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학생운동가의 호소, “한국정부, 살수차 수출 불허해야”

한국 인권·평화 단체들, ‘K-물대포’ 수출 장려하는 국제치안산업박람회 규탄

태국의 민주화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학생운동가가 한국 정부에 살수차 수출을 불허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같이 발언한 네띠윗 초띠팟 파이살 씨는 태국 출라롱콘 대학 정치학부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인권활동가로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국내 인권, 평화단체들이 연 기자회견에서 서한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또 “살수차를 수출한 한국 정부 역시 태국 정부가 자행한 (인권) 탄압에 책임이 있다”며 “태국으로의 살수차 수출을 불허하고 민주화 운동이 요구하는 평화적 정권이양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태국 정부에 압력을 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네띠윗 씨의 발언은 최근 태국 민주화 시위대에 현지 정부가 한국에서 수출한 물대포를 동원해 탄압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지난 10월 16일에만 해도 태국 경찰은 시위대를 저지하기 위해 물대포와 최루가스를 사용했으며, 이는 현지 300명 이상의 의사들이 최루가스의 유해성을 확인하는 성명을 발표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다. 특히 당일 현장에는 살수차 2대가 배치됐는데, 이 살수차는 2012년 ‘지노’라는 한국 기업에게서 수입된 장비로 드러나며 논란이 일었다. 이 살수차 기종은 65미터가 넘는 사거리와 12,000리터 이상의 물탱크를 탑재하고 있으며, 구조파 앰프를 탑재하거나 염료를 혼합해 분사할 수 있기도 하다.

이에 네띠윗 씨는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한국 정부는 결과적으로 태국 정부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학생들과 시민들을 탄압하는 데 일조하게 된 것”이라며 “살수차를 수출한 한국 정부 역시 태국 정부가 자행한 탄압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 역시 자국에서 지난 2015년 현재 수감중인 전 대통령에 대한 항의 시위가 열리던 당시 살수차를 사용해 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바 있다”며 “인권과 민주주의의 편에서, 태국의 형제자매들에게 가해지는 잠재적인 반인도범죄를 멈추도록 요구해달라”라고 요청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연 전쟁없는세상, 국제민주연대, 인권운동공간 활 등 한국 인권, 평화단체들에 따르면, 한국 업체가 생산한 시위진압 장비는 이미 오랫동안 해외 인권 침해로 논란을 일으켜 왔다. 한국 업체는 해외시장에서 대표적인 치안장비 생산업체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 정부는 ‘치한 한류’라는 이름으로 인권 침해 장비 수출을 장려해 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1일 개막한 제2회 국제치안산업박람회이다. 이 행사는 경찰청과 인천시가 물대포, 차벽, 경장갑차 등 시위진압 장비들을 ‘치안한류’라는 이름으로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 공동으로 마련한 것이다.

실제로 이번 국제치안산업박람회 참가 기업 중 하나인 ‘지노모터스’는 이번 태국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사용된 살수차를 생산한 업체다. 이 차량은 시위진압 차량 시장점류율 1위에 달하며, 지노모터스는 이를 태국을 포함해 전 세계 20개국에 300대 가량을 판매했다. 이중에는 아랍에미레이트, 시리아, 예멘 등 오랜 시간 분쟁을 겪고 있는 나라들과 인도네시아, 이란 등과 같이 집회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나라들도 포함된다.

이외에도 ‘신정개발특장차’의 경장갑차도 오랜 시간 동안 인도네시아의 식민점령에 맞서 독립운동을 벌이고 있는 웨스트파푸아 사람들을 진입하는 데 사용됐다. 신정개발의 홍보자료와 언론보도에 따르면, 신정개발은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인도네시아에 여러 차례 경장갑차 등 시위진압용 차량을 수출했다. 그리고 수출된 장비들은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선 현지인들을 탄압하는 데 사용됐다.


이에 국내 인권, 평화단체들은 “(이 차량들이) 소위 ‘민주화 선진국’인 한국이 수출한 장비라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며 “시위 진압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해외서 발생하고 있는 폭력과 인권 침해에 기여하면서 이를 통해 배를 불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또 “한국 정부는 치안산업박람회를 열어 이러한 기업들의 활동을 홍보하고, 수출 중개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단체들은 또 “인권을 침해하고 신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각종 진압장비들이 돈벌이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며 “정부는 ‘치안한류’라는 이름으로 시위진압 장비를 홍보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인권침해에 악용될 수 있는 장비는 즉각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지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의 물대포 직사살수로 죽음에 이른 고 백남기 농민을 언급하며, 고 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물대포의 위험성과 잔혹성을 명백히 드러냈다며 시위 진압 장비 수출이 반인권적이라고 경고했다.

고 백남기 농민의 유족 백도라지 씨도 서면을 통해 “아버지 사건으로부터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다른 나라에서 똑같은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며 “살상 무기를 수출하는 부끄러운 짓을 당장 멈추기 바란다”고 촉구하는 한편, 태국의 시민들에게는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최신기사
기획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