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시멘트의 공해 책임은 ‘0원’이었다

[특별기획: 검은 땅을 먹고 살았다] 시멘트 공장 분진 피해 주민들 “배상도, 사과도 없었다”


강원도 삼척시 오분동은 석탄화력발전소, 시멘트 공장, 연탄공장으로 인해 반세기 넘게 분진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지금은 폐쇄된 석탄화력발전소가 약 2km 떨어진 인근 지역인 정하동에서 1956년부터 30년간 가동됐고,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는 약 20년간 연탄공장이 운영됐다. 지금도 열심히 먼지를 내뿜는 ㈜삼표시멘트와의 직선거리는 500m 남짓이다. 1938년 일본인이 설립한 이 시멘트 공장은 해방 직후 생산이 중단됐다가 1956년 동양그룹의 창업자 이양구 회장이 동양세멘트공업(주)로 상호를 바꾸면서 지금까지 운영돼 왔다. 2024년 준공을 목표로 한창 공사 중인 삼척포스파워석탄화력발전소 부지와는 약 1.3km 떨어져 있을 뿐이다.

오분동에서 70년을 넘게 산 김성문(가명, 74) 씨는 특히 석탄화력 발전소와 시멘트 공장의 분진이 가장 심했다고 설명했다.

“1960년대 전부터 석탄화력발전소랑 시멘트 공장 두 곳에서 나오는 먼지가 엄청났어요. 빨래를 못 널을 정도였고, 대낮에도 뿌옜죠. 그땐 관련 법이 없어서 그렇게 살았던 것 같아요. 나중에 발전소는 없어지고 시멘트 분진 관련해선 마을 사람들이 계속 투쟁을 해서 마을에 기금도 내놓고 문화예술회관 같은 것도 지어줬네요. 나중엔 일본에서 집진기를 사다가 먼지를 잡더라고요. 7~80% 정도는 잡는 것 같아요. 나는 젊었을 때 동양시멘트에 다녔는데, 직원들은 알아도 말을 못 하잖아요. 퇴직하고 나선 주민으로서 이주 대책을 이야기했는데, 삼척시에선 항상 돈이 없다 했어요. 그래도 이번에 철도 공사를 하면서 주민들이 보상받고 나가게 됐어요. 저도 곧 이사를 하고요.”

동해중부선 철도 공사 예정부지에 속한 주민들은 이주를 가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주민들이 있다. 아직 성인이 안 된 손주들과 함께 사는 장성자(가명, 85) 씨는 어린아이들이 계속 먼지가 심한 곳에서 사는 것이 걱정이라고 했다. 장 씨는 “(시멘트 공장에서) 밤이나 낮이나 먼지가 나온다. 거기다 바람이 불면 온통 먼지가 날려 말도 못 할 정도다”라며 “동네에 남은 건 노인들이라 보상과 이주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사람도 없다”라고 말했다.

오분동에서 60년을 산 또 다른 주민 전상례(가명, 83) 씨는 “예전에 시멘트 회사 때문에 생긴 병을 찾는다고 조사를 딱 한 번 한 적이 있는데 조사를 하고 소송을 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시멘트 회사에선 먼지가 날아오고, 철도 공사하면서 밤낮으로 발파하니 집에 금이 가고, 쓰레기 하수종말 처리장으로 악취가 올라오는 마을에 산다. 이제 화력발전소까지 지어진다고 하는데 발전은커녕 이 동네가 도리어 망가지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전 씨의 말대로 그동안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 건강에 대한 조사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1년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는 충북대학교에 의뢰해 삼척 시내와 그 주변 주민 3,058명의 호흡기 질환을 검진해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40세 이상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유소견자 278명과 비직업성 진폐환자 17명을 확인했다. 진폐환자 17명은 시멘트 공장 주변 10명, 광산 주변 7명으로 모두 70세 이상이었다.

환경부는 결과를 발표하며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연령표준화 유병률은 공장 주변 7.2%(228명), 광산주변 13.7%(50명)로 2010년 조사된 대조지역인 충북 봉양읍보다는 높았다”고 밝혔다. 2010년 조사된 충북지역 시멘트 공장 주변과, 시멘트 공장 영향이 없는 대조지역(봉양읍)의 만성폐쇄성폐질환 유병률은 각각 11.7%, 5.1%였다. 봉양읍은 충북 내 인구구성 등이 삼척과 가장 유사해 봉양읍의 유병률을 비교한 것이다.

