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사업장, ‘8명 중 1명 실직’, ‘34만원 임금 감소’

민주노총, 기업지원 시 고용유지 의무, 긴급재난실업수당 도입 요구

코로나19 장기화로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및 생활실태가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8명 중 1명이 실직했고, 10명 중 2명은 임금 삭감을 겪었다. 노동계는 정부가 노동 현장 상황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정책 기조 및 세부대책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10일 오전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코로나19 피해실태를 발표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개선 방향을 내놨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달 7일부터 10일 동안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코로나19 피해 상황’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여론조사 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진행된 조사에는 30인 미만 사업장(작은사업장) 노동자 1천 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지난 4월보다 연장근무, 임금삭감, 권고사직 및 정리해고 등을 경험한 작은사업장 노동자 비율이 증가했다. 실제로 지난 8개월(올해 2월부터 9월까지) 간 임금삭감(반납) 4.1%p, 연장근무 3.1%p, 권고사직 1.1%p, (정리)해고 1.0%p 순으로 비율이 늘었다.

작은사업장 8명 중 1명 ‘코로나 실직’,
10명 중 2명, 평균 39만 원가량 감소


특히 최근 8개월 사이 작은사업장 노동자 약 8명 중 1명꼴(13.4%)로 직장 내 ‘코로나 실직’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형태로는 비정규직·임시일용직 비율이 19.8%로 정규직(12.2%)보다 약 1.6배 높게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숙박 및 음식점업(22.5%), 교육서비스업(21.4%), 직무의 경우 판매 종사자(22.2%), 서비스종사자(19.5%)에서 가장 높았다. 성별 비율은 여성과 남성이 각각 18.1%, 17.4%로, 여성의 실직 경험이 0.7%p 높았다.

10명 중 2명(18.4%)가량은 코로나19 발생 이전 대비 39만 4천 원의 임금이 감소했다. 또 무급 및 유급휴업·휴직을 포함한 일시 휴직 경험은 10명 중 2~3명(25.5%)이었으며, 이는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 43.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무급휴직·휴업 경험 비율은 5인 미만 사업장(20.1%)이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14.3%)보다 1.4배 높았다.

작은사업장일수록 사회보험 미가입률 높아…
10명 중 7명 실업급여 못 받아


취약한 노동자일수록 사회보험 미가입률도 높다. 5인 미만 사업장은 10명 중 2명(17.8%)이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으며, 이는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7.6%)보다도 2.4배 높았다.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기도 어렵다. 작은사업장 실직 경험자 10명 중 7명(67.9%)은 실업급여를 못 받았다고 응답했다. 연령별로는 20대의 미수급률이 76.0%로 가장 높다. 응답자는 미수급 이유로 ‘고용보험 미가입’(41.5%), ‘고용보험 가입자이나, 수급자격 기준 불충족’(22.6%) 등을 꼽았다.

현행법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퇴직금과 육아휴직제도도 보장되지 않았다. 퇴직금은 작은사업장 노동자 10명 중 2명 이상(21.2%)이 적용받지 못했다, 심지어 육아휴직 제도는 10명 중 8명가량(77.2%)이 적용 받지 못했다. 특히 장치·기계조작·조립종사자(95.0%), 서비스종사자(91.5%)는 사실상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급병가 제도를 적용받는 노동자 역시 6명 중 1명(16.8%) 정도에 불과했다. 유급병가제도는 법으로는 보장돼있지 않고, 취업규칙 혹은 단체협약에 규정돼 있다.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의 3명 중 1명은 고용불안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회사 폐업 및 장기 무급휴업’(27.2%)과 ‘해고’(10.3%)를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걱정되는 부분’으로 꼽았기 때문이다.

“정부 코로나19 대책, 획기적 개편 필요”
기업지원 시 고용유지 의무 연계, ‘긴급재난실업수당’ 도입 등


민주노총은 정부 정책에서 취약 노동자들이 배제되지 않기 위해선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이 획기적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고용유지지원금 제도 개선 및 확대 △기업지원 시 고용유지 의무 연계·확대 △‘긴급 재난 실업수당’ 도입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창근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지원 중심의 코로나19 대응에서 재직자 고용유지, 실직자 소득지원 대응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사후적 실업 지원보다 재직자를 중심으로 한 고용유지지원금 제도의 개선·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고용보험 가입 사업장 대상인 고용유지지원금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기업에 대한 지원과 고용유지 의무를 연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작은사업장 노동자 10명 중 7~8명 이상(72.9~83.5%)이 정부의 ‘재직자 고용유지 대책’을 모른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이 연구원은 “정부는 코로나19 대책에 대한 현장 홍보 강화하고, 노조와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해 정책이 실효성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마석모란공원을 찾아 전태일 열사 묘역에 참배한 사건을 언급하며 “50년이 지나 묘역에 화환을 바친다고 전태일 열사 정신을 이어받을 수는 없다. 근로기준법을 요구하며 전태일 열사가 사망한지 50년이 됐는데 국회는 역행하는 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늘 설문조사 내용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맥은 같이 한다”며 “정부는 노동자 안전망인 노조할 권리, 교섭할 권리를 가로막는 노동악법 추진을 그만둬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은혜진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