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저임금 10년째 동결됐다?

[1단 기사로 본 세상] 한국경제연구원 자료 그대로 받아쓴 매일경제

[편집자주] 주요 언론사가 단신 처리한 작은 뉴스를 곱씹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려고 한다. 2009년 같은 문패로 연재하다 중단한 것을 이어 받는다. 꼭 ‘1단’이 아니어도 ‘단신’ 처리한 기사를 대상으로 한다.


매일경제신문과 조선일보가 지난 10일 OECD 나라 청년실업률 가운데 한국이 유독 많이 악화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매경은 16면에 ‘韓 청년실업 OECD중 나홀로 뒷걸음’이란 제목으로, 조선일보는 B3면에 ‘청년실업률 OECD 5위 -> 29위’라는 제목으로 각각 보도했다.

제목만 보면 당장이라도 나라가 거덜 날 것 같다. 우리나라 청년실업이 문제인 건 맞다. 그러나 이건 뉴스가 아니라 해마다 반복돼온 문제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저고용 저실업’ 국가다. OECD 나라와 비교하면 고용률도 낮고 실업률도 낮은 특성을 보인다. 전체 실업률은 낮은데 청년실업이 유독 높다는 지적도 반복됐다.

[출처: 매일경제 9월10일 16면]

[출처: 조선일보 9월10일 B3]

두 기사의 출처는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다. 이 연구소가 뭐하는 곳인지는 긴 말 하지 않아도 된다. 통계 기사는 참 어렵다. 통계는 여러 변수가 다양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여러 해 동안 추이를 살펴보면서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 한경연은 10년 전 통계와 최근 통계를 비교해 청년실업률이 ‘높다 낮다’고 지적한다. 이런 식의 비교는 위험하다. 세계적 경제위기 등 통계 시작 시점의 특정한 변수가 전체 결과물을 흩트려 놓기도 한다.

실제 한국의 연도별 청년실업률은 아래 표와 같다. 이명박 정부 때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8~2009년 8%까지 올랐다가 다시 7% 중반대로 안정됐다. 청년실업률은 박근혜 정부 때 크게 올라 2016년 9.8%를 기록했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조금씩 낮아져 지난해엔 8.9%까지 떨어졌다.


두 기사는 이런 전체적 흐름을 무시하고 청년실업이 크게 높아졌다고만 말하고 만다. 사실 이런 류의 기사는 한경연이 해당 통계를 발표할 때마다 반복 보도됐다. 중앙일보는 지난해12월 10일에도 한경연의 전년도 통계발표를 인용해 ‘한국 청년실업자 28% 늘어날 때, OECD 국가는 14% 줄었다’(8면)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출처: 중앙일보 2019년 12월10일 8면]

“미국 10년간 최저임금 한 푼도 안 올랐다”?

매일경제 9월 10일자 16면 기사 끝에 “한국 청년 고용 악화는 높은 노동비용 때문”이라며 “2009~2019년 한국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은 7.6%로 미국(0%)와 일본(2.4%)를 크게 앞선다”고 결론 내렸다.

미국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지난 10년 동안 0%라는 표현은 얼마나 정확할까. 한경연은 지난 9일 ‘청년실업률 10년간 OECD 4.4%P 감소, 한국은 0.9%P 증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09~’19년) : 한국 7.6%, 미국 0.0%, 일본 2.4%”라고 적시했다. 매경은 이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미국 최저임금이 10년 동안 동결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연방 최저임금은 7.25달러(약 8090원)로 2010년 이후 10년째 동결이다. 그러나 각 주마다 연방이 정한 기준과 달리 별도 최저임금을 정한다. 미국의 주 정부는 최저임금을 잇따라 올렸다. 미국 전역으로 ‘최저임금 15달러’가 자리 잡을 전망이다. 2019년 들어 20개 주와 21개 도시가 이미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기로 했다. 뉴욕주는 종업원 11명 이상 업체 최저임금을 2018년 13달러에서 2019년 15달러(약 1만6750원)로 15.4% 올렸다. 2016년 뉴욕주는 3년에 걸쳐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는 법안에 서명했다. 2016년 초 9달러(약 1만50원)에서 2018년 12월 31일 15달러로 3년 만에 66.6% 인상됐다. 연방정부 기준의 2배 이상이다. 2019년 12월 31일에는 10명 이하 사업장도 15달러로 오른다.

워싱턴DC는 2020년, 캘리포니아 주는 2022년까지 최저임금을 15달러까지 인상하는 법안에 의결했다. 워싱턴DC는 2018년 7월 1일 최저임금을 12.5달러에서 13.25달러로 10.4% 올렸고, 2019년 7월 1일 14달러(5.6%), 또다시 1년 후 15달러(7.1%)로 올린다. 오리건, 워싱턴, 메인, 콜로라도, 애리조나 등도 단계적으로 올릴 계획이다.

이상의 내용은 조선일보가 지난해 1월15일 각국의 최저임금 추이를 비교해 ‘한국은 8350원… 미국·일본·독일의 최저임금 얼마?’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 조선일보마저 이미 지난해 1월에 “미국의 최저임금은 시급 15달러가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매경과 조선일보 둘 다 지난 10일 한경연 보도자료를 인용해 기사를 썼지만, 조선일보는 미국 최저임금이 10년간 0% 인상됐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쏙 빼고 보도했다. 미국 노동시장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이런 바보 같은 내용을 인용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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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뼈 굵은 노동자

    조선일보 등은 그러니까 자본의 정상적인 생산과 재생산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전횡을 바라는 쪽으로 논리가 가고 있잖어요. 언론사도 판매부수와 조회수가 올라가야 이익이 늘고 임금도 오른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텐데 그러한 논리를 전개한다는 말입니다. 이를 잘 보면 법률에 의지하지 않는 보수와 자본의 독재적 생존 논리입니다. 그래서 좌파는 군대의 중령급부터 소장급까지 상세하게 보면서 리드를 하고, 종교단체들을 적절히 관리하여 풀어주면 큰 난제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 만학도

    국가와 노사관계를 잘 꿰고 계신 분이 정신 차리라고 했습니다. 이는 조언과 경고를 겸한 것으로 현실적인 지적입니다.
    우선 정치권을 보겠습니다. 정치권은 3김, 군사독재, 민주를 상징하던 시대에서 현재의 당대표들이 자리매김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군대와 행정은 민주를 상징하게 되었고, 노사관계는 독자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뉴스를 보면 태극기와 섞인 종교적 성격의 불만이 높은 편이고, 20만 명이 넘게 해고가 되었다는 노동자 계급과 노동계는 그 저항력이 높을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좌파 권력에 안주하고 있는 편이라 하겠습니다.

  • 판타지

    틀니:왜 엉까라니까 순종하고 있냐. 니 나머지 인생을 콩고물로 살 것이냐
    천상계;뭐? 순종을 잘 하면 배가 부르게 사는 것이 아니라 콩고물로 산단 말이가!
    틀니:보면 모르나. 그거이 여론 조사가? 지 뇌 세포를 조사한 것이구만
    천상계:뭐라고?
    틀니:니 지팡이 가져갔잖어. 시비라도 걸어서 선방으로 귀싸대기를 먹이거나 지팡이를 내둘러야 니가 형님을 해먹거나 친구라도 될 것 아니가. 너의 때는 왔다. 망설일 것 있나. 니 마이 배앗자너. 천상계가 형님이지 몽상계가 형님이가. 통신 끊는다.
    천상계:(진땀을 빼며 초조하게 몽상계의 헛점을 노리던 중) 이야~~~~~~~~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