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2’ 속의 비밀 경찰

[질문들] 정보경찰 폐지는 경찰개혁의 핵심

<비밀의 숲1>에 빠져들었던 나는 시즌 2를 손꼽아 기다렸다. 시즌 2에서 검경수사권 조정을 소재로 다룬다는 소식은 기다림에 기대감까지 더하게 했다. 검찰개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았고 20년 이상 끌어온 검경수사권 조정 개정법안 시행을 앞둔 지금 드라마는 무엇을 이야기할지 궁금했다. 드디어 <비밀의 숲2>가 시작했고 첫 회에 나의 관심을 쭉 끌어올리는 장면이 등장했다. ‘비말의 숲’이라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있었지만, 비말이 쏟아지는 가운데 예상치 못하게 귀를 잡아끄는 말들이 있었다.


비밀의 숲이 다큐인줄...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김대중 정부부터 계속됐지만 번번이 진도를 나가기 어려웠다. 권한이 권력이 된 상황에서 권한을 쪼개는 것은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드라마 속 우태하의 말처럼 검찰은 ‘영토 분쟁’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했을 것이다. 그러나 누적된 검찰에 대한 불신에 더해 국정농단을 목격한 시민들의 분노는 사회적 흐름을 만들어냈다. 그렇기에 대통령 탄핵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 역시 적폐청산과 권력기관 개혁을 최우선의 과제로 내세울 수 있었다. 드라마 역시 이런 사회적 배경처럼 검찰은 형사법제단을 중심으로 권한을 지키려하고 경찰은 수사구조혁신단을 중심으로 수사권을 가져오려 한다. 이 두 집단이 서로 국민과 인권을 내세우며 상대를 공격한다는 점은 어이가 없다는 점에서 참 현실적이다.

<비밀의 숲2>에서 나의 관심을 받은 인물은 경찰청 정보부장이자 수사구조혁신단장인 최빛이다. 정보부장이 단장인 수사구조혁신단은 대체 무슨 일을 할지 매우 궁금했다. 최빛은 한여진을 비롯한 혁신단 소속 경찰들에게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한다. 이들은 경찰과 관련한 언론 동향을 살피고 검사 관련한 사건을 찾아내고 언론 플레이를 기획한다.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경찰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경찰이 무엇을 잘하고 있는가를 드러내기보다는 검사들의 문제를 부각하기 위한 전략을 채택한다. 물론 이들은 검찰도 언론플레이하고 있다고 본다. 최빛은 기삿거리가 될 만한 내용을 모아온 보고를 듣고 이 중 효과가 클만한 건을 결정하고 언론 작업을 어떻게 할지, 기사화되면 추천수와 조회수를 올릴 것을 지시한다. 드라마상의 설정일 수는 있겠지만 어디서 많이 본 듯 익숙하다. 그리고 드라마 마지막에 혁신단이 해체되면서 언론플레이를 해왔던 경찰들은 정보국으로 배치된다. 이 경찰들은 이후에 어떤 일을 하게 될까? 드라마에 나오지 않은 이후의 이들의 업무는 여전히 조직을 위해서든 다른 무엇을 위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여론을 조작할 것이라는 나의 추측은 과도한 것일까?

