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아닌

[프리퀄prequel]

현장에 놓인 부의 화환 모양은 범상했다. 사고도 그랬다. 오래된 시설물, 불붙기 쉬운 샌드위치 패널, 질식하기 쉬운 구조, 나홀로 작업, 과로, 야간노동, 안전장치 미비, 아무도 위험성을 몰랐던 위험물질…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것들도 공단이나 발전소, 건설현장에서는 범상한 일들이었다. 사고현장도 그저 풍경의 일부인 양 범상하게 남아 있었다. 지난해 노동자 사망으로 기소된 287명 중 실제 수감된 사람은 5명뿐이었으며 대부분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299명의 개인 또는 법인이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절반 이상이 500만 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11월 국회가 15분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심사하는 데 167일이 걸렸고, 그 기간 256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법이 국회에서 표류하다가 결국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축소되는 43일 동안에도, 고 김용균 씨의 2주기를 지내는 동안에도, 부고는 계속됐다. 건설현장에서 발전소에서 비닐하우스에서 폐플라스틱 공장에서 폐기물 처리장에서. 같은 모양의 영정과 화환이 계속 교체됐다. 이건 그 누구도 아니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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