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님, ‘1년짜리 계약직’으로 살림살이 나아지셨나요

[대학원생노조 연속기고①]대학원생 뽑고, 1년짜리 계약직 심기…최선인가요?

우리는 연구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기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대학원생이다. 처음에는 모두 각자의 부푼 꿈을 안고 대학원에 진학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장학금은 전무(全無)하니 등록금을 내고 생활을 하려면 일을 할 수밖에. 늦은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조교로, 간사로, 학교 보고서를 작성하고 학술지를 만들고 있을 이에게 위로의 박수를 보낸다.

대학원생이라는 전과

1년 동안 학교에서 학과 행정조교로 근무한 적이 있다. 적은 월급이었지만 돈보다는 학교 안에 개인공간을 얻을 수 있어서 선택했다. 그나마 선배들보다는 근무조건이 나은 편이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학교는 인건비를 장학금으로 지급했고, 당연히 4대 보험 가입이나 근로계약서 작성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대학원생노동조합]

근로계약서를 써 간신히 최저임금을 받고, 4대 보험에 가입했지만 여전히 괴로웠다. 일이 어려운 것보다 학교의 일처리 방식이 괴로웠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내가 학교에서 일할 때는 강사법이 막 시행되던 때였다. 강사 계약에 대한 일관성 없는 공문은 계속해서 내려왔고 그에 따른 불편과 불만들은 오롯이 우리 행정조교가 떠안아야 했다. 끊임없는 공문 재기안과 사과, 이것이 그해 여름방학 내내 했던 업무의 전부였다.

다른 학교는 어떻게 하는지 눈치만 보다 강사 채용이 늦어졌고, 강사계약서는 한 달 후인 9월 말에나 급하게 작성되기 시작했으며, 학부생들은 강의계획서도 보지 못한 채 수강신청을 해야 했다. 항상 제출해야 하는 서류의 마감은 촉박했고, 중요한 안건이 있으면 금요일 퇴근 시간 직전에 발송했다. 중요한 서류 마감일에 담당자는 대개 휴가였다. 학과의 업무가 제일 많을 때, 처리해야 할 서류가 많을 때 학교는 집중휴가제를 시행했고, 우리에게는 남은 휴가를 쓰라고 독촉했다. 물론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학원생 조교 동료들은 휴가를 하루도 써보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학교의 마지막 대학원생 조교다. 계약이 만료될 때쯤 학교는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여러 가지 내용이 있었으나 행정 역량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의 계약이 끝난 뒤 학과 전담 계약직 직원을 뽑는다는 것이었다. 단, 대학원생은 지원이 불가했다.

행정 체계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대학원생을 학교의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하지 않는 것이라니. 심지어 대학원 수료생도 채용하지 않겠다는 결연함까지 보였다. 대학원에 다니는 것이 범법행위인 것처럼 대학원생이라는 전과가 있는 사람은 지원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러한 안을 추진하고 결정이 나오기까지 학교는 대학원생 조교들과 간담회 한 번 갖지 않았다. 뒤늦게 조교들이 모여 항의하고, 학교에 대자보를 붙이고 업무를 거부하니 그제야 우리 얘기를 들어주는 시늉을 했을 뿐이다. 학교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대학 혁신 방안’은 그대로 시행됐다.

돈의 문제

우리가 재계약할 수 없고 후배가 더 이상 조교 자리에서 일할 수 없는 이유는 결국 돈이었다. 우리가 노무 문제를 가지고 법적으로 따질 수 없게끔 아예 고용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었다. 학과 조교의 노동자성을 드러내는 고발은 그들에게 뼈아픈 기억이었을 것이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대학원생노동조합]

두 번째 목적은 대학원생의 잠재적 위협을 정리하는 동시에 학과 전담 계약직 직원을 2개 과에 1명씩 배치해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다. 나의 계약이 끝나기 전까지 오랫동안 각 학과에 학과 조교가 한 명씩 있었다. 학과 내부 사정을 제일 잘 알뿐더러 학부생들과 박사 선배들, 교수들의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의 역할을 하고, 비싼 등록금을 다만 얼마라도 보조받을 수 있는 수단이었다. 각 학과의 특성에 맞는 업무가 있기 마련인데 이름이 비슷한, 왠지 가까울 것 같은 학과를 묶어 1명의 전담 직원을 배치한다는 생각은 현장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학과 전담 계약직 직원을 내세운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논문을 쓴다고 재계약을 하지 않아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있었다. 학과 전담 ‘계약직’ 직원과 1년마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2년 이상은 일할 수 없는 대학원생 학과 조교의 차이점은 과연 무엇인가. 똑같은 계약직이 아니던가. 본교 출신은 배제하고 외부 사람들로만 학과 전담 계약직 직원을 채용하면 업무의 효율성과 연속성이 증가하는 것인가.

학교에 정규직 직원이 점점 줄었다. 특히 학부생들의 민원과 행정을 처리하는 각 단과대의 학사운영실은 기껏해야 2~3명의 정규직만이 있을 정도다. 심지어 2개 단과대의 학사운영실을 하나로 통합해 책임급을 더욱 줄였다. 나머지는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학사운영실을 비롯해 말단 정규직 직원들이 떠안은 업무량은 심각하다. 업무량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지 않는 이가 없을 정도다. 한 명의 팀장이 겸직이라는 명분으로 도대체 몇 개 팀의 장을 하고 있는 것인가. 누군가 맨 위에 주저앉아 계산기만 두드리고 숫자만 맞춰보고 있다는 것을 학교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소통과 교류의 필요성

학교는 코로나 시국에 비대면 수업으로 학생들이 학교에 오지 못하는 상황을 기뻐하고 있을 것이다. 본관 앞에서 시위를 해도, 대자보를 붙여도 볼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원생은 학교별 온라인 커뮤니티도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이러한 사안들을 전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단체가 필요한 것이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대학원생노동조합]

‘대학원생’을 검색하는데 왜 사회면에 더 많이 등장하는가. 우리의 연구와 삶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고, 우리가 당한 성폭력, 갑질이 나오는 것인가. 그럴 때마다 우리는 사건 해결을 위해 누구와 얘기를 나누고 있으며, 결국 해결은 되는가.

각 학교별로, 학과별로, 또 학과 내에서도 전공별로 나누어져 서로 교류가 없기 때문에 대학원생 등록금 문제를 비롯한 갖가지 사건·사고들이 일어나도 우리는 알지 못할 때가 많다. 학교, 교수 또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모여서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이야기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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