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파전 민주노총 임원선거…첫번째 토론회 열려

'사회적 대화' 입장·2022대선 대응은 다르고 작은 사업장 조직 위한 '지역 활성화' 뜻은 같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3기 임원직선제에 출마한 총 4명의 위원장 후보들이 언론사초청 합동토론회에 참가해 공약 경쟁에 나섰다.

총 4개 후보조 위원장 후보들은 13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02호에서 약 두 시간가량 언론사 공통질의에 답하고, 각 후보조의 공약을 선전했다. 또 각 지역의 합동유세에서 하지 못한 후보자별 상호토론도 진행됐다.

각 후보조의 캐치프레이즈를 살펴보면 1번 김상구 후보조는 ‘선을 넘자-과감한 변화! 사회적 교섭! 이기는 투쟁’을 2번 이영주 후보조는 ‘민주노총을 다시 자랑스럽게’, 3번 양경수 후보조는 ‘백만의 힘 거침없다’, 4번 이호동 후보조는 ‘새로운 시작,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다.

각 후보조는 이날 토론회에서 정부의 노동개악에 맞서기 위해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과 민주노총의 전략조직사업으로 청년, 작은 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 조직에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겠다는데 같은 의견을 보였다.


각기 다른 사회적 대화와 사회적 교섭에 대한 입장

지난 직선 2기 집행부 선거에서 ‘사회적 대화’ 참여 여부는 각 후보의 차별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기준이었다. 2기 집행부가 노사정이 만든 사회적 교섭 결과를 조합원들에게 신임받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기에 이번 선거에서도 사회적 대화에 대한 입장이 이목을 끌었다.

김상구 후보는 사회적 대화, 사회적 교섭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상구 후보는 “민주노총 산별 교섭이 잘 안 되면서 모든 노동자를 잘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민주노총은 초기업단위로 조직되고, 교섭하는 중이다”라며 “98년 노사정합의 이후 노사정위를 악마화하며 민주노총 내 건전한 토론이 되지 못했다. 특수고용, 간접고용 등을 담는 전략적인 사회적 교섭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사회적 교섭을 (노사정위, 경사노위 같은) 한 두 가지 교섭 형태로 규정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영주 후보는 사회적 교섭이 아닌 노정 교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영주 후보는 “ILO에선 결사의 자유나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서 사회적 대화는 노동자 권리를 신장시키고 있지 못한다고 했다. 바로 한국에서의 조건이다. 형식적으로 대화라고 하지만 실제는 폭력이다”라며 “현재 노동환경에 맞는 교섭 전략은 정부와 민주노총이 1:1로 만나는 노정 교섭”이라고 강조했다.

양경수 후보는 “사회적 대화를 하든 노정 교섭을 하든 노동자 의제를 관철하는 게 목적이 돼야 한다”라며 “투쟁과 교섭을 함께 만들겠다. 투쟁이 거세된 채 교섭하는 것은 항복 선언을 하는 것이다. 사회적 대화라는 틀에 얽매여 시간 버릴 필요가 없다. 의제 중심으로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이호동 후보는 “집행부가 교체되더라도 대의원대회에서 이미 정한 것(2019년 1월 대의원대회와 4월 대의원대회까지 사회적 대화 참여방침은 부결됐다)을 바꿀 수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제1노총으로서 수세적이고 패배적인 대화 전략보다는 적극적, 공세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라며 “사회적 대화를 원하는 세력과 다양한 관계 속에서 자신감 있게 대화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사노위 참여 여부에 대해선 사회적 대화에 대한 여지를 열어둔 김상구, 양경수 후보 모두 지난 대의원대회의 결과를 존중한다고 했다.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차기 대선에 대한 민주노총 후보전술도 입장 갈려

2022년 차기 대선에서의 민주노총 전략과 후보 전술 관련한 입장에도 차이가 있었다.

김상구 후보는 “100만 조합원의 힘을 모으기 위해 진보정치의 단일화 논의와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총투표 등도 열어놓고 고민해야 한다”라며 “주변화된 진보정치 활성화뿐 아니라 무기력에 빠진 조합원을 위해서라도 조합원 총의를 모으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대중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영주 후보는 “2017년 가장 많이 한 말이 ‘죽 쒀서 개 준다’였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촛불을 들었지만 선택할 수 있는 게 없었다”라며 차기 대선에서 ‘노동자-민중 단일 후보’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어 “유세 현장에서 노동자 목소리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또 코로나 이후 노동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따라서 모든 진보, 시민세력을 합해 우리의 사회개혁안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모아 후보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양경수 후보는 원칙적으로 대선에 단일후보를 선출해 대응하는 것에 동의하지만,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조직적 단결을 해칠 수 있다면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경수 후보는 “(단일후보 선출이) 당면한 민주노총 투쟁의 발목을 잡는다면 시도하지 않아야 한다. 민주노총 상층의 합의가 있다면 가능하겠으나 이견이 있는데도 대의원대회에 부치고 조직 내 분란을 만들 시간이 없다”라며 “민주노총은 투쟁으로 대선판을 흔들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호동 후보는 “가장 중요한 건 민주노총이 어떤 방향으로 정치 방침을 정할지 토론하는 것이다. 여러 토론과 절차가 진행하면서 합의가 모인다면 후보전술을 논의할 수 있겠지만 섣부른 후보전술 논의로 인해 정치 방침 자체가 결정되지 못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라고 밝혔다.

