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10만 청원 운동 ‘박차’

6만여 명 청원 동의…“노동자·시민 손으로 직접 발의하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민 청원에 6만여 명이 동의한 가운데, 진보정당들이 ‘10만 국민동의 청원 운동’에 힘을 쏟고 있다.


4개 진보정당은 9일 오전 광화문 세월호 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피해자들과 함께 9월 한 달간 10만 국민동의청원운동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노동자 시민의 손으로 직접 발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노동당, 녹색당, 사회변혁노동자당, 진보당 등 4개 정당은 공동 주최 측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노동자 시민의 생명을 짓밟아도 벌금 400만 원에 솜방망이 처벌뿐이다. 위험의 외주화의 주범인 30대 재벌 대기업에서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 95%가 하청 노동자라서, 말단 관리자만 처벌받고 원청 재벌 대기업은 제대로 처벌받은 적이 없다”라며 법 제정의 필요성을 밝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의 내용은 △노동자·시민의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의 경영책임자, 원청, 발주처 △다단계 하청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의 중대재해에서 실질적 책임자인 원청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 다중이용시설, 제조물의 사용과정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의 실질적 책임자 △불법 인허가·관리·감독 소홀로 인한 중대재해에 대한 공무원 및 공무원 책임자 등에 대한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법안에는 고의적·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한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현린 노동당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전태일 노동자가 산화한 지 50년째다. 그러나 여전히 1년에 10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일하다 다치고 병들고 있다. 그리고 그중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고 있다”며 “이 상황을 더 방치하는 것은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미선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기업의 목표가 좋은 이미지를 갖기 위해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면 안 된다. 좋은 기업 기준을 바꿀 때”라며 “그 기준을 시민들이 요구해야 할 시기가 왔다. 제품을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시민이 문제 해결 방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연 사회변혁노동자당 대표는 보험사인 현대해상 광고 문구를 인용하며 “광고에서는 가족들이 직장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며 ‘갔다 올게’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해당 기업이 속한 현대그룹 소속인 현대제철 등 많은 기업이 이윤을 위해 현장에서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그 기업들이 몇 년 전 살인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라며 법 제정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도 “2018년, 2019년 산재 사망 사고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1065명 중 단 21명뿐이다. 심지어 이 중 집행유예가 절반이고 나머지는 벌금이었다. 벌금액수도 5백만 원 정도”라며 “한국이 산재공화국의 오명을 씻기 위해서는 산재 발생 기업, 경영책임자, 임원, 원청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을 담고 있는 전태일 3법 제정도 촉구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달 26일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비롯해 근로기준법 및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개정(근기법 및 노조법 개정)을 내용으로 전태일 3법 입법발의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근기법 개정안은 근기법 적용 범위에서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는 조항을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하는 것으로 확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노조법 개정안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업무를 위해 노무를 제공·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 수령자로부터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사람”까지 포함하고 있다. 기존 노조법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를 ‘근로자’로 정의해 특수고용노동자들이 해당 법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상 국민 10만 명이 입법 청원에 동의하면 국회의원 발의 없이 국회 상임위원회 법안을 상정할 수 있다. 현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6만1083명이, 근기법 및 노조법 개정에는 6만4372명이 청원에 동의했다(9일 오후 2시 30분 기준). 청원 마감은 오는 26일까지며, 오는 11일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21일에는 법률 단체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