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투쟁’의 성지, 삼척에서 벌어지는 ‘탈석탄’ 투쟁

[특별기획: 검은 땅을 먹고 살았다] 재벌 돈벌이로 전락한 석탄화력발전소, 주민 고통은 외면


반핵투쟁의 성지인 삼척에 석탄화력발전소가 들어선다. 무려 30년간 핵발전소 건설에 맞서 싸워온 주민들은 이제 탈석탄 운동에 나서게 됐다. 핵발전소 예정 구역 지정이 철회된 지 고작 1년여 만에 시작된 또 다른 싸움이다.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핵발전소 건설부지 지정과 취소를 두 차례 겪은 곳이다. 핵발전소 반대 투쟁을 두 차례나 승리로 이끈 유일무이한 곳이기도 하다. 1982년 처음 원전 건설 예정 후보지로 선정됐지만 16년간의 주민 투쟁으로 이를 막아냈다. 이후 2012년 또 한 번 원전 예정지로 지정됐고, 7년의 싸움 끝에 지난해 6월 지정 해제를 이끌어냈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부지는 근덕면과 약 7km 떨어진 적노동에 위치한다. 그리고 근덕면과 적노동 사이, 석탄화력발전소 부대시설 해상공사가 진행 중인 맹방해변이 있다. 이곳 주민들의 요구는 한결같다. 더 이상 자연을 훼손하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말라는 것.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지 말라는 것. 그리고 공공의 에너지가 에너지 재벌의 돈벌이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청이 석탄화력발전소 5km 내 포함되는 유일한 지역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핵반투위) 공동대표로 반핵 투쟁을 이끌었던 성원기 강원대학교 교수는 지난 7월 14일부터 100일 넘게 삼척 우체국 앞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반대 피켓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길고 길었던 핵발전소 투쟁이 마무리된 뒤, 그를 비롯한 주민들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오랜 싸움의 후유증이었다. 그 와중에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맹방해변 부두 공사가 진행됐고, 해안 침식 문제가 불거졌다. 다시 처음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피켓을 들었다. 처음에는 먼지 없는 삼척에 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이었다. 하지만 고민이 깊어지고 절박함이 커지면서, 그가 든 피켓에 ‘석탄화력 중단하라’는 분명한 구호가 새겨졌다.


가장 큰 문제는 석탄화력발전소가 삼척시민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부지 반경 5km 내에는 삼척의 주요 시가지와 인구 밀집 지역이 포함돼 있다. 성원기 교수는 “발전소 주변 5km 내 주민들은 법적으로 전기료 등의 지원을 받는다. 이는 곧 해당 지역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라며 “삼척은 시청이 발전소 주변 5km 내에 들어와 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결국 시내에 사는 모든 사람이 지원 자격을 갖게 되는 것으로, 이들 모두에게 피해가 발생하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삼척 주민들은 이미 자연 훼손과 분진 피해 등으로 오랜 시간 고통을 받아왔다. 삼척은 한때 13개의 탄광을 보유하며 60~70년대 석탄 산업의 부흥을 견인하던 지역이다. 국내 석탄 산업이 쇠퇴한 현재까지도 두 곳의 대형 광업소가 존재한다. 수십 년의 석탄 산업으로 산림과 토양이 훼손됐고, 탄가루와 먼지, 소음 등에 노출된 광부와 주민들은 호흡기질환과 난청 등에 시달렸다. 또한 삼척은 석회석의 주산지로 시멘트 산업이 발달해 있어, 지역 주민과 노동자들은 석회석 분진과 소음 등에 노출돼 탄광 지역과 비슷한 피해를 당해왔다.

