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명 모인 김진숙 희망뚜벅이 마지막 “앞으로도 웃으며 투쟁”

희망뚜벅이 34일, 단식 48일…사측은 여전히 복직 인정하지 않아

‘김진숙 희망뚜벅이’ 마지막 날인 7일, 1300여 명이 흑석동에서 출발해 청와대에 도착했다. 해고자 등 시민들로 이뤄진 ‘희망뚜벅이’들은 청운동 사무소 앞에서 김진숙 한진중공업 해고자를 비롯한 해고자들의 복직을 또 한 번 촉구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부산 호포역에서 출발해 34일만에 청와대 단식자들과 포옹을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행진 과정에서 경찰이 방역 지침을 이유로 인원 통제를 하면서 수차례 실랑이가 있기도 했다. 서울역부터는 집회가 금지돼 있어, 김진숙 지도위원을 비롯한 해고자 9인을 제외한 참가자들은 개별로 청와대까지 이동했다.


3시경 청와대 사랑채 앞 농성장에 도착한 김진숙 지도위원은 단식자들과 함께 청운동 동사무소 앞으로 이동해 집회를 진행했다. 김 지도위원은 희망뚜벅이 일정을 마무리하며 “전두환 정권에서 해고된 김진숙은 왜 36년째 해고자인가. 그 대답을 듣고 싶어 34일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라며 “그 약속들이 왜 지켜지지 않는지 묻고 싶어 한발 한발 천릿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라고 밝혔다. 이어 “36년간 나는 유령이었다. 자본에 권력에만 보이지 않는 유령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님 내가 보이십니까. 함께 싸워왔던 당신이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후에도 여전히 해고자인 내가 보이십니까. 보자기 덮어쓴 채 끌려가 온몸이 ‘피떡’이 되도록 맞고 그 상처를 몸에 사슬처럼 지닌 채 36년을 살아온 내가 보이십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김 지도위원은 해고로 길거리에서 투쟁 중인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언급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에 멸시의 대명사인 청소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울며 싸우는 이 노동자들이 보이십니까. ‘아빠 왜 안 와’라고 묻는 세 살짜리 아이에게 ‘아빠는 농성장이야’라는 말을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는 이 노동자들이 보이십니까”라며 “(민주주의는) 입술로만 말하는 자들이 아니라, 싸우는 우리가 피 흘리며 여기까지 온 게 이 나라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단식자들에게 “살을 깎고 뼈를 태우며 단식하신 동지들 너무 고생하셨다. 앞으로 얼마나 더 먼 길을 가야 할지 모를 우리들, 포기하지 말자. 쓰러지지도 말자”며 “저도 그러겠습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이라고 외쳤다.

단식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이날은 ‘리멤버 희망버스 단식단’의 단식농성 48일 차다. 지난 12월 22일부터 단식에 돌입한 7명의 단식 기간을 합치면 무려 246일이다.

48일째 단식을 버틴 정홍형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지난 12월 22일 단식에 들어가면서 12월 31일, 정년이 넘기 전에 반드시 김 지도위원을 현장으로 돌려보내겠다는 것이 저희의 뜻이었다. 그런데 그 시한을 넘겼다. 그래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19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바뀌어온 역대 정부들이 노동자 민중의 편에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뼈를 태우고 살을 태우며 가슴 깊이 깨달았다”며 “이제 정권에 요구할 것도 없다. 이제 노동자 민중 스스로가 새로운 세상을 위해서 그리고 착취 받고 억압받고 멸시받는 이 사회를 열기 위해서 투쟁하는 길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전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민주노조가 유일한 희망”

행진의 시작부터 함께한 대우버스, 한국게이츠, 코레일네트웍스, 아시아나케이오, LG트윈타워, 아사히글라스, 서진이앤지 해고노동자들도 발언을 이었다.

현대건설기계 사내하청 서진이엔지 변주현 해고노동자는 “하청이 노조를 했다는 이유로 위장폐업하고 저희 노동자들은 길거리에서 쫓겨났다. 김진숙 지도위원을 알게 되고 같이 뚜벅이를 함께 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며 “김진숙 지도위원의 뜻을 이어받고 현대건설 노동자들도 비정규직 없는 사회 함께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우 대우버스지회장은 “지난해 경영상의 이유로 회사가 전체 노동자 355명을 해고했다. 그래서 저희들은 지난해 10월 4일 해고돼 128일 동안 공장에서 천막농성을 하며 차디찬 바닥에서 먹고 자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기아차 1차 협력업체인 한국게이츠 채붕석 지회장은 “20년간 1,041억의 흑자를 냈는데도 코로나19를 이유로 폐업했고, 187명 전원이 해고됐다. 그 이유는 현대자동차가 저희가 30년 동안 납품해온 물량을 중국에서 대체 납품을 한다는 이유였다”며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서 해고하는데 이게 정당하다고 한다. 제대로 조사가 돼야 한다. 김진숙 지도위원과 함께 해고 없는 세상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7년째 투쟁 중인 차헌호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장은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36년 전엔 민주노조 하면 빨갱이라며 잡아가고 구속했다. 36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달라졌나”라며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장에 최저임금 받으며 아프면 아프다고 싫으면 싫다고 말 한마디 못하면서 하루아침에 문자 한 통이면 해고되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36년 전에 민주노조가 그렇게 소중했듯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민주노조가 유일한 희망이다. 민주노조 아니면 노동자들의 존엄성마저 찾지 못한다. 그래서 노조를 하나 지키기 위해서 수년 동안 길거리에서 싸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가 끝나고 단식자들은 병원으로 후송됐다. 한편 지난 4일 오전부터 11시간 동안 김진숙 지도위원 관련 노사 간 교섭이 진행됐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교섭에서는 사측이 ‘위로금 지급’안을 강요하며 사실상 부당해고에 따른 복직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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