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차례상에 정규직은 조기, 비정규직은 멸치?”

“재벌 특혜 예산 아끼면 비정규직 차별 해소 가능”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추석을 앞두고, 명절상여금 등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지난 2017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절반 이상이 정규직 대비 20~40% 수준의 명절 상여금을 받고 있다. 또한 학교 야간 노동자, 철도 역무 용역 자회사 노동자들은 인력 배치가 되지 않아, 명절에도 쉬지 못할 예정이다. 심지어 원청이 인력감축, 용역비 삭감을 하면서 일터에서 쫓겨날 노동자도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24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명절상여금 및 공공부문 비정규직 차별 해소 관련 내년 예산 편성을 요구했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예산 부담 핑계 삼아 기다리라고 해 놓고 재벌, 기업에는 전폭적이고 신속하게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며 “재벌 특혜 예산을 조금만 아끼면 비정규직 차별 해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가 올해 초 공공부문 비정규직 약 413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들의 대다수는 정규직 대비 20~40%의 명절상여금을 받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무기계약직(52.8%)과 기간제(69.6%)에서 정규직 대비 20~40%의 명절상여금을 받는다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간접고용 노동자의 경우엔 정규직 대비 20% 미만 금액을 받는다는 응답이 58.5%로 가장 높았다.

앞서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복리후생적 금품’에서 비정규직 차별 개선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 비정규직 명절상여금의 공통 기준은 '연 40만 원 2회 지급'에서 개선되지 않았다. 또한,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및 기간제 노동자의 임금 처우 등을 관리하기 위해 올해 초 공무직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올해 정부 예산안에도 명절상여금 관련 예산은 빠져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 소속 비정규직 이중원 노동자(전국민주우체국본부 본부장)는 기자회견에서 “저희는 추석, 설 각각 25만 원씩, 연 50만 원을 받고 있다. 그야말로 떡값”이라며 “우리보다 명절상여금을 못 받는 기관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공무직위원회 발전협의회에서 우정사업본부와 우정노조가 명절상여금을 30만 원으로 합의했다”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중원 씨는 전국 우체국의 소포, 우편, 분류 관련 업무를 하는 노동자다.

학교 급식에서 영양사로 20년 일해 온 김미경 노동자(교육공무직본부 수석부본부장)는 “추석, 설 각각 50만 원씩 명절상여금을 받고 있다. 명절 때 집으로 가는 기름값조차 마련하기 어렵다”며 “명절상여금이 50만 원 된 지 10년이 지나, 격차는 더 벌어졌다”고 밝혔다. 또한 “명절만큼은 차별 없게 해줘야 하지 않겠냐”며 “카드 대출로 차례상 비용, 부모님 용돈, 차비 마련해 마이너스 통장 처지에 놓인 게 우리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명절에 못 쉬는 노동자, 일터에서 쫓겨나는 노동자

인력 부족으로 인해 명절에 쉬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도 있다. 학교 야간 당직 노동자들은 연속근무로 인해 명절에도 쉬지 못할 예정이다. 한국철도공사 용역 자회사 소속 역무원들 역시 3조 2교대 근무체계로 365일 일하고 있어 명절에 쉴 수 없다. 노조에 따르면, 역무 업무에 2인 1조가 근무해야 하지만, 공사 측이 조당 1명으로 기준을 설정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돌아가며 쉬지도 못한다.

더구나 일터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노동자도 있다. 철도공사는 광명도심공항터미널의 체크인, 수하물 업무를 하는 30여 명의 노동자에게 휴직을 통보했다. 게다가 철도공사가 이들에 대한 용역 수수료를 오는 10월 1일부로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며, 이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놓였다.

서재유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 16명은 현재 해고를 당해 매일 서울역과 청와대 앞에서 정년연장 관련 단체협약 이행 요구를 촉구하며 투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고령자 고용촉진법 대상자로 입사해 70세까지 고용이 보장돼 있었으나,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에 의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정년이 60세로 줄어 계약 해지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30일 철도노조와 코레일네트웍스는 무기계약직 정년을 1년 연장하는 합의를 했으나, 이는 이행되지 않았고, 이 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30일 자로 해고됐다.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차례상에 즉석밥과 컵라면을 놓은 이유는 구의역 김군의 가방과 태안화력 김용균의 방에서도 컵라면이 나왔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차례상에 제대로 과일과 고기를 놓고 고향 집에 내려가 부모님을 만나 뵙고 안심 시켜 드리고 싶다”며 정부에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촉구했다.
태그

비정규직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은혜진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문경락

    일터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노동자도 있다. 철도공사는 광명도심공항터미널의 체크인, 수하물 업무를 하는 30여 명의 노동자에게 휴직을 통보했다. 게다가 철도공사가 이들에 대한 용역 수수료를 오는 10월 1일부로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며, 이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