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 거부하는 공단...건보 상담사 ‘직영화 쟁취’ 파업 돌입

파업 참가 940명, 6개 거점 파업대회 “건보 공공성 위해선 직영화 필요”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 직영화 등을 요구하며 1일 파업에 돌입했다. 직영화 논의를 위한 노·사·전 협의체 구성과 이를 위한 이사장 면담 요청을 공단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건강보험 공공성,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는 고객센터 직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7일 열린 파업 선포 기자회견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지난해 2월경부터 1년 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에 노·사·전 협의체 구성 등의 논의를 위한 이사장 면담 요청을 해왔다. 지부는 지난 1월에만 세 차례의 관련 공문을 발송했지만, 공단은 파업 직전까지도 면담 거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공단은 29일 노조 면담 요청 공문에 대한 회신에서 “내·외부의 반발, 사회문제화 등 사안이 복잡해 ‘고객센터 민간위탁 사무논의 협의회’에서 다양한 논의를 거쳐 방향 설정 및 기준이 먼저 마련된 이후 이사장 면담 진행 여부도 결정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애로와 고충에 대해 이해와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지부는 건강보험 상담은 국민의 정보를 다룰 뿐 아니라, 상시지속 업무이기 때문에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는 노·사·전 협의체 구성이 곧바로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부가 직영화 등 공단에 책임을 묻는 이유는 지난 9월부터 진행한 임금 교섭에서 하청업체들이 단 한개 조항의 수정안도 제시하지 않으며 원청에 책임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10곳의 용역업체와 노조 간의 교섭에 대해 조정 중지를 결정했다. 이번 파업에는 전국 6개 지역 11개 고객센터 소속 940여 명의 상담사가 참여한다. 파업 요구는 △생활임금 쟁취 △근로기준법 준수 △건강보험 공공성 강화 △고객센터 직영화 쟁취 등이다.

공단의 12개 고객센터는 11개 민간위탁업체가 운영하고 있으며, 여기 고용된 노동자들은 총 1,623명이다. 이 노동자들은 2년마다 공단이 계약한 업체에 소속돼 1,060여 가지의 상담을 하고 있다.

김숙영 지부장은 파업에 돌입하는 이유에 대해 “최저 임금 수준의 월급을 생활임금으로, 용역업체가 무조건 전화를 많이 받으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민의 민감한 개인 정보를 건강보험 제도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인력관리 노무관리 전문 도급업체에 통째로 내맡기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예방이나 관리보다는 상담사의 양심에만 기대며, 공단과 도급업체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사실은 무섭기까지 하다”며 민간위탁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전 국민의 개인 정보를 이익만 추구하는 사기업에 위탁하지 말고 공단이 직접 관리하고 운영해야 국민이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요구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의 파업으로 불편을 겪을 국민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죄송한 마음에 눈물이 난다. 한 달 벌어 한 달을 사는 노동자인 상담사들이 파업하면 무노동 무임금이지만, 파업에 나선 이유를 알아줬으면 한다”며 호소했다.

공공운수노조는 1일 지부 파업 지지 성명을 내고 “(국민건강보험 상담업무는) 전화 상담부터 민원 처리 완료까지 고객센터와 공단이 해야 하는 업무가 상호 연결돼 있고, 통합돼 있다. 통합적으로 운영돼야 가장 잘 할 수 있고 공공성이 지켜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정부는 2006년 공공부문 인력을 감축한다며 건강보험 고객상담 업무를 민간으로 외주화시켰다”며 “잘못된 외주화의 피해는 국민과 상담노동자에게 돌아갔다. 수직적인 통제와 감시, 원청의 책임 회피 속 상담노동자들은 반인권적 노동조건과 살인적 노동강도에 시달리면서도 저항하지 못하고 침묵을 강요당해 왔다. 콜 실적 달성을 위해 3분 이내 상담을 압박하는 원·하청 구조 속 국민들은 종합적이고 더욱 질 높은 상담을 받을 권리를 충분히 누리지 못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2000년 건강보험 통합은 경쟁을 중시하고 국가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조합주의에 대한 사회적 연대, 국가의 책임, 평등을 중시하는 연대주의 승리의 결과였다”며 “건강보험공단은 고객센터를 직접 운영해 30년 통합의 역사를 완성하고 연대주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1일 오후 1시부터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99명씩 원주 6개 거점에서 동시 파업 대회를 벌인다. 도로교통공단 심평원 방향,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앞, 보훈요양원 버스정류장에 모인 조합원들은 건강보험공단으로, 너름공원, AK프라자, 한지공원 공터 거점 조합원은 노동부 원주지청으로 행진을 진행한다. 각 지회는 오는 2일부터 9일까지 매일 오후 2시 원주 건강보험공단 앞 릴레이 집회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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