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날, 내년엔 대통령이 청년에게 노조를 권합시다

[청년X노동조합] 청년의 날을 맞아

청년기본법 시행과 청년의 날

지난 토요일인 9월 19일은 제1회 청년의 날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기념 행사를 열고 BTS를 초대해 “청년들을 응원”했다. 이어진 기념 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정부는 ‘기회의 공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으며, “기회와 공정의 토대 위에 꿈을 펼치고 도전할 수 있도록 청년의 눈높이에서, 청년의 마음을 담아 정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 [출처: 대한민국 청와대]

‘청년의 날’은 올 8월부터 시행된 청년기본법에 따른 것으로, 매년 9월 세 번째 토요일이다. 청년기본법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청년 정책 및 지원 등에 관한 법으로, 청년을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으로 규정했다. 이 법은 또한 청년의 권리와 의무를 명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청년기본권 존중 △청년 차별 금지 △청년의 사회 의사결정 참여권 등이다. 이외에도 정부가 5년마다 청년 정책을 수립할 것, 이 과정에 청년의 참여를 보장할 것, 청년 실태조사와 연구사업 등을 추진할 것 등을 담고 있다.

대통령이 37번 외친 ‘공정성’

이날 문재인 대통령 연설의 키워드는 ‘공정성’이었다. 15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공정성’은 37번 나왔고, 대통령은 △채용 비리 근절을 위한 공공기관 채용실태 전수조사 △대입 공정성 강화를 위한 교육개혁 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때로는 하나의 공정이 다른 불공정을 초래하기도 했”다며,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논란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했다. 다수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최근 의사 파업에서 ‘공정성’은 ‘청년의 화두’가 되었으며, 정부 또한 이를 청년 문제의 본질로 보는 모양새다.

여기서 논의되는 ‘공정성’은 사실상 ‘입직 과정의 공정성’이다. 대학이나 기업 등 어떤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시험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을 통과한 사람만이 공정해진다. 이 가치가 훼손될 위기에 처하자 일부 의대생은 ‘전교 1등 의사’와 ‘성적 모자란 의사’를 대비하며 공정성을 외쳤고, 일부 공공기관 정규직 노동자는 ‘공사 들어가려고 스펙 쌓고 공부한 취준생, 현직자는 무슨 죄냐’며 절규했다. 이 말들의 결론은 ‘억울하면 시험 쳐서 승자가 돼라’는 것으로 연결된다. 문제는 이 주장에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의 몫은 없다는 것이다. 시험은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낙오자를 생산하는데, ‘낙오자’가 얼마나 낮은 임금을 받든, 얼마나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든 사회가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들의 노동조건을 사회가 책임지려는 순간, 그것은 ‘비리’와 ‘불공정’이 된다.

때문에 지금 사회에서 반복되는 ‘청년들이 바라는 공정성’이란 공정성의 실현이 아니라, 낙오자 생산과 배제의 연속일 뿐이다. 이것을 대단히 새로운 문제라도 되는 마냥 쟁점화하고, 이들의 ‘불만’과 ‘좌절감’에 기대 낙오자로부터 최소한의 권리마저 박탈하는 것은 청년 문제 해결이 아니라 심화다. ‘청년이 미래’라는 기성세대의 레퍼토리에 비춰보더라도 ‘입적의 공정성’을 강화해 소수의 승자에게만 좋은 일자리를 쥐여 주는 것은 청년 문제 해결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내년 청년의 날에는 다른 메시지를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빵을 만드는 서른 살 민아 씨는 “5년 일하고 보니 남자 동료들만 승진하는 게 화가 나서” 노조를 만들었다. 완성차 공장에서 2차 하청 업체 소속으로 일하던 스물아홉 살 대훈 씨는 “입는 옷부터 휴게 시간, 임금까지 모든 게 차별받는 게 이해되지 않아서” 노조에 가입했다.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서른네 살 민지 씨는 “명절에 주는 선물조차 차별하는 것이 참을 수 없어서” 노조를 찾게 됐다. 일부 언론이 노동조합을 ‘공정성 가치를 훼손하는 집단’, ‘정규직 전환만 주장하는 집단’이라고 매도하는 것과 달리, 최근 3~4년간 민주노총에 가입한 청년들은 자신의 일터에서 ‘불공정’한 사건을 겪고, 이를 바꿔보고자 노동조합을 찾았다. 노동조합이 자신의 권리를 되찾는 조직이라는 것은 30년 전 기성세대에게나 오늘날의 청년 세대에게나 똑같이 작동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년의 날 연설에서 ‘청년이 주인공’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청년기본법 또한 의사결정 과정과 법·조례 제정 과정에 청년 당사자의 참여를 명시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정부가, 일하는 청년에게 노동조합을 권해보는 것은 어떨까. 권하는 것을 넘어 청년 노동자가 좀 더 쉽게 노동조합을 알 수 있고, 좀 더 당연히 노조 할 권리를 누리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어차피 정부의 고민도 ‘청년 문제는 청년이 나서야 한다’는 것까지는 와있지 않나. 그렇다면 추상적으로 돌려 말할 것이 아니라, 말로만 ‘권리의 주인’이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자신의 일터에서 권리를 행사할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보는 것은 어떤가.

“청년들은 앞으로 일할 날이 더 많은 만큼 그 미래를 바꿀 권리가 있습니다. 청년 여러분, 노동조합을 찾으십시오.” 내년 청년의 날에는 올해와 다른 대통령의 메시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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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타지

    천상계;(벌러덩)어이쿠!
    풍월이:어이구, 햇갈려! 나도 모르겠다. 이기는 편이 내 편이다.
    취객:몽상계가 나한테 술값 대주는 물준디.(ㅎㅎㅎㅎㅎ)
    틀니:또, 나자빠져서 두 무릎 꿇었나. 취객이 말해주잖어. 몽상계가 취객의 물주라는구만 니 큰형님이더나.
    천상계:쪽팔리니까 빨리 끊어!
    틀니:니도 술값이나 뜯어먹어야 할라나 보다.
    천상계:끊으라니까! 몽상계를 이길 때까지 네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와신상담을 할 것이다.
    틀니:!

  • 문경락

    동서독의 분단의 아픔이 오늘의 강국 독일을 만들었듯이 강건한 회사의 모습을 바란다면 노조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귀결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