현실의 정보경찰은 뭘 했을까

2011년 경찰청 정보국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맡은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별로 관리 카드를 작성했다. 관리 카드는 △기본사항 및 주요경력 △경찰 수사권 관련 입장 △정보활동 방향 등으로 구성됐다. 그리고 그해 말 작성된 ‘수사권 관련 행안·법사위원 등 대응실적’ 문건에는 당시 경찰이 국회의원 홈페이지 및 포털 사이트 등에 경찰 입장을 옹호하는 국회의원은 칭찬하고, 반대하는 국회의원은 비난하는 게시글을 매일 작성했다는 사실과 함께 그 ‘실적’(2011년 11월 23일~12월 31일, 4만420건)이 기록돼 있다. 이수연 작가가 취재를 촘촘히 했을까? 정보경찰의 이런 활약상을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는 더 나아가 최빛은 경찰이 덮어준 아들의 마약 사건으로 수사권 조정안 통과의 키를 쥔 국회 법사위원장을 압박한다. 모든 정보를 보고받는 정보부장은 수사에도 개입해 조직의 이익을 위한 카드로 활용하면서 대의를 위한 합리적 선택이라 강변한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2011년의 경찰청의 수장이 누구였는지 돌아보자. 바로 올해 2월 1심에서 정보경찰을 동원해 여론을 조작해 징역 2년 형을 받은 조현오다. 조현오 이전에도 댓글공작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댓글 여론조작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조현오의 여론 조작의 시작은 그가 경기청장이던 2009년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파업시기 경기청 정보과를 중심으로 만든 ‘쌍용차 인터넷 대응팀’이었다. 서울청장이 된 후에는 이 경험을 발판삼아 정보1과 산하에 정보4계를 설치해 SPOL(Seoul Police Opinion Leader)팀을 만들었다. 2010년 경찰청장이 되어서는 경찰청 정보국-보안국-대변인실로 규모를 확대하고 전국 경찰을 댓글에 동원했다.

[출처: 미디어충청 자료사진]

경찰이 매년 발간하는 경찰백서에는 2010년 경찰이 정부 부처 최초로 뉴미디어홍보계를 신설해 급변하는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환경에 적극 대처해왔다고 적혀 있다. 아울러 온라인상 치안 이슈를 신속히 파악하고 경찰청-지방청-경찰서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을 확립해 적극적인 ‘경찰 바로 알리기’를 실천하기 위해 2011년에는 대변인실에 온라인소통계를 신설했다고 기록했다. 이 온라인소통계는 온라인상의 경찰 관련 치안 이슈와 여론을 신속하게 파악해 국민들에게 정확하고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들의 목소리가 치안정책에 반영되도록 해 경찰청이 국민과 실시간·쌍방향 소통을 실천, 투명하고 열린 정부를 구현하는 데 적극 앞장서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결국 이런 활동은 전 경찰을 온라인 홍보요원으로 만들어 온라인상의 여론을 경찰이 주도하고 경찰과 정책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조현오만이었을까? 그 뒤를 이어 강신명, 이철성 전 경찰청장들의 정치개입 사건도 재판 중이다. 여당 및 ‘친박’ 후보의 승리를 위한 청와대 정무수석의 지시에 따라 정보활동을 요구받은 강신명과 이철성은 경찰청 정보국에 이를 지시하고 이들은 전국의 일선 정보경찰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하는 정보활동을 했다. 정보경찰은 정보를 수집하고 대책을 제안하는 정책자료가 되어 다시 청와대로 보고되었다. 어디 선거개입뿐이겠는가. 정보경찰은 정권에 부담이 된다면 정치인, 공직자, 민간인 가릴 것 없이 사찰하고 감시했다. 세월호 특조위원과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하고 보수단체를 이용해 특조위 방해활동을 제안하는 정보보고 문건을 작성해 지속적으로 청와대에 보고했다. 정부와 대립하는 교육감들을 압박하기 위해 부교육감들을 뒷조사해 성향을 나누어 인사조치 대책을 담은 ‘전국 부교육감 인적 쇄신 등을 통한 역할 재정립’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뿐만 아니라 정보경찰은 기업과도 결탁해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고 무력화하기도 했다. 삼성에버랜드는 노동조합 설립을 막기 위해 관할 정보경찰에게 수사를 청탁하고 삼성전자서비스는 노동조합과의 공식교섭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정보경찰을 동원해 비밀교섭을 진행하고 사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유도했다. 노조 탄압에 반발해 파업하다가 죽음을 선택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염호석 분회장의 주검 탈취 사건에도 정보경찰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양산서, 강원청, 서울청의 정보경찰들이 실시간을 정보를 공유하고 경찰청 정보국 외근노정팀장이 개입해 유족을 회유하고 주검 탈취 작전을 진행했다. 심지어 장례 이후 양산서 정보보안과 경찰들은 삼성으로부터 뇌물 1000만 원을 받아 직원들끼리 양복도 맞춰 입고 회식을 했다.

