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노동자, 현장 복귀 8개월 만에 ‘직위해제’

노조 “‘보복성 탄압’…형사기소로 도로공사에 빌미 줘”

지난 5월 전원 직접고용된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무더기 형사 기소에 이어 직위해제 등 징계를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자들은 지난 직접고용 투쟁에 대한 ‘보복성 탄압’이라며 한국도로공사와 검찰, 경찰을 규탄하고 나섰다. 더구나 이 상황의 책임은 자회사 전환 방식을 강요한 문재인 정부에 있다며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앞서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는 지난 5월 14일 자로 이 노동자들을 ‘현장지원직’이란 별도 직군을 만들어 직접고용했다. 노동자들은 이 방식이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며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현장지원직이 수행하는 업무는 톨게이트 관련 업무가 아닌, 청소업무다. 이도 모자라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에도 직접고용 투쟁에 함께한 노동조합 임원 및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형사사건으로 기소됐으며, 도로공사는 이를 이유로 직위해제 등 사실상 징계 조치를 하고 있다.

민주일반연맹은 20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명의 예외 없는 직접고용 현장복귀라는 결과에서 보듯이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이미 정당성을 확인받은 투쟁에 대한 탄압은 누가 봐도 ‘보복성 탄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 경찰과 검찰은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이 옳음을 알면서도 누구의 눈치를 보는지, 아니면 도로공사와 내밀한 소통을 하는지 모르지만 무리하게 무더기 형사기소를 자행했다”라며 “도로공사에게 징계와 해고를 할 수 있는 빌미와 근거를 제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직위해제 16명, 형사기소 27명, 손배 청구 금액 1억3천만 원

노조에 따르면 현재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노조 임원 및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총 27명이다. 지난 2019년 시작된 청와대 앞 농성 투쟁과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농성, 김천 도로공사 본사 농성 등에 따른 것이다.

또한 청와대 앞과 김천 도로공사 본사 사장실 농성을 이유로 조합원 22명에게 3천67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이다. 기소자 중 벌금형이 선고될 시 총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럴 경우 최종 벌금액은 7~8천만 원에 달하며 변호사 수임료 등 법률비용을 포함하면 1억 원 정도가 예상된다.

이에 더해 도로공사는 김천 도로공사 본사 농성과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농성투쟁 관련 형사 기소된 조합원 16명(민주노총 13명, 한국노총 3명)을 지난 14일자로 직위해제했다.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를 직위해제할 수 있는 도로공사 인사규정을 근거로 한다. 이 조치로 노동자들은 출근하되 근무를 하지 못하게 됐고, 기본급의 30%가 삭감됐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 인사규정에 따르면 형사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을시 ‘해고’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도 1억3667여 원에 이른다. 도로공사는 지난 2019년 9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진행된 김천 도로공사 본관 점거와 관련해 기물파손 등 손해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본관 점거가 위법한 쟁의행위며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도로공사는 지난 8월 13일 청구취지 변경신청서를 제출하며 최종 청구금액을 위와 같이 밝힌 상태다.

기자회견에는 직위해제된 노동자들이 참석해 울분을 토했다. 전서정 민주일반연맹 경남일반노조 지회장은 “지난 18일 확인해보니 ‘임시직원’이 돼 있었다. 자회사와 계약직이 싫어서 죽도록 투쟁했는데 입사 8개월 만에 임시직원이라니 정말 억울하고 원통”하다며 “정말 다시는 저는 기자회견하면서 울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이 나라와 도로공사가 우리를 울게 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도명화 민주연합노조 지부장은 “일상의 기쁨을 맛보기도 전에 직위해제라는 황당한 인사조치를 받았다. 출근은 하고 있지만 어떤 업무에서도 배제되고 있다. 도로공사는 우리의 정당한 투쟁에 흠집을 내기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고 있다”라며 투쟁의 의미를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검찰의 대량 형사 기소가 도로공사에게 탄압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 투쟁과정에서 청와대가 ‘도로공사의 고소·고발을 취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또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해고 기간에 대해 도로공사가 지급해야 하는 비용만 수백억에서 1천억 원에 이르는데도 징계를 받은 사람은 없다. 노조는 이 책임을 묻지 않은 것도 청와대와 국토교통부의 직권남용이자 직무유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강동화 민주일반연맹 수석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몰락의 시작이 톨게이트 투쟁이 되지 않기를 원하지만, 그것을 바란다면 그렇게 하겠다”라며 “도로공사의 탄압과 청와대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책임을 묻는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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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노조는 검찰의 대량 형사 기소가 도로공사에게 탄압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 투쟁과정에서 청와대가 ‘도로공사의 고소·고발을 취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