삼척 주민 대상 조사에서는 미세먼지 농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삼척의 시멘트공장 주변 지역의 대기 상태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립환경과학원은 2015년 ‘시멘트공장 주변 지역 환경보건 종합평가 및 개선방안 연구’에서 “분진 관련 직업력이 없는 진폐증은, 오래전에 시멘트공장이나 그와 관련된 차량과 도로 등에서 비산된 미세먼지에 고농도로 노출되어 유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광산 주변 지역에서 발생한 비직업적 진폐증은 오래전에 석회석 광산이나 탄광에서 발생한 먼지나 석회석 운반차량에 의하여 재비산된 먼지에 의하여 유발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환경분쟁위의 보상판결에도 동양시멘트 ‘책임 없다’ 불복

2011년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12년 삼척시 주민 69명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피해를 호소하며 삼표시멘트(당시 동양시멘트)의 배상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듬해 5월, 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해당지역에 10년 이상 거주한 47명을 대상으로 총 4억3300만 원의 손해배상을 결정했다. 환경분쟁위원회는 2013년 브리핑에서 “50여 년을 운영을 해오고 있는 시멘트 공장들인데, 이런 곳은 2000년대 들어서기 전보다 과거에 훨씬 높은 농도로 먼지가 배출됐다는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청인들이 시멘트공장의 먼지로 인해서 진폐증, COPD 등의 건강피해를 받았다는 개연성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양시멘트는 환경분쟁조정위의 보상 결정을 따르지 않았다. 동양시멘트를 비롯한 시멘트 회사들은 이에 불복해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맞서 주민들도 환경분쟁조정위의 결정을 이행하라는 소송을 진행했다. 당시 삼척에서 시멘트공장 공해 이슈를 제기했던 곽창록 시멘트산업공해피해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주민 소송을 주도했다. 두 사건은 합쳐져 2015년 1심 법원은 동양시멘트가 주민 건강 피해에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동양시멘트가 불복해 진행된 항소심에선 판결이 뒤집혔다.

2016년 11월 서울고등법원은 진폐증을 유발할 수 있는 분진인 시멘트 공장 주변의 이산화규소 농도가 다른 지역과 차이가 없다는 시멘트 공장 주장을 받아들였다. 더불어 진폐질환자 일부가 과거 탄광이나 항만에서 광물하역 일을 해 진폐증에 걸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결국 분진 피해자 중 배상을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게 됐다. 곽 위원장은 안타까운 판결이라고 회고했다. 곽 위원장은 “어렵게 살아가는 주민들이 소송할 여력이 어디 있나. 그런 여력이 있다면 진작 문제를 제기해 보상을 받았을 것”이라며 “내가 자비를 들여 소송을 진행했지만 2심에서 지고 나니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상고를 포기했고 이후 주민들을 위한 조치는 물론이고 벌금 하나 물었다고 들은 적이 없다. 지금도 비산먼지 피해가 상당한데 감시나 교정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동양시멘트는 ‘배출시설에 적합한 전기집진기 및 여과집진기를 설치해 적정하게 운영하고 있다. COPD의 발생원인은 흡연이 8~90%를 차지하므로 시멘트 분진은 진폐나 COPD의 원인물질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시멘트공장의 농도 높은 먼지 배출은 정말 과거의 일일까?

오염물질 다량 배출로 강원도 1위, 전국선 10위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국 미세먼지 다량배출사업장 33곳을 공개했다. 대부분 적게나마 초미세먼지 감축이 이뤄진 가운데 삼표시멘트는 오히려 배출량이 늘어 빈축을 샀다. 동해바이오화력이 전년 대비 136톤 증가한 데 이어 삼표시멘트도 전년대비 70톤이 증가한 것이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진행된 전국 7개 시멘트 회사의 환경피해 조사에서 진행된 미세먼지(PM10) 측정 결과는 삼표시멘트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PM10에 대해 24시간 50㎍/㎥·연간 20㎍/㎥, PM2.5에 대해 24시간 25㎍/㎥·연간 10㎍/㎥로의 설정을 권고하고 있다. 한국의 기준은 PM10에 대해 24시간 100㎍/㎥·연간 50㎍/㎥, PM2.5에 대해 24시간 50㎍/㎥·연간 25㎍/㎥로 WHO가 권고하는 기준 허용치의 2배다. 해당 조사가 24시간, 연간이라는 두 기준으로 나눠 측정되지 않았지만 세계보건기구의 허용 기준을 가뿐하게 넘었다.

㈜삼표시멘트는 지난해 환경단체가 환경부 자료를 토대로 꼽은 오염물질 다량 배출사업장 10위에 오르기도 했다. ㈜삼표시멘트는 지난해 기준 먼지는 연간 26만6,004kg을, 질소산화물은 1021만1,091kg을, 염화수소는 1,052kg을 배출했다. 질소산화물은 초미세먼지(PM2.5) 주요 생성물질이다. 강원도를 살펴보면 굴뚝 자동측정기가 부착된 사업장 중 대기오염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는 사업장은 ㈜삼표시멘트 삼척공장과 쌍용양회공업㈜ 동해공장으로 두 기업 모두 시멘트 제조 기업이다.


한편, 최근 시멘트 1톤당 1000원씩 세금을 부과하자는 ‘시멘트세’에 대한 논의가 다시 재점화되고 있다. 시멘트세의 배경은 역시 환경과 보건이다. 시멘트 공장이 있는 지역의 지자체와 주민은 시멘트세 신설을 촉구하고 있고, 시멘트 업계는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 원석에 이미 세금이 포함돼 있다며 이중과세라고 반발하고 있다. 국내 시멘트 업계는 지난해 생산량 기준 연간 약 500억 원의 세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멘트 공장이 있는 강원, 충북, 경북 등 4개 시도는 이번 국회에서 지방세법 개정안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다. 걷힌 시멘트세 중 65%는 시멘트 생산시설이 있는 시군 지자체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업계 반대에 부딪혀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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