나 ‘심각한 편’이라고 답했다. 이는 현재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상황이 계속 유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것이다. 눈여겨 볼 지점은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한 응답자의 대부분은 임금의 감소보다는 ‘물량감소와 휴·폐업 등 일자리 자체가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54.79%)’을 그 이유로 답했다. 이는 영세업체가 많은 공단의 현실과 맞닿아있다. 실업과 고용을 반복하며 불안정한 노동을 이어오는 공단노동자들에게 일자리의 안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때론 임금의 인상이나 노동조건의 개선보다 현재의 일자리의 안정이 우선되기도 한다. 이러한 불안감은 50인 미만 작은 회사에 다니는 노동자들에게 더 집중되고 있다. 전체 응답자 중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응답자의 45.22%가 일이 줄었다고 답했고, 임금도 24.35%가 줄었다고 답했다. 고착화된 낮은 임금과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공단노동자들에게 재난의 어려움마저 겹겹이 쌓이고 있다.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코로나19는 공단노동자들에게 직접적 어려움을 가져왔다. 그에 비해 이들을 보호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지원할 대책은 매우 허술하다. 정부는 엄청난 규모의 돈을 풀며 긴급지원에 나섰지만, 175조 원에 이르는 기업 안정 지원에 비해 고용안정과 민생지원에 들인 돈은 47조 원에 그쳤다. 기업에 대한 지원과 그로 인한 낙수효과가 다단계 하청과 파견의 구조 끝에 있는 공단 노동자들에게까지 닿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면, 안일하다 못해 노동자들의 생존권의 문제를 외면한 것에 다름없다.

모든 정부 정책이 그러하듯이, 현재의 코로나19 지원체계에사 노동자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다. 무슨 지원들이 이뤄지고 있는지 자세히 알려주지도 않을뿐더러, 자신의 사업장이 어떠한 지원을 받고 있는지 알 수도 없다. 실제 일부 사업장에서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도 노동자들에게는 연차휴가를 쓰게 하거나 무급휴직을 시킨 사례도 드러나고 있다. 노동자에게 직접 지원을 한다고 해도 접근도가 낮아 실제 지원으로 이어지기까지 어려움 또한 많다. 무급휴직 지원금의 경우, 노동자에게 직접 지원을 한다고는 하지만 사용자가 무급휴업 계획서 등 휴업을 증빙하는 자료를 고용노동부에 신청을 해야 받을 수 있다.

‘긴급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정책이 펼쳐지고 있지만, 과연 노동자들에게 긴급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정보는 노동자들에게까지 공유돼야 하며, 지원의 접근성은 강화돼야 한다. 기업을 통해 낙수효과를 기대하게 하는 방식이 아닌,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위기의 최전선에 내몰린 노동자들을 먼저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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