작은 사업장 조직 위한 지역본부 역할 강화는 뜻 같아

이날 토론회에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조직화 방안’ 또한 공통 질의로 제시됐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약 320만 곳, 소속 노동자는 약 580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27%에 달하는 것으로 민주노총은 추산하고 있다.

김상구 후보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은 사장과 대면해 일하고 있어서 기업별, 직종별로 조직하기 어려워 여러 가지 조직 형태로 조직해야 한다”라며 “현재 지역노조, 지회, 일반 노조 등에서 이들을 인큐베이팅해서 키워야 한다. 산별노조에서도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할 수 있도록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영주 후보는 “그동안 산별노조 체계로만 가입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 산별노조가 영역과 부문에 따른 조직화를 맡는다면 지역노조에선 중소 사업장, 비정규직,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받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전체 1/4이지만 조직률은 0.1%밖에 안 된다. 이분들을 우리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 건 한국 사회에서 민주노총이 노동자 대표성을 획득해 나가는 소중한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양경수 후보 또한 전국 모든 시군구에 민주노총 협의회를 건설해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양경수 후보는 “지역사회가 이들의 거점이자, 미조직 노동자의 사랑방이 돼야 한다”라며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가 여론화되니 지역에서 일주일에 1~2개의 지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문제를 폭로하는 것부터 시작하자”라고 제안했다.

이호동 후보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있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해선 민주노총이 거대 조직으로서 단순히 접근한다고 조직화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실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그들의 조건과 정서에 맞는 접근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권유하다’ 같은 노조가 있다. 관련 단위들과 충분히 토론하고 경험을 공유하면서 지역과 산별이 이 사업들을 챙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공약의 ‘구체성 떨어진다’ 서로 지적도 나와

한편, 각 후보조들은 상대 후보조에 대해 공약의 구체성과 실제 이행 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우선 이영주 후보는 양경수 후보의 ‘2021년 11월 3일 총파업 계획’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후보별 질의 시간에 이영주 후보는 양경수 후보를 향해 “내년도 총파업을 하려면 투쟁 시기, 교섭 시기를 조정해야 하는데 양 후보가 말한 풍찬노숙을 한다고 조직되지 않는다. 구체적 방법을 말해달라”고 질문했다.

이에 양경수 후보는 “쟁의권 있는 사업장을 나열해서 백화점식 총파업을 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니다. 10개월의 기간 동안 조합원과 함께 준비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이호동 후보 역시 비슷한 질문을 했는데 양경수 후보는 “투쟁하는 노동자에게 달려가 그 현장에서 같이 고민하고, 아파하고, 부대끼는 모습 속에서 신뢰 만들어진다”라며 “투쟁 속에서 신뢰를 쌓고 지도부의 진정성을 보여주면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김상구 후보는 이영주 후보에게 노동개악 총파업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요구했다. 김상구 후보는 “지난 총파업에선 산별 연맹 위원장들이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손발이 돼 조직하고, 투쟁했다. 하지만 지금은 비대위 체제고 각 산별이 선거에 집중하고 있어 투쟁 조직이 어려운데 구체적 방안을 말해 달라”고 물었다.

이에 이영주 후보는 “민주노총은 개인에 의존해서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 지금 시기는 맨파워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세가 중요하다. 조합원들은 동물적으로 지금이 어떤 시기인지 알고 있다. 지금은 투쟁의 결정적 시기이고, 누가 투쟁 받아안을 것인지 고민해 집행부를 선택할 것이다”라며 “중집들의 의견까지 모아 희망을 만들어 가겠다”라고 답했다. 더불어 이영주 후보는 오는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예정돼 있다면서 이날 총파업을 통해 노동개악을 저지하자고 각 후보조에 공동기구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밖에 이영주 후보는 이날 김상구 후보가 설명한 공약에 대해 “현실에 대한 진단만 있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업하고, 어디에 전략사업을 배치할 것인가 구체성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상구 후보는 이호동 후보에게 “다양한 위원회 공약이 많은데 보고서를 만드는 위원회가 아닌 실제 사업을 하는 위원회를 만드는 방안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이호동 후보는 “구체적 이행을 위한 세부적 계획은 민주노총 중앙위와 중집을 거쳐야 하고 구체적 사업에 대해서도 토론이 선행돼야 한다”라며 “하지만 이 문제들은 한국 사회에서 현시기 가장 중요한 맥을 짚는 문제들로 민주노총의 입장과 전략을 고민할 위원회가 될 것이다”라고 답했다.

한편, 오는 20일 오전엔 민주노총 2020 직선 위원장후보 간 2차 토론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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