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64억 원 챙긴 박삼구씨! 지금 어디 계십니까?

[기고] 코로나19 앞세운 구조조정…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다

활주로에 안착한 항공기가 다음 여정을 시작할 때까지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항공기 급유와 정비, 화물 및 수하물 적재, 탑승객 수속, 기내 청소와 기내식 탑재, 시트 교체 등을 하는 지상조업 노동자들이다. 대개의 지상조업은 항공기가 지상에 체류하는 시간 동안 이루어지기 때문에, 노동자들도 항공기 운항시각에 맞춰 스케줄 근무를 한다.

코로나19라는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자 하늘길만 막힌 것이 아니다. 줄어든 항공기 운항 편수만큼 지상조업 일감도 덩달아 줄어들었다.

비용과 책임의 외주화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아시아나항공 2차 하청업체 아시아나케이오에서 일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은 코로나19 시기 간접고용 일자리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시아나케이오라는 회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글보다는 도표를 가져오는 게 차라리 더 적합해 보일 정도로 복잡하다. 먼저,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은 3단 피라미드 구조의 최상단을 차지한다. 중간에는 지상조업 자회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가 있고, 가장 밑바닥에 케이오(KO/수하물 및 기내청소 업무), 케이알(KR/정비 관련 서비스 업무), 케이에이(KA/외항사 여객 관련 서비스 업무) 같은 또 다른 용역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대형항공사들은 항공기 운항, 승무, 수리 같은 업무를 ‘핵심 업무’로 규정하고, 나머지 업무들은 모조리 외주화했다. 말하자면 ‘대형항공사-지상조업사-용역업체’로 이어지는 항공기 지상조업 시장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피라미드 정점에 위치한 모회사(원청)의 작품이었다.

모회사인 대형항공사들이 외주화를 통해 달성하려는 효과는 여타 산업의 외주화 목적과 다를 바 없다. 비용과 책임의 외부화·외주화이다. 이는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흐리는 동시에 근로계약의 종료나 해지도 손쉽게 만든다. 게다가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으니 모회사 입장에서 외주화는 ‘땅 짚고 헤엄치기’만큼이나 간편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같은 대형항공사들이 지상조업 업무를 외주용역에 내맡기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2017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국내 항공산업이 2037년까지 향후 20년에 걸쳐 8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수요증가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원청은 인프라 확충보다는 간접고용을 활용한 업무 쪼개기와 인건비 깎기에 힘썼다. 급증하는 수요에 부응하면서도 (시설 확장이나 인력 충원 따위에 소요되는) 돈과 시간을 최대한 아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상조업 하청사들은 최저가 낙찰 경쟁과 비용절감 압력에 내몰리게 되었다. 그리고 하청사들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통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쥐어짰다.

아시아나케이오는 인력공급업체였다

쇠사슬 전체의 힘을 좌우하는 것은 가장 약한 고리이다. 공항·항공산업에 줄지어 잇댄 간접고용이라는 약한 고리는 결국 코로나19를 만나 터지고 말았다.

지상조업 하청사들은 독립적인 설비나 시설의 구비, 또는 별도의 자본 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다. 사실상 인력공급회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기 때문에 불황이 닥치면 인력을 줄여 고정비용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 통상적인 구조조정 방식이었다.

반면, 호황을 누릴 때에는 어땠을까. 아무리 일감이 늘어나도 부족한 인력은 충원되지 않았다. 지상조업 하청사들은 비용을 절약하기에 급급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기내 청소든 수하물 분류 작업이든 여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빨리빨리’가 몸에 늘 배어 있어요. 우리 일이라는 게 어차피 비행기 스케줄에 맞춰서 이뤄지기 때문에, 현장 상황에 따라 한 조에서 여러 파트로 인원이 쪼개지기도 하고, 다른 조와 뒤섞여서 일할 때도 생겨요.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시간에 맞춰서 청소 작업을 후다닥 해버리니까 노동자들은 식사나 휴게시간, 심지어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고되게 일해야 했어요.”
(<질라라비> 203호 ‘현장 속으로 - 김계월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 부지부장(현 지부장) 인터뷰’ 중)


지난 십수년간 호황이 지속되던 때에는 충분히 쉴 권리, 따뜻한 밥 한 끼 먹을 권리조차 박탈당한 채 주 60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감내해야 했던 아시아나 하청노동자들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위기가 촉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항·항공산업 원하청 자본은 고용조정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하청노동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안겼다.

그 방법도 무척 치졸했다. 아시아나케이오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제도를 의도적으로 기피한 채 노동자들에게 무기한 무급휴직과 희망퇴직을 종용했다. 그리고 지난해 5월 11일, 해고나 다름없는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8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한 것이다.

이미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사측이 최소한의 회고회피 노력도 하지 않은 점을 들어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그러나 아시아나케이오 사측은 노동위원회의 초심, 재심 판정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 와중에 유성기업, KB오토텍(옛 ‘갑을오토텍’) 등의 기업들에 노조파괴 자문을 맡았던 전력으로 악명 높은 대형로펌 ‘김앤장’이 사용자측 소송대리인으로 나섰다고 한다.

박삼구를 찾습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공항·항공산업 가치사슬의 최말단에 자리한 2차 하청업체의 행보라기엔 매우 대담한 모습이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아시아나케이오 사측이 이토록 의기양양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드러난다.

그 배경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이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장인 박삼구라는 인물이 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아시아나케이오(KO), 케이에이(KA), 케이알(KR), 케이에프(KF) 등 지상조업 2차 하청업체들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아시아나케이오 같은 지상조업 2차 하청업체들에서 발생한 이익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을 통해 박삼구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주식 매입 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

클래식 음악과 미술 등 국내 문화예술계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1977년 설립된 재단은 이렇듯 박삼구 이사장이 그룹사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해준 사(私)금고 역할에 충실했다. 공익재단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중간착취’, ‘인력 장사’로 거둬들인 부정한 돈이었다.

한편, 모회사의 비용 절감과 책임 분산 효과를 극대화한 것은 복잡하게 왜곡된 고용구조 덕분이었다. 결국 원하청 간 긴밀하게 연결된 지상조업 업무를 임의로 쪼개고 갈라놓아 '헐값'에 노동자들을 사용한 책임을 단 한 사람에게 따져 물어야 한다면 그 또한 박삼구일 것이다.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연대모임>(이하 ‘연대모임’)에서도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양산하고 아시아나항공 하청노동자 부당해고를 야기한 ‘주범’으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장을 지목하고 있다. 부도덕하고 이기적인 경영으로 그룹사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어 ‘손실의 사회화, 이윤의 사유화’를 발생시킨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하청노동자들을 희생양으로 몰아세우기에 급급했던 정리해고 역시 당장 철회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의 투쟁이 어느새 280일째를 향해 가고 있다. 실질적 사용자인 박삼구는 무엇이 두려운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뒤에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 있다.

그래도 노동자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고 오늘도 다짐한다. ‘일자리 대통령’의 코로나19 고용유지 약속도, 지노위·중노위의 ‘부당해고’ 판정도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지 못했지만, 코로나19 위기를 빌미로 이렇게 속수무책 당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연대모임은 조만간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내팽개친 박삼구를 찾아 나서는 온라인 공동행동을 펼칠 계획이다. 박삼구가 문제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동참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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