뿐만 아니라 삼척에는 이미 화력발전소인 삼척그린파워가 가동 중이며, 강원도 동해안을 중심으로 인근에 동해화력과 GS동해북평화력, 강릉에코파워 등의 화력발전소가 포진해 있다. 성원기 교수는 “현재도 주변에 GS동해북평화력 등이 있어 석탄화력발전소가 또 한 곳 추가될 경우 발전소 피해 지역이 겹치게 된다. 게다가 삼표시멘트와 광업소 등의 분진 피해까지 겹쳐, 더 이상 살 수 없는 곳이 된다”라며 “여수 지역에 암 발병률이 높은 지역이 있는데, 그곳 주민들은 발전소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을 마시며 산다. 삼척에 또 다른 석탄화력발전소가 세워진다면 이 지역의 폐암 환자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삼척은 분지이기 때문에 공기 순환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탈핵 시장’도, ‘탈석탄 대통령도’ 외면한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정치권에 대한 주민들의 실망도 커졌다. 김양호 현 삼척시장은 일명 ‘탈핵 시장’이다. 그는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핵발전소 도입 반대를 내걸고 삼척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그해 선거에서 핵반투위와 원전 반대 주민들의 지지를 얻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그리고 당선 4개월 만인 10월에 주민투표를 실시해 주민 84.9%의 반대를 끌어냈으며, 이를 토대로 정부에 원전 백지화를 요구했다. 이후 2017년 ‘탈원전 탈석탄’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고, 김 시장은 이듬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하태성 삼척석탄화력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삼척석탄반투위) 위원장은 “석탄화력발전소 추진 과정에서 공청회도 이뤄지지 않았고, 포스코는 무혈입성했으며, 삼척시는 이를 받아들였다”며 “핵발전소 반대를 내걸고 당선된 김양호 시장은 과거 주민투표를 실시해 이를 막았다. 석탄화력발전소도 막지 못할 이유가 없다. 결국 시장이 이를 철회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도 기존의 탈석탄 에너지전환 정책을 뒤집으며 논란을 일으켰다. 2017년 대선 직후 문재인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신규 석탄발전소 건립을 중단하고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발전소를 임기 내 폐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공정률 10% 미만인 신규 석탄발전소 9기를 LNG 발전소로 전환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석탄화력발전소의 신규 건설을 전면 중단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에너지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문 정부는 당선 8개월 만인 2018년 1월 11일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을 승인했고, 일주일 뒤엔 공사계획을 인가했다.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를 둘러싼 4500억 ‘먹튀’ 사건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추진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의혹도 끊이질 않았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민자 방식으로 추진되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특혜 의혹과 매각 과정에서의 폭리 문제도 나타났다. 정부가 법 위반 사항을 묵인하며 발전소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성원기 교수는 “공공성을 가진 전기사업은 국가가 추진하는 게 맞지만, 정부의 친재벌 정책으로 에너지 공공성을 재벌의 먹잇감으로 던져줬다”며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둘러싸고 재벌사들이 달려들었고,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 정부가 민간 재벌 기업에 석탄화력 사업권을 준 것 자체가 문제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논란의 출발은 삼척시의 대표적 토착 기업인 동양시멘트(현 삼표시멘트)가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발전사업자 허가를 따내면서부터다. 정부는 지난 2012년 말, 6차 전력수급계획에 참여할 민간 발전사업자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삼척시에서는 동양시멘트와 삼성물산, 포스코에너지, STX에너지, 동부 등 5개의 재벌사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의향서를 제출하며 경쟁을 펼쳤다. 그중 삼척시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한 기업은 동양시멘트였다. 지역의 향토기업이라는 점과 총 11조를 투자해 85만 평 규모의 초대형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2013년 7월 5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동양시멘트 자회사인 동양파워에 발전 사업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동양파워는 발전사업자 허가를 획득한 지 석 달도 채 되지 않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013년 발생한 ‘동양그룹 사태’1가 발단이 됐다. 그리고 한 달여 뒤, 동양파워는 발전사업 승인의 발판이 됐던 11조 원의 산업단지 건설계획을 철회했다. 발전사업자 허가만 받은 뒤, 가능성이 불투명했던 사업을 손쉽게 털어버린 일명 ‘먹튀’ 사건이었다.

동양파워는 이후에도 석탄화력발전소 공사를 진척시키지 않다가, 2014년 8월 29일 포스코에너지에 동양파워 지분 100%를 매각했다. 동양파워가 매각대금으로 받아 챙긴 돈은 무려 4300억 원에 달했다. 기업이 발전사업자 허가증을 팔아 수천 억대의 폭리를 취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사건은 발전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착공하지 못할 경우 발전사업 허가를 취소토록 하는 법 개정의 계기가 됐다.

