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아시아나항공 합병 강행, 원하청 노동자“원점 재논의하라”

“재벌 특혜”…인력감축·요금인상 우려에도 인수합병 절차 강행 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합병으로 고용불안이 야기되는 가운데, 양사의 원하청 노동자들이 합병 중단과 원점 재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진그룹은 3일까지 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받은 8천억 원을 대한항공에 대여하고, 4일에는 아시아나항공에 인수 계약금 3천억 원을 예치하는 등 인수 절차를 강행할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앞서 11월 중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합병 발표 이후 양사의 5개 노조는 노동자의 의견이 배제된 채 인수합병이 추진되고 있다며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논의하자고 이미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인수합병이 추진 중임에도 이로 인해 발생할 고용불안에 대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원하청 노조들은 3일 오전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인수합병은 인력감축, 요금인상이 우려되고 재벌에게만 특혜가 될 것이라며 노동자들과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 아시아나항공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민주한국공항지부, 아시아나에어포트지부, 아시아나케이오지부가 참여했다.

노조는 산업은행과 조원태 한진 회장이 구조조정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괴이한 주장이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무려 46개가 중복노선이고 대부분이 중복업무이기에 구조조정은 언제든 진행될 것이고, 확약서상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언제라도 인력을 감축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번 인수합병의 대상은 원청사와 자회사이지만, 실제로는 권력 관계 하단인 하청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하청사 노동자들까지 포함하면 이번 인수합병의 대상은 4만 명이 넘는다.


심규덕 아시아나항공노조 위원장은 “인수합병 발표 과정에서 노동자 입장이 반영되지 않고, 이제 와서야 논의하자고 한다. 정부가 재벌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즉각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원하청 노동자들을 비롯해 금융위원회, 공정위원회, 산업은행과 양사가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또한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내용을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수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부지부장은 “코로나19 경제위기에서 기간산업을 공기업화하는 것은 필연적인 선택이자, 최선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당장 철회하고 아시아나항공을 공기업화해야 한다. 국민의 기업으로 만들어 국민의 고용안정과 삶을 최소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인수합병이 되면 자회사까지 포함할 경우 여객수송의 66.5%와 화물수송 81.8%를 점유하는 독점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장거리 노선의 경우 100% 가까이 점유할 예정이다. 재벌 특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운임 인상이 없다는 것도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위원회는 IATA(국제항공운송협희)의 운임상한선이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풀페어’라는 이 상한선은 일반운임의 3배다. 상한선이 높기 때문에 요금인상 제한에 의미가 없다는 게 노조의 지적이다.

이지우 참여연대 간사는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무산될 시 두 항공사에 4조 원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도 근거 없는 억측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과의 매각 딜이 무산되자마자 산업은행은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국고 2조 4천억 원을 투입했다. 이는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회생’을 전제로 지원하는 자금이다. 그런데 2개월 만에 아시아나항공이 회생 불가능한 기업이 돼 한진그룹이 산업은행의 돈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된 것”이라며 “심지어 그 2조 4천억 원 중 아직 2조 1천억 원은 남아있는 상태”라고 꼬집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한다. 어느 틈에 국책 은행이 주무부서도 모르는 기간산업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하는 기관이 됐다. 도로 하나를 깔아도 공청회가 열리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그런데 어떻게 32년 된 제2 항공사를 매각하는데 이토록 졸속으로 진행할 수 있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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