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손보 콜센터 집단 감염 이후 “변한 게 없다”

점심시간 없고, ‘1m 닭장' 여전… “노동부, 형식적 조사로 그쳤기 때문”

지난 3월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 집단 감염 사건 이후 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실태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됐으나, 현장은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코로나19 정부 정책과 관련해 민원 업무가 50% 가까이 증가하면서 공공기관 콜센터 노동자의 노동 강도는 더 높아진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노총은 25일 오전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노조의 합동 현장 점검’을 촉구하는 한편 ‘실적·성과를 휴게·휴가에 연계하는 제도’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에서 노동부 및 지자체의 현장 점검이 실시됐음에도 “여전히 점심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연차휴가도 제한하고 있으나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적발되지 않았고, 1주일에 하나씩 마스크가 지급돼도 점검 당일에만 쓰고 있으면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콜센터 노동자에 대한 방역 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 18일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와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현재까지 공식 답변을 받지 못했다. 민주노총이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17개 콜센터 사업장의 직·간접 확진자는 299명이다. 이중 콜센터 노동자는 124명, 가족 혹은 지인은 78명이며,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기자회견에는 콜센터 노동자들이 직접 참여해 현장 실태를 증언했다. 이윤선 서비스일반노조 콜센터지부 지부장은 “발열증상이 있는 경우 퇴근 조치해야 하지만, 수차례 측정해 업무를 계속시키거나 병원에서 진단이 나오지 않으면 업무를 복귀시키는 경우도 여러 차례 확인됐다”고 말했다.

에이스손해보험(에이스손보) 콜센터 집단 감염으로 드러난 콜센터 노동자 간 1m 거리 두기 문제도 여전했다. 심명숙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 지부장은 “콜센터는 외부 소음이 민원인에게 전달되면 상담품질이 떨어질 수 있으니, 아예 창문이 없는 사무실에 상담석을 만들기도 한다”며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상담석을 넣어야 임대료를 줄일 수 있으니 옆 상담사와의 간격은 1미터도 안 된다. 바로 뒷자리 상담사와는 의자를 조금 빼면 등이 닿을 정도”라고 말했다.

심 지부장은 코로나19로 업무량마저 늘었다며 “정부·중대본의 발표가 있을 때마다 각 공공기관 콜센터로 문의가 쏟아져 며칠 만에 전화가 연결됐다는 민원인의 항의를 받은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업체는 최대한 빨리, 많은 콜을 받아야 한다며 상담사들에게 실적 압박을 한다. 일부 업체는 시간 당 몇 콜을 받았는지, 이름을 세워 순위를 매기고 하위자들을 압박”한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실적이 휴가와 임금과 연계되는 현재 구조가 폐지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필모 전국금융서비스노조 비정규센터 센터장은 “에이스손보의 경우 자가 격리 기간에 강제로 연차를 사용하게 했고, 연차가 없는 노동자는 결근 처리하며 유급휴가를 보장하지 않았다”면서 현재도 “만근을 하지 않으면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성과수당까지 삭감하는 경우가 있다. 이밖에 일주일 전에 알리지 않고 연차를 쓰면 벌점을 주는 콜센터 사업장도 많다”고 설명했다.


“노동자는 현장감독 실시된 지도 몰라”

지난 3월 25일 진행된 민주노총, 노동부 간 간담회에서 노동부는 노동조합 등이 참여하는 콜센터 현장 점검을 진행하겠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노조는 현장감독이 시행됐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김숙영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 지부장은 “쉴 새 없는 전화 응대 업무 중 사측이나 근로감독관이 노조 대표자에게 점검에 참여하도록 알리지 않아 대부분 참여하지 못하거나, 현장감독이 시행됐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현장감독 시 유연 근무 중인 노조 대표자 참여를 문제 삼아 인사위원회 출석 요구를 하는 등 노조탄압과 부당노동행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기자회견에서 “연차·휴가를 사실상 못 쓰게 된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이다. 단순한 점검이 아니라 감독을 통해 적발하고, 처벌해 사업자이 불법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형식적 조사에 그쳐 콜센터 사업장의 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에서 콜센터 점검에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실적성과연계 폐지를 공공기관이 먼저 추진해 민간부문을 견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콜센터의 ‘운영업무 위탁협약서’에는 시설, 장비 등의 사용을 원청이 하청업체에 제공하도록 돼있어 실질 책임은 원청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이들은 △노동부·노조 콜센터 합동 점검 △콜센터 방역지침에 ‘1시간 근무 후 휴식 및 환기’ 명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