애초 동양시멘트의 발전소 건설 계획은 자신들의 폐광산 부지를 활용할 목적에 있었다. 하태성 삼척석탄반투위 위원장은 “동양시멘트는 석회석 채굴을 위해 광산을 엄청난 깊이로 파냈다. 이후 폐광산이 되면 회사는 이곳을 복구시켜야 하는데 복구 비용이 만만치 않다”라며 “결국 복구 비용을 들이지 않기 위해 페이퍼회사인 동양파워를 설립해 발전사업자 허가권을 따냈고, 허가권을 팔아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기후 악당’, ‘최악의 살인기업’ 악명 떨친 포스코

2014년 8월, 포스코에너지의 자회사 삼척블루파워(구 포스파워)는 4300억 원에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사업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에서 해안 침식과 대기 건강피해 등에 관한 보완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착공이 오랜 시간 미뤄졌다. 현재 전기사업법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정한 시점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공사계획 인가를 받지 못해 공사에 착수하지 못하는 경우 사업 허가를 취소토록 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경우 착공기한은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날로부터 3년이다. 발전사업 허가가 떨어진 시점은 2013년 7월로, 삼척블루파워는 3년이 지난 2016년 말까지도 환경영향평가조차 협의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수차례 착공 기한을 연장해주면서 또 한 번 특혜 논란이 일었다.


삼척블루파워에 대한 공사 인가는 공교롭게도 ‘신규 석탄발전소 건립 중단’을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 하에서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 삼척블루파워에 현재의 석탄화력발전소를 LNG 발전소로 전환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하지만 포스코 측은 이미 5600억 원의 투자가 이뤄졌고, 수요지가 먼 LNG 발전으로 전환할 경우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이를 거부했다. 결국 2018년 산업부는 이들의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을 승인했고, 일주일 뒤 공사 인가를 내줬다. 성원기 교수는 “현재 모든 제도가 민간 발전업자들의 이익 보존에만 맞춰져 있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귀결돼, 결국 국민이 재벌의 이익을 책임져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그동안 국내외에서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떨쳐왔다. 이들은 8년 연속 국내 온실가스 다량 배출 기업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포스코가 2018년 배출한 온실가스는 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1%를 차지한다. 포스코의 계열사 포스코에너지 역시 국내 8위의 온실가스 다량 배출 기업이다. 포스코는 2015년에도 포항제철소의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줄이겠다며 포항에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시도하다 주민 반대에 가로막힌 바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포스코의 환경 파괴는 악명이 높다. 2005년에는 인도 오디샤주에서 대규모 철광석 광산 사업을 추진하며 주민들과 극렬한 갈등을 빚었다. 2014년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산호초 지역인 호주 퀸즈랜드 주 광산 개발에 뛰어들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2017년에는 베트남에서 두 번째 석탄화력발전소 사업권을 따냈으며, 2018년에는 방글라데시에 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착공했다. 뿐만 아니라 포스코는 지난해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될 만큼 빈번한 중대 재해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건설에서는 10명의 하청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는 지난해 12월 24일 폭발사고가 일어나 5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지난 11월 24일에도 폭발 및 화재 사고가 발생해 3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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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추진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의혹도 끊이질 않았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민자 방식으로 추진되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특혜 의혹과 매각 과정에서의 폭리 문제도 나타났다. 정부가 법 위반 사항을 묵인하며 발전소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성원기 교수는 “공공성을 가진 전기사업은 국가가 추진하는 게 맞지만, 정부의 친재벌 정책으로 에너지 공공성을 재벌의 먹잇감으로 던져줬다”며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둘러싸고 재벌사들이 달려들었고,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 정부가 민간 재벌 기업에 석탄화력 사업권을 준 것 자체가 문제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 아무개

    10년전 MB가 허가해준 사업을 하지마라 하면 그때는 왜 조용히 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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