정보 경찰 계속 유지돼야 할까

최빛의 상관인 정보국장은 지인에게 수사정보를 유출해 수사를 받게 된다. 이때 최빛은 한여진에게 정보국장을 검찰에게 뺏길 수 없기에 경찰이 먼저 수사를 해야 한다며 경찰 조직에서 정보국장의 위치를 알려줬다. 정보국장은 전국의 치안감 중에 최고위이며 정보국장의 밀봉보고서는 청와대에서도 한 사람만 볼 수 있다고. 정보를 수집하고 맞춤형 대책까지 마련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법률상의 수권규정조차 없는 사실상 ‘불법흥신소’와 같은 일이다. 그런데도 정보경찰이 여전히 건재한 것은 ‘불법흥신소’의 고객이 청와대이기 때문이다.

정보경찰은 일부 경찰의 일탈이거나 월권을 행사한 일부 경찰청장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적인 문제이고 정보 공급을 요구하는 권력의 문제다. 강신명과 이철성은 모두 정보경찰 출신이다. 강신명은 경찰청 정보국장 이후 청와대 정무수석실 사회안전비서관을 거쳐 경찰청장이 되었으며, 이철성 역시 경찰청 정보국장 이후 청와대 정무수석실 사회안전비서관과 치안비서관을 거친 후 경찰청장이 됐다. 강신명이 청와대에 있을 때 이철성은 정보국장이었고, 강신명이 경찰청장 시절 이철성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대통령과 청와대 각 수석실로 올라가는 정책보고는 치안비서관을 통해 경찰청장의 지시를 받은 경찰청 정보국장과 정보심의관의 통제하에 전국 정보경찰을 통해 만들어진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정보경찰이 벌여온 비밀스러운 일은 사실 알 수가 없다. 영포빌딩 지하창고 압수수색에서 우연히 발견된 문건에서 시작돼 드러난 사건들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그러나 드러난 사건만으로도 이런 업무들은 존재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명백하다. 정보경찰의 주된 업무가 범죄와 관련한 정보의 수집‧생산보다 청와대 등에 보고하기 위한 ‘정책보고서’ 생산이라면 굳이 정보경찰이 필요한 이유는 청와대밖에 없지 않은가. 정보경찰의 문제가 드러난 이후 경찰은 정보경찰 활동규칙’을 제정하고 부적절한 행위를 하지 말라는 청장 지시 외에 바뀐 것이 없다. 청와대도 인권·시민단체들은 정보경찰을 폐지하라는 요구에 응답이 없다. 문재인 정부도 여전히 정보경찰의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 정보경찰은 2019년 한 해 동안 청와대와 총리실 등에 보고하기 위한 ‘대외 전파 정책 참고자료’를 1천41건 생산했다.

황시목이 아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검찰개혁에 따라 경찰 권한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검찰개혁이 아니더라도 경찰 역시 개혁이 돼야 하는 권력기관이다. 특히 정보경찰 폐지는 경찰개혁의 핵심이다. 검찰개혁이 그러하듯, 정보경찰 역시 정권의 선의나 수장의 선언에 기대어서는 그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폐단은 법・제도적 개혁을 통해 없애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상황변화에 따라 정보경찰도 결국 원래의 모습으로 다시 회귀할 것이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비밀의 숲에는 비밀을 만드는 사람과 비밀을 공유하는 사람들, 비밀리에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숲은 빽빽하고 울창해질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정의로운 개인이 거대한 비밀과 싸우며 우리에게 숲을 드러내 보인다. 드라마는 이런 영웅적인 사람을 보는 즐거움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영웅적인 개인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비밀을 만들 수 없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비밀을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밀의 숲2>의 ‘침묵하는 자, 모두가 공범이다’라는 슬로건에서 멈추지 않고 ‘조직의 문제에 침묵하지 않는 내부자’라는 현실로 바꿔낼 수 있지 않겠는가.
최신